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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Book Review : 책[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

by hyemhyem 2022. 7. 23.

#책[딜러터 : 사지리게 해드립니다]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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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어떤 것이든 현실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딜리터가 중심 이야기이다. 딜리터의 능력을 축복이라 해야 할지 저주라 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모호하다.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사라지게 해서 안심할 수 있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을 가진 이 능력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책을 완독한 후, 비슷한 결의 영화 두 편이 떠올랐다.

첫번 째 영화 ‘Now you see me’ 1, 2편이다. 포호스맨 이름으로 활동하는 4명의 마술사가 보여주는 신기하고 놀라운 마술쇼와 그 속에 감춰진 마술 비밀. 이 영화에서도 눈 앞에 펼쳐지는 마술이 아닌 마법처럼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서 이뤄진다. 근데 그 속엔 평범한 사람은 알 수 없는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선택받은 자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이 책과 비슷했다. 딜리터라는 능력을 갖췄지만, 현실 세계의 관점에서 볼 땐 말도 안 되는 능력이기에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활동하고 그 속엔 남모를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런 점에서 주인공 강치우가 신비롭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사람으로 이 책에선 느껴진다. 강치우가 하는 말을 읽다 보면, 뭔가 큰 비밀을 알고 간직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그의 직업이 소설가라 하는 말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겠지만. 강치우 외에 특별한 능력을 갖춘 조이수, 이기동, 더스트맨도 그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딜리터의 능력과 여분의 레이어를 보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우리가 사는 현실만이 현실이 아니라는 점을 판타지적이지만 충분히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준 것으로 느껴졌다.

두 번째 영화 ‘가려진 시간’이다. 강동원 주연인 영화로 시간을 소재로 믿음과 관계를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의문의 사건으로 멈춰진 시간 속에 살게 된 성민이 다시금 시간이 흐르는 현실로 돌아오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 자신이 돌아온 모든 이야기를 믿는 수린과 성민이 어떻게 이것을 이야기해야 할지 서로 믿으며 나아가는 내용이다. 이와 비슷하게 이 책에서도 시간과 공간, 즉 레이어라 불리는 다른 공간이 등장한다. 그 속에선 고통도 힘든 것도 없어지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후 다른 레이어에 들어간 강치우가 소하윤을 만나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그 속에서의 시간과 현실에서의 시간은 다르게 보인다. 이 점으로 마지막 강치우의 말엔 마침표가 사라지고 그냥 여백으로 둔다. 현실에서 일어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서. 때론, 우리가 사는 현실에선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사건이나 일을 접할 때마다 내가 사는 이곳이 현실이 맞을까 생각하며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천천히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아니지만, 기억에 제일 남는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딜리터 하는 과정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거짓 없이 다 들으며 공감하고 이해하고 이입해 그의 이야기를 편집하여 흡수해, 마치 그 사람과 딜리터가 하나가 되는 듯한 과정으로 보였다. 그 사람의 한을 풀어주는 듯, 예전 전래 동화처럼 처녀 귀신이 밤마다 사또를 찾아야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 간곡하면 사또는 그 처녀 귀신의 사연과 사건을 조사해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 귀신은 지상을 편히 떠나게 되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 현실을 사는 것이 지옥 같아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책에서만 등장할 것 같긴 하지만, 몇 년 전 한 유튜브 채널에서 본 영상이 떠올랐다. 일본의 경우였는데 현실에서 사라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더 이상 해결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사람들이 딜리터와 같은 사람에게 의뢰한다. 그럼 현실에서 사라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대신 해주며 정말 사라진 사람이 된다는 거였다. 거기엔 그 사람은 홀로 떠났지만 그를 기다리는 남겨진 사람이 있었고, 언제 돌아올지 기다리며 슬퍼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책에서도 소하윤은 현실이 지옥 같아 다른 세상으로 떠났지만, 다시 돌아온다. 돌아올 때 강치우와 나눴던 대화가 기억이 남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와 우리가 바라는 모습대로 살자는 이야기였다. 현실 속에 살다보면 내가 원하는 모습보단 현실에서 말하는 보통의 또는 정상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야 할 것처럼 생각한다. 그건 내가 바라는 현실의 내가 아닐 텐데 말이다. 현실을 떠나고픈 괴로운 상황 속에서 다른 차원으로 사라지게 되는 능력인 딜리터는 축복으로 보이기도 저주로 보이기도 하는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책으로 읽는 것을 마무리했다.

