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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Book Review : 책 [미물 일기]

by hyemhyem 2022. 7. 13.

#책[미물 일기] by 진고로호 #어크로스출판사 #서평단

어크로스 출판사로부터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미물 일기] 서평단에 당첨되었습니다.

저자가 미물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와 행동,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경해. 라는 말이 책을 읽는 동안과 다 읽은 후에도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힘든 시기 동안 했던 산책 속에서 천천히 바라보게 된 자연, 그 속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보며 쓰게 된 미물 일기. 저자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함께 사는 고양이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지을 만큼 고양이 사랑이 이름에서도 보인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미물부터 자세히 관찰하고 자세히 관심을 가져야 알 수 있는 신기한 이름을 가진 미물까지 저자는 관찰자로 바라보며 이들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독자에게도 전해준다. [미물 일기]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건 살아있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지 않다는 게 전혀 없다는 것과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나’라는 살아있는 존재를 대하는 마음이라는 것.

책을 읽고 며칠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매장에서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를 만났다. 처음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싶었지만, 해 끼치는 게 없어 그냥 두었다. 어린 손님이 거미를 보고 무서워해 거미를 죽이는 것보다 실외로 거미를 옮겼다. 평소 같았다면 죽였을 텐데, [미물 일기] 읽고 나서였기에 심적으로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거미가 살기 더 나을 것 같은 밖으로 보내주었다. 미물 일기가 준 이런 변화가 싫지 않다.

#기억에 남는 문장

& 벌레 - 이런 것까지 극복해야 하나 싶지만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익숙해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 29p

두려움을 넘어 조금씩 넓어지는 세계를 만나며 큰 성공 대신 작고 작은 성취로 자주 어깨춤을 추는 삶을 누리고 싶다. - 33p

-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기 쉽다. 사람보다 훨씬 작고 때론 해치지도 않고 살아가지만, 벌레는 무섭다. 아마, 벌레의 겉모습이 주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세게 작용하는 듯하다. 한참 벌레를 무서워했으나, 어느 한 말을 듣고 다르게 생각했다. 그건 벌레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면 자신보다 몇십 배, 몇백 배나 큰 존재에 더 무서워하지 않겠냐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만 했지, 벌레의 입장에서 바라볼 사람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벌레 입장에서 내가 거대하고 두려울 존재처럼 보이겠다. 진격의 거인처럼, 내가 벌레를 죽이러 다가간다면 거인처럼 느끼겠구나. 입장을 바꾸니 그다음부턴 덜 벌레를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다가가기 무서운 벌레는 아직 있다…점차 익숙하게 다가가면 그것도 극복이 되겠지 싶다. 벌레뿐 아니라 나를 두렵게 만드는 다른 일도.



& 쇠백로 - 자꾸만 돌아가야 하는 그곳

하지만 과학적인 설명 없이도 풀과 흙냄새를 맡는 순간, 몸이 먼저 안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 36p

- 제일 좋아하는 운동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난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줄곧 자전거만 타고 다녔는데, 자전거를 타며 다니는 그 길이 좋다. 자주 가는 자전거 타는 공간이 있는데 집 근처 공원이다. 공원 근처에 미개봉 도로가 있어서 편하게 다녔지만, 이제는 개봉되어서 조금은 여러 차로 시끄러워졌다. 공원에 가면 그 옆에 강을 끼고 있고 강 건너, 갈대가 우거진 땅이 있었다. 항상 자전거를 타면서 바라보면 갈대숲은 바람의 방향에 맞춰 흔들리기도 했고, 잔잔히 그 자리를 지키며 해가 지는 노을을 받는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면 숨을 쉬면 내가 자연 속에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은 다른 것이 주는 것보다 자연스러워 나라는 사람의 시작을 생각해보게도 하고, 지나간 기억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지금은 이 갈대숲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와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때 그 당시 그곳을 바라보며 달렸던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남아있다. 자연 속으로 한 발 내딛게 되면 느껴지는 느낌은 내가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날 받아준다는 편안함을 느낀다.



& 큰오색딱따구리 - 한 점 세차게 내리치는 나무 위의 너처럼

좋아하는 일에 깊게 빠져드는 몰입의 경험을 사랑한다. 외부의 사건과 상관없이 스스로 설정한 과업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니, 몰입의 개념은 내게 행복의 지표가 되었다. -44p

전력을 다해. -46p

- 전력을 다해 무언가를 하는 순간은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한순간에 빠져드는 그때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걸 눈으로 보는 듯하다. 생각지도 못한, 큰오색딱따구리 이야기에 딱따구리가 나무에 꽉 달려 부리를 열심히 전력을 다해 쪼아대는 모습이 떠오른다. ‘전력을 다해’ 쪼아댄다. 전력을 다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는 것. 다른 어떤 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오직 이 일만 내 눈에 들어온다는 것. ‘전력을 다해’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모든 순간 전력을 다할 순 없지만, 전력을 다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이 후회되지 않게 나무에 발을 꽉 붙잡고 전력을 다해 쪼아대는 큰오색딱따구리처럼 나도 전력을 다해 독서하며 기록하고 싶다.



