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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든 것들의 세계]
#이유리 #자음과모음트리플
모든 것들의 세계
죽은 이는 어디로 가는지, 상상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죽음이 고통스러울지 아니면 아무 느낌이 없는지, 궁금해하며 죽음 이후의 모든 것들을 상상했다. 어떤 이는 죽으면 천국에 가며 다른 이는 무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죽음은 인간에게 당연하기에 살아있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이들이 많은 상상을 더해 각자만의 방식대로 답을 내린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죽고 난 이후 장례식에 나를 기억해주는 이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에겐 있다. 이왕이면, 나의 마지막을 찾아와 주는 이가 많기를, 나를 기억해주는 이가 많이 있기를 바란다. 잊히면 그건 조금 슬플 것 같다, 죽은 이후에도. 기억된다는 것, 어떤 이의 마음에 남는다는 거니깐.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가 만들었을 '모든 것들의 세계'는 기억됨을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죽은 나를 기억하는 이가 없을 때, 소멸된다는 귀신의 법칙은 잔인하면서 생을 향한 마음이 조금은 죽은 이에게 남아 있다는 걸 소멸되지 않고 살아있는 귀신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인간에게 죽음은 누구나 피해 갈 순 없지만, 마지막 그 순간이 다가와 삶과 죽음 사이에 선택이 주어지면 '살고 있다'를 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만큼 삶이 더 가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이 가치 있음을 다시금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문장>
그 말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무서워할까 봐서가 아니라 무서워서라니, 산 사람이 들으면 귀신인 네가 더 무섭다며 웃어넘겼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마음이 뭔지 알 것만 같았다.
- 29p
다만 잊히고 싶지 않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건 싫고 무서웠다. 꼭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가 아니어도 좋으니, 내 세계는 끝나 없어지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세계 어느 한구석에는 끝내 남아 있고 싶었다. 하물며 그게 연인이라면 그 마음, 얼마나 간절할까.
- 30p
마음소라
제목 그대로, 내 마음이 소라 모양으로 눈으로 볼 수 있고 심지어는 내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것. 처음 읽을 땐, 마음소라의 존재가 소름이 돋았다. 내 속마음이 속이 아닌 겉으로 나와 발가 벗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끔 내 속마음을 나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걸 남이 듣게 된다면? 그야말로 환장 대 파티다. 그리고 마음소라를 줄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 그걸 받은 이만이 들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조건을 생각하면 절대 그 누구에게도 내 마음소라를 줄 수 없다. 심지어 주인인 나도 내 마음소라를 들어보지 않을 것 같다. 잘 숨겨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 나를 편하게 만들어줄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도 누구에게도 주지 않는 마음소라를 연인에게 주었으나 끝내 헤어지게 된 한 연인의 사랑 방식을 보여준다. 사랑을 주는 이와 받는 이, 주고받을 때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돌아보게 한다. 세상엔 당연한 게 없다는 말, 그건 사랑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걸, 마음소라인 속마음 전부를 주었다고 해서 받았다고 해서 사랑은 당연하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 한다.
<기억에 남는 문장>
그리고...... 물론 마지막 장은 이것이었다. 안도일은 양고미에게 마음소라를 주었으므로 안도일의 마음은 평생 양고미의 것이다.
- 50p
그러니까 큰 사랑을 되갚을 걱정 없이 받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누군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증명받는 일이 얼마나 나를 값어치 있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바로 그것이 나를, 그리고 도일을 망쳐놓았다.
- 53p
마치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무한대로 돈이 들어 있는 통장을 얻은 것처럼 나는 방탕하게 사치를 부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세상에 그런 것은 없었다. 남에게 받은 것 가운데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없고, 돌려줄 방법을 모른다면 애초에 받아서도 안 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 58p
페어리 코인
지지난, 지난해 열풍을 분 코인과 주식... 투자할 돈도 없는 나 조차도 주변에 많은 이들이 투자하는 모습을 흔하게 봤다. 투자에 대해 알지 못하는 나도 투자 관련 밈이나 드립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많은 투자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큰 바람이 불면 나무 주변 떨어진 것들이 많은 것처럼, 투자에 큰 바람이 불었어도 관심은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더불어, 주거를 마련하기도 참 어려운 때, 이를 이용해 벌어진 전세 사기 등등 한 방을 노려 하늘에 돈이 펑펑 떨어지기를 바라게 만드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의식주, 세 가지는 밥 먹는 개도 안 건드는 데 건들면 안 되는 것까지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상황이 점차 늘어나니 나의 미래도 깜깜해진다. 이런 미래 속에서 착하게만 사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 당하고만 사는 게 자신에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똑같이 나빠져야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는 지금이다. 똑같아져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참, 그렇다. 당한 이만 멍청하다고 말하게 만드는 사회가 밉다, 강한 놈만 서바이벌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 세상이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좀 오버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
"우진아, 우린 잘못한 거 없어."
"알아.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지."
우진이 내 얼굴에 붙은 티슈 조각을 떼어내며 대답했다.
"바꿀 수 없다면 우리도 똑같아지면 돼. 이왕 나쁜 놈이 될 거면 확실히, 제대로 나쁜 놈 한번 돼보자."
"응"
- 114p
이유리위원회 산하 의문규명위원회의
어떤 오래된 어젠다에 관하여
마지막 에세이가 나에겐 신선하게 다가와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도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걸고 혼잣말도 해서 그런지 웃겼다. 나를 위한 위원회, 그리고 그 위원회는 '나'를 위해 존재하며 나의 인생을 돌아보기도 앞으로를 말해보기도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나'말고는 어느 누구도 이 위원회를 알 수 없다는 것. 세 가지가 마음에 든다. 어쨌든, 먼저 '나'라는 사람을 거쳐야 '나'를 알아볼 수도 이해할 수도 질문할 수도 그에 맞는 답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저자의 위원회를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데, 이렇게 세상에 비밀스러운 위원회의 존재를 드러내니 나에겐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위원회에게 내가 받은 신선함의 좋은 기분을 전한다.
<기억에 남는 문장>
그건 그렇고, 이유리위원회의 여러 부서 중에는 가장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부서가 하나 있다. 그 이름하여 '의문규명위원회.' 이곳은 오랜 사유와 질문을 거듭하여 이유리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부서로, 이유리위원회의 설립과 거의 동시에 생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 부서는 당연히, 도대체 알 수 없는 짓들을 반복하여 제 인생에 치명적인 상처를 내는 이유리를 위해 만들어졌다. 모든 이유리 중 가장 지혜롭고 과묵하고 진중한 이유리들만이 그 부서의 위원이 될 수 있다.
- 131p
그렇다면 이유리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무엇을 원해서? 그야 사랑이다. 이유리는 사랑받고 싶어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유리가 택한 바로 그 인간에게, 전심전력으로, 언제 어디서나 변치 않는 지구 최고의 사랑을!
...... 그런데, 그런 게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 136p
나도 송서래처럼 나를 스스로 죽였어야 했다. 실패를 깨달은 순간, 내가 바랐던 건 이 지상에는 없다는 것을 안 그 즉시 스스로 모래 구덩이를 팠어야만 했다. 거기 들어앉아 밀려오는 바닷물을 어루만질 각오가 있어야 했다.
- 138p
*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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