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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Book Review : 책[튜브]

by hyemhyem 2022. 7. 24.

#책[튜브] by 손원평 장편소설
#손원평 #아몬드 #튜브 #창비출판사 #베스트셀러 #인생 #동기부여

#책[튜브] by 손원평

저자 손원평 작가님은 책[아몬드]로 처음 접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어갔던 서점에서 책[아몬드]를 발견해 처음 읽고 난 후, 잠깐 읽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책을 구매했었다. 이후 읽은 책[아몬드]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전에 남아있던 기억 덕분일까, 이번 책[튜브]를 읽으면서 그때를 다시 생각했다. 책[튜브]는 내 이야기인 것 같고 주인공 성곤의 이야기 같고 진석이의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공감되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주인공 성곤의 이야기가 그저 그냥 한 남자의 인생으로 보일 수 있다. 사업에 실패한 인생, 사업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실패했고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 삶에서 떠나길 원했지만, 삶조차 자신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 버려진 사람. 그의 이야기를 따라 읽으며 나는 내 이야기로 느껴져서 인생이 잘 풀리면 좋겠다 응원하게 되면서도 그의 인생이 초라해 보여 어떻게 잘 인생이 풀리겠어. 라며 실패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나를 보는 듯 해서 읽는 중간중간 느껴지는 감정을 피하고 싶기도 했고 그가 하는 말이 공감되어 나도 모르게 기록하게 되었다.

마지막 4부 악수에서 자기 삶에 대해 탐구하려는 어려운 일을 하려고 시도하는 성곤에게 잘했다며 칭찬과 격려의 말을 건네는 인물이 있다. 그 말을 비단 성곤에게만 해당하는 말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면서 자신만의 고민과 고난과 힘든 순간을 어떻게든 이겨내며 때론 고꾸라져 수면 아래로 떨어져 힘들어할 사람 모두에게 하는 말 같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으로 보인다는 말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그러한 인생 가운데 각자가 잡고 있는 쥐고 있을 지푸라기 하나. 누군가 잡아준 거 말고 스스로 잡은 지푸라기 하나, 거기서부터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책[튜브]가 좋았다. 읽으며 계속 내 머릿속에 남을 것이며, 나도 내가 쥔 지푸라기가 바람을 받아 튜브로 떠 올라 수면 위로 올라갈 것이다. 고맙다, 이런 생각을 해주게 해줘서.


#기억에남는문장

성곤은 방금 쓴 메모를 소리 내 읽었다. 그러자 인생과 세월에 사기당한 느낌이 덜해졌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단순한 구령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은 깊이 하면 해롭다. 어떤 고뇌는 곧장 정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때때로 나쁜 생각이 몸에 스며들기 전, 성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곤 했다.

- 허리는 위로. 어깨는 아래로. 등은 그 사이에. 백 투 더 베이직!

이 혼자만의 외침은 그의 매일매일을 지탱하는 짧은 기도가 됐다. 그리고 삶은 그를 잊고 있던 인연과의 재회로 안내하는 중이었다.
- 1부 Back to the Basic, 75p



사실 의미 없이 지내는 걸로 따지면 진석도 할 말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진석은 매일매일 시간을 삭제하며, 현재를 잊은 듯 지내고 있었다. 물론 깊은 마음속에선 자신도 지금 같은 상태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난 뭘 하고 있지? 진석은 아주 오랜만에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떠올릴 때마다 절망감과 패배감이 몰려들었기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자동으로 피했던 질문이었다.
- 2부 영혼의 서랍 93~94p

있잖아, 진석아. 난 그동안 뭘 할 때마다 늘 목표를 생각했거든. 근데 그 목표들이 순수하지가 않았어. A는 B를 위한 행동이고 B는 C를 위한 행동이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랬거든? 근데 그게 다 부질없게 느껴지더라. 최종 목표가 무너지면 중간에 해던 A부터 Z가 전부 무의미해지더라고.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거창한 목표 같은 걸 안 세우기로 했어. 행동에 목표를 없애는 거지. 행동 자체가 목표인 거야.

미래를 생각 안 한다는 거예요?

언젠가는 다시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일단은 아니야. 네 말대로 지금은 미래 같은 거 생각 안 해. 충분히 많이 해봤거든. 근데 도착해야 할 미래의 이정표를 너무 먼 곳에다 세워놓으니까, 현재가 전부 미래를 위한 재료가 되더라고. 자세 하나 고치는 거, 그 자체가 목표야. 그다음? 그런 거 없어. 그냥 하나라도 온전하게 끝까지 해보고 싶어.
- 2부 영혼의 서랍 102p

작게 웃음이 터져나오더니 가슴 한구석에서 미세한 기쁨이 느껴졌다. 확실하고 순수한 기쁨이었다.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올라갔을 때 느끼는 미칠 듯한 흥분 같은 게 아니라, 작은 사탕을 받은 어린아이가 온몸과 마음으로 느낄 것 같은 충만한 기쁨이었다. 그 기분이 그날 오전 내내 성곤의 입가에 웃음을 불어넣었다.
- 2부 영혼의 서랍 123p

마지막으로 하나.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세요. 우린 항상 무언가를 판단하느라 에너지도 감정도 너무 많이 쓰고 있잖습니까. 그러다보면 자꾸만 소모적인 생각이 날아들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거나 이해하지 못하게 돼요. 생각이란 건 자신만의 선글라스 같은 거니까요. 그러니까 생각의 스위치부터 꺼야 하죠. 그다음은 쉽습니다. 낙엽은 낙엽으로 보고 전봇대는 전봇대로 보는 겁니다. 빨간 건 빨갛게 노란 건 노랗게 받아들이면 되죠.
- 2부 영혼의 서랍 143p



제가 제안하는 건, 함께하자는 겁니다. 어떤 인생이든 그 안에 절망과 희망이 함께 깃들어 있고 작든 크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줄 지푸라기를 잡고 싶어하는 건 모두가 똑같아요. 하지만 어떤 지푸라기를 쥘 건지는 스스로 정해야 하죠. 누군가 대신 쥐여주는 지푸라기는 잡아봤자 금세 가라앉을 테니까요. 이 프로젝트는 여러분 스스로 만든 지푸라기에 바람을 넣어줄 겁니다. 지푸라기가 엄청나게 커다란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말입니다.
- 3부 지푸라기 프로젝트, 198p


그리고 내 보기에 당신은 잘 살아온 것 같아요. 계속 삶에 대해 탐구하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잘했어요. 아주, 잘했습니다
- 4부 악수, 258p

*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았습니다.

깔끔한 디자인이라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기억에 남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