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요즘 사는 맛]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침착맨 유튜브 영상에 박정민 배우가 나와 이야기해서 알게 되었다. 박정민 배우가 쓴 에세이에 대해 관심 갖고 찾아보면서 동시에 이 책을 발견하고 한번 읽어 봐야겠다 가볍게 생각해 빌리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배달의 민족에서 주간 베짱이를 진행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검색해보니 꽤나 흥미롭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가 간 것도 사실이다.
작가님들의 짧은 음식 관련 에세이를 읽다 보니 내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대한 궁금증, 이 음식은 어떤 맛일까? 와 음식과는 떼려야 뗄 수 없기에 읽으며 비슷한 생각과 감정이 들어 공감이 되었다. 도리어 이들의 글 속에서 나의 소울푸드가 뭐일까, 나만의 사연이 담겨있어 나만 이야기할 수 있던 음식과 추억이 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짧게라도 작가님들의 에세이 속에 내 것도 슬쩍슬쩍 끼어 이야기를 남겨보고 싶다.
완독 한 후, 들었던 생각은 '다들 먹는 것에 진심이구나.'이다. 각자만의 방법으로 각자만의 방식으로 먹고 즐김이 있었고 그 사이 추억도 스며들었으며 앞으로도 먹고 지내는 것에 이 같은 마음이라는 걸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의, 식, 주로 단순 생존을 위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식'은 우리 생활에 단순한 것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걸 작가님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르는 나의 추억, 생각 속에서 느끼게 되었다. 사소한 일상 중 하나인 먹는 것에 이렇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떠오르게 될 이야기를 상기시켜 주어서 그것만으로 든든하고 미소를 짓게 되는 책이었다.
#김겨울 - 접시 안에는 행복이 있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커피를 마신다'는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 왜냐 나 또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야 하는 일은 커피를 마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커피는 내 하루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괜스레 아침에 커피로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기운이 안 나고 무언가 놓친 거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든다. 물론 커피 중독이라 그럴 수도 있다.
맨 처음 아메리카노를 마신 기억이 있다. 20살이었던 대학교 1학년, 아주 풋풋했던 나는 처음으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전엔 무조건 셰이크 종류로 비싼지도 모르고 단 음료를 좋아했다. 그러나 용돈만 받으며 살았기에 금방 돈은 동이 났고, 돈은 얼마 없지만 카페는 친구들과 가야 했기에 그때 제일 싼 아메리카노를 처음 접했다. 마시자마자 드는 생각, 우엑.. 이거 뭐야. 석탄 먹는 기분이었다. 입 안에 들어오는 씁쓸한 원두는 20살 입맛에게 너무 썼다. 하지만 별 수 있나. 돈이 없었기에 계속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마셨다. 그렇게 마시다 보니 점차 그 매력에 빠져들었고 물 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마시다 보면 원두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 맛에 뭣도 모르고 커피 한번 배우고 싶다 생각해 한 달 단기로 커피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어떤 카페에 가나 무조건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지경으로 이르렀다. 심지어 사준다고 한 커피도 아메리카노로, 사준 선배가 비싼 거 먹으라고 했는데도 난 아메리카노를 좋아해서 그걸 시켰다.
아메리카노에 대한 사랑을 쌓아가며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는 놓칠 수 없는 나의 생활 패턴이 되었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머리가 맑아지며 정신이 또렷해져서 생활을 시작할 것 같고, 묵직한 원두의 향과 맛으로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도 하고, 단순 재료가 물에 원두 내린 샷이라서 칼로리가 적어 살찌지 않으니 물 대용으로 맘껏 마셔도 되는 마성의 음료, 그것이 바로 아메리카노의 매력이지 않을까.
#김현민 - 시절을 함께 통과하는 맛
'남이 해준 밥이 가장 맛있다.'라는 작가님의 글에 '오, 나도'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건, 내가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신도 없다. 그리고 직접 도전한 간단한 음식에서도 맛을 보고 스스로의 음식 실력에 실망했기에 요리는 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 해준 요리를 맛있게 먹고 반응하고 그릇이 깨끗이 빌 때까지 먹으려고 한다. 대체적으로 어머니가 해준 밥이 그렇다. 어머니가 해준 모든 밥이 맛있었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내 입맛에 맞고 맛있다면 꼭 맛있다고 어머니께 이야기한다. 그럼, 어머니는 맛있니? 하면서 은근슬쩍 입가에 미소를 지으신다.