& 들꽃 - 작은 꽃을 피어내는 마음으로

특색 없고 밋밋한 창작물에 자신 없던 마음을 작은 꽃에 비유한 것이 미안할 만큼 그들에게는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아직도 이름을 아는 들풀보다는 이름을 모르는 것들이 훨씬 더 많지만 꽃을 발견할 때마다 한 생각이 피어난다. 꽃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줄기가 구부러져 꽃이 땅에 향해도, 이파리가 상해 온전하지 못해도 주눅 들지 않는다. 크고 화려하든 작고 소박하든 한 송이 한 송이 모두 완전하다. 꽃에서 모자람을 찾아내려는 시도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75p

- 꽃은 이름 자체로도 아름답고 모든 꽃은 꽃이라 이쁘다. 길에 나는 이름 모르는 꽃도 계절마다 나타나는 꽃도 바라만 봐도 흐뭇해지는 표정을 짓게 된다. 힘든 날이든, 즐거운 날이든 내 눈에 발견된 꽃은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잠깐 눈길을 붙잡고 보게 된다. 흑색 같던 내 기분도 그 꽃으로 인해 다양한 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우연한 곳에서 만난 꽃을 보며 열악한 환경 속 자라나는 꽃의 생명력에 도리어 내가 힘을 얻게 되는 날도 있다. 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 민달팽이 -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언제가부터는 불쌍하다는 단어를 함부로 쓰기가 어려워졌다. 타인에 대해 불쌍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나는 너보다 우월하다는 오만으로 여겨질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연민은 볼쌍사납다. 왜 나를 불쌍히 여기냐고 뭐라 항의할 능력이 없는 미물일지라도 함부로 불쌍하다고 말하기에는 한 생명체로서의 삶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88p

- 불쌍하다는 단어를 함부로 쓰기 어렵다고 이야기한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연민, 동정. 내가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남을 또는 미물을 대할 자격이 있는가. 그 자체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존재에게 그 나름의 환경과 입장과 삶이 있을 텐데. 그래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순 있지만,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로 하였다. 자연에서 흐르는 운명에 대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 박태기 나무와 계수나무 - 나무로 기억되는 사람

그때 할머니는 이 나이가 되어보니 즐겁게 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즐겁게 살아라. 그게 최고다.” 항상 흐트러짐이 없는 할머니에게서 들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말이기에, 말을 마치고 할머니가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기에, 즐겁게 살라는 문장을 할머니의 유언처럼 깊게 가슴에 새겼다. - 114p

- 저자와 저자의 할머니가 끈끈하게 느껴져서 부러웠던 문장. 나에겐 저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할머니와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많거나 관계가 끈끈한 이들을 볼 때 부럽고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든다. 즐겁게 살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셨을 것 같은 할머니, 손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진심이고 크다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처럼 웃으며 이야기하신 할머니의 말이 유언처럼 깊게 새겨진 게 아닐까.



& 물고기 - 저도 고통을 느낀답니다

- 이 챕터를 읽으면서 떠오른 두 개의 애니메이션이 있다. ‘파닥파닥’과 ‘사랑은 단백질’이다. ‘사랑은 단백질’은 어릴 때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사실 보자마자, 충격을 받았다…치킨집을 운영하는 아빠 닭이 자식 닭으로 튀긴 치킨…아빠 닭의 사연과 결국에 치킨을 먹는 등장인물. 그 모습을 보면 충격이었다. 그리고 ‘파닥파닥’, 횟집에 잡혀 들어와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파닥파닥. 수족관 속 많은 물고기와 관계들. 바다로 돌아가려는 파닥파닥은 탈출을 멈추지 않는다. 이 두 개의 애니메이션이 떠올렸던 건, 물고기와 닭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 둘은, 맛있는 식사가 되겠지만 이들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잔인하고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먹고 먹히는 순리가 자연에선 맞는 것이지만, 그리고 생태계가 유지될 필요한 일이지만 때론 잔인하게 보인다.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많은 세상이다. 그게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도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기를 바란다.



& 고양이 - 제 몫의 삶을 다하고 떠난 생명에게 존경을

그해 여름 죽음을 맞이한 생명은 이 별에서 태어나 자신의 시간을 살았다. 시끄러운 죽음이든 고요한 죽음이든, 누군가가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든 아니든 제 몫의 삶을 다했다. - 136p

- 제 몫의 삶을 다했다. 태어난 것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고, 가는 순서도 정해지지 않는, 삶은 신기하다.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곤충이든 미물이든 간에 삶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한다. 자기 삶의 길이를 알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 어떤 삶을 살았든, 그 자체로 자신의 몫을 했을 모든 생명체에게 존경을 말하고 싶다. 나도 나의 몫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고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다하고 싶다.

   책[미물 일기]와 함께 받은 굿즈. 책 표지와 굿즈 표지가 같아 마음이 든다. 함께 찍으니 더 귀여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