#기억에남는문장

“딜리팅의 진짜 의미는 물건을 사라지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다른 차원으로 옮기는 거라고 적혀 있었어요. 간단한 일이 아니었어요. 딜리팅을 위해서는 대상자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야 해요. 모든 이야기를 알고,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 사람에게 완전한 감정이입한 다음에야 겨우 시작할 수 있는 작업이었죠.”
“그 사람의 전체를 알아야 완전하게 지울 수 있다?”
“전체를 알 수는 없겠지만 모호한 구석은 없어야 돼요.”
- 128

“딜리팅하는 것처럼 그 사람을 온전히 다 알아야 볼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다 알아야 모습을 드러내는 거죠.”
- 131

3. 딜리터의 질문법과 딜리팅 딜리터는 대상자에게 스무 개의 질문을 던진다. 스무 개의 질문은 딜리터가 직접 정한다. 스무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숨겨진 진실이 없도록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대상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지 파악해야 한다. 대답의 길이는 상관없지만, 언제나 진실해야 한다. 진실하지 않은 대답으로는 딜리팅이 불가능하다. 스무 개의 질문에 대한 진실한 답을 모두 듣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실체가 드러나고 비로소 딜리팅이 가능해진다.
- 139

“소설가는 관찰하는 사람이에요. 관찰의 핵심이 뭔지 알아요?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겁니다. 내가 드러나면 관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요. 나를 버리고 상대를 온전히 지켜볼 수 있을 때 관찰이 완성되거든요. 그래서 소설가는 경력이 거듭될수록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겁니다. 소설가 중에 잘생긴 사람이 거의 없죠?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미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되는 거죠.”
- 177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렇게 생각했어요. 원래의 인간은 팔이 넷, 다리가 넷, 머리 하나에 얼굴이 둘이라고. 아주 행복한 상태였지. 완전해 보였어요. 행복한 인간을 보고는 신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어요. 너무나 완벽해서 자신을 숭배하지 않을까. 인간이 인간을 숭배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원래 신들은 걱정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걱정쟁이 신들은 인간을 반으로 쪼갰습니다. 둘로 나뉜 인간은 비참하게 떠돌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평생의 반쪽, 운명의 반쪽, 뭐 그런 이야기입니까?”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죠. 저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들어보겠어요?”
“이야기해보시죠.”
“신은 인간을 둘로 쪼갠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신의 의도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숭배할까봐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여분의 존재를 남겨둔 것이죠. 요즘 말로 하자면 절반의 인간을 평행우주에다 백업해둔 거예요. 완전한상태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가는 게 인간에게 낫다고 생각한 겁니다. 뒤를 보지 못하고, 팔은 두 개뿐이고, 다리도 둘밖에 없지만 인간은 부족한 걸 보충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죠. 만약 우리의 지혜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면 다른 우주에 있는 나의 반쪽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 242~243

“오 형사님은 소설 다 읽고 나서 어떤 결말을 원했어요?”
“저는 직업이 직업이라 그런가, 비밀을 써먹길 바랐죠.”
“왜 그걸 선택했는지 아세요?”
“취항….이나 성격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오 형사님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 가능한 미래에 다 갔다 와 본 거예요. 주인공이 비밀을 써먹는 미래, 태우는 미래, 비밀을 보관하는 미래까지 다 갔다 와봤는데, 그중에서 비밀을 써먹는 미래가 가장 마음에 드니까, 그 미래에 살고 싶으니까 그걸 선택한 겁니다.”
“갔다 온 적 없는데요?”
“갔다 왔을 거예요, 자신도 모르게. 소설이 원래 그렇거든요. 막 데려갔다가 다시 돌려보내고…..”
- 289

하나의 결말을 선택하는 건 나머지 가능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치우는 생각했다. 여분 레이어로 가서 수많은 레이어를 보고 온 후로는 더욱 그랬다. 조이수 정도의 능력은 아니지만 눈을 감으면 가끔 다른 레이어가 보일 때가 있다. 강치우에게 이제 현실은 현실 같지가 않았다. 보이는 것들을 보이지 않는 것을 덮어두기 위한 천막 같았다. 강치우는 그래도 결말을 닫아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건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 미제 사건인 채로 사건을 남겨두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강치우는 마침표를 빼버렸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을 열어두고 싶어서
- 290

* 자이언트북스로부터 도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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