남이 해준 밥이 가장 맛있다는 경험은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이지 않을까. 만약 내가 자취를 한다면 나의 요리 실력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데 과연 나는 요리라는 걸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가뜩이나 맛없는 걸로 배를 채우면 기분도 안 좋아지고 밥 먹는 기쁨도 사라지게 되어 점차 삶의 질이 떨어질 텐데... 이런 식의 걱정을 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런 특권을 누릴 때 마음껏 누리며 맛있는 밥에 대해 맛있다는 말이나 밥 먹고 깨끗이 설거지를 해놓거나 하는 방식으로 감사함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혼비 - 자기만의 맛의 방식
4편의 에세이를 읽으며 어떤 이야기를 꺼내면 좋을까 생각했지만 맨 처음 나온 소울푸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소울 푸드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간장계란밥'이다. 만드는 방법이 너무나 쉽고 간단하면서도 맛이 없을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간장계란밥이다. 이 음식을 모르는 한국사람은 없더라. 근데 만드는 방법이 각자마다 조금씩 다른 거 같다. 어떻게 만드는지 간단하게 이야기해본다. 첫째, 달걀 2개를 꺼내 달걀 프라이를 만든다. 이때, 반숙인지 완숙인지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구우면 된다. 예전엔 완숙이었는데 반숙의 맛을 알아버려 반숙으로 만든다. 둘째, 흰쌀밥에 계란 2개를 얹고 이후 간장 2숟가락, 참기름 1숟가락을 넣는다. 이것 또한 짜게 먹는 사람이라면 간장과 참기름의 비율이 달라진다. 그래도 참기름을 꼭 넣기를 바란다. 넣지 않으면 간장의 짠맛만 느껴져서 이후 물만 많이 마시게 된다. 세 번째, 숟가락으로 잘 비빈 다음 배추김치와 무조건 같이 먹는다. 이것이 내가 간장계란밥을 만들고 먹는 방법이다. 김치 말고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다. 아, 가끔 참치캔 하나 따서 기름을 버리고 참치랑 같이 먹는다. 참치가 더해지면 더욱 맛있는 반찬이 된다.
요리라고 하기 말하기 어려운 레시피로 만든 간장계란밥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만들어주던 간단 아침밥이었다. 그러다가 고3이 되면서 아침은 꼭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3, 1년 동안 아침으로 간장계란밥을 먹으며 학교를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변태스러운 점 같은데, 어떻게 아침을 먹고 학교 갈 생각을 했지. 나도 참 대단하다. 지금의 나라면 아침밥보다 잠을 선택했을 텐데. 때론 과거의 나에게 놀라는 경우도 생긴다. 어쨌든, 1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밥으로 간장계란밥을 먹었으니 지겨울 만도 할 텐데 그땐 지겹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지 아님 고3 생활이 힘들어서 뭘 먹어도 상관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렇게 먹으며 다녔다. 이후 성인이 되어 대학생이 되면 다른 요리를 하면서 다닐 줄 알았지만, 웬걸 정말 배고플 때 밥을 먹고 싶을 때 만들 수 있었던 건 간장계란밥이었다. 아직도 뭘 먹지 하는 고민이 들면 어떻게 만들어도 중박 이상으로 맛있는 간장계란밥을 만들어 먹는다. 많은 재료도 필요 없이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설거지도 많지 않고 반찬도 김치만 있으면 되는 간장계란밥. 먹다 보면 든든해 밥 한 끼 잘 먹은 듯한 기분을 준다. 이걸 쓰고 있으니 다음날 아점으로 간장계란밥 해 먹을까 고민이 된다.
#디에디트 -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다면
혼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혼밥으로 도전하긴 어렵다. 매번 혼밥 하기 쉬운, 내가 먹었던 것들만 먹는 성향이다. 그러나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을 땐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성향이 전혀 아니지만, 동행인이 괜찮다고 하면 같이 먹으러 간다. 최근에 시도한 게 크로플이었다. 크로플이 한참 유행하고도 남았을 무렵 나는 한 번도 크로플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딱히 큰 관심을 두진 않았던 거 같다. 이후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무엇을 먹을까 고민 중에 자신이 알고 있는 크로플 맛집이 있다며 소개해주었고 같이 가게 되었다. 엄청난 궁금증으로 간 것은 아니었고 그 당시 만난 후배를 좋은 친구로 여기고 있었기에 맛있다고 소개해준 곳이라면 맛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갔던 거 같다. 그 당시 갔던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이 올라던 크로플은 맛있었다. 크로플도 크로플이었겠지만 정말 맛있게 먹고 이야기하던 후배의 모습을 보고 내가 대신 기분이 좋았던 거 같다. 이후 그 후배와 연은 끊어지게 되었지만 그때 먹었던 크로플은 맛있었기에 종종 사 먹게 되는 나의 귀여운 후식이 되었다.
또 하나의 식사는 가족과의 식사 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 저녁에 가족이 모여 무조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우리 가족만의 문화가 되었다. 만들어 먹는 것보다 배달음식이 많지만 가족이 많기에 많이 많이 시켜 배 터질 때까지 먹고 떠드는 것이 주말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행사가 되었다. 먹는 음식은 비슷하지만 성인이 된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먹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 순간은 어느 것보다 재밌기도 하고 편안하고 소중하다. 비슷한 걸 먹어도 모여서 하하호호 웃으며 똑같은 이야기에 싸우고 지지고 볶는 일상적이고 특별한 건 없어 보이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다면 그 어떤 음식이든 최고로 느껴지는 마술 같은 순간이 아닐까 한다.
#박서련 - 의식의 흐름의 흐름
읽으며 흐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던 글이었다. 작가님의 흐름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하하 하며 흐름의 글에 어떻게 나도 따라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름 중, 마지막 후식의 흐름이 가장 여운이 남는다. 그 이유는 뭐랄까, 글 중 엄마의 한 마디였던 거 같다. '내가 딸 덕분에 이런 음식도 먹어보네' 하면서 웃으며 이야기하실 어머니의 모습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던 건 아닐까. 읽으며 우리 엄마가 생각이 났다. 물론 이건 내가 우리 엄마를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각일지도 모른다.
참으로 우리 엄마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 우리 가족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무엇을 시킬지 정하는데 그때마다 엄마에게 물을 땐 엄마는 안 먹으니깐 너희들끼리 시켜. 엄만 밥 먹을 거야. 항상 이런다. 가족들이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일주일에 한 번인 가족단합과 같은 이 식사에 엄만 항상 배달음식보단 밥에 김치에 반찬에 밥을 먹는다. 이런 모습이 여러 번 반복되니 왜 그런지 궁금해 물어본다. 엄마, 엄마는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해? 그럼 항상 대답은 밥 좋아해. 그럼 구체적으로 들어가 본다. 그럼, 한정식에서 나오는 그런 한식 좋아해? 아니, 그럼 나의 반응은 머리에 물음표 3개가 달린다. 음??? 이렇게 말이다.
어물쩍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어물쩍 넘어가지만, 우리 엄마에게도 좋아하는 후식, 디저트가 있다. 그런 바로 아이스크림 케이크. 동생의 생일 때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은 뒤로는 엄마의 가장 좋아하는 후식이 되었다. 케이크 형태가 아닌 아이스크림 통에 담긴 건 잘 안 먹다가 케이크 모양으로 된 걸 보면 맛있게 먹는다. 참 알 수 없는 엄마의 식성이다. 그 뒤론 많이는 아니지만 디저트나 후식은 맛있다. 하는 것들로 구해와 같이 먹으려고 한다. 먹을 때마다는 아니지만 엄마는 때때로 니들 덕분에 이런 맛있는 것도 먹는다며 그냥 흘러가는 듯 이야기한 것이 기억에 난다. 그때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에 글을 읽고 다시금 떠올랐나 보다. 세상에 참으로 맛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지만 다 먹어보기는 쉽지가 않는 거 같다. 완전히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이 제일 맛있고 제일 만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건 나이가 들 수록 편한 음식을 먹는 거 같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새로운 맛있는 걸 먹을 때 맛있다며 소녀같이 웃으며 먹는 모습을 보며, 니들 덕분에 이런 걸 먹어본다는 얘기를 들으면, 맘 한편으로 더 맛있는 걸 접하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과 나 혼자 맛있는 걸 먹으려 했었던 과거의 내가 생각이 나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든다. 다음에 어떤 맛있는 후식을 엄마에게 소개를 해야 할까 고민해야겠다.
#박정민 - 밥 한술에 행복, 또 한술에 극락
침착맨 영상에서도 봤듯 에세이의 대부분에 침펄풍이 어떻게 등장되는지 궁금해 찾으면서 읽게 되었다. 정말 한 에세이에 한 번은 등장하는구나. 그의 침착맨 사랑이 느껴졌다. 나 또한 하루에 한 번은 혼밥을 한다. 혼밥 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물론 무엇을 먹을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보면서 먹을까에 대한 고민이 새삼 진지하다. OTT에 들어가 검색해보아도 찾지 못하면 결국 유튜브로 찾다 찾지 못하면 결국엔 검색창에 침착맨을 검색한다. 최근의 영상을 볼 때도 있지만 정말로 밥 친구를 찾지 못할 땐 내 기준 가장 웃기고 침소리로 가득해 밥 먹으며 아무런 생각도 걱정도 하지 않을 영상을 찾아 튼다. 아마도 그 영상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타이밍에서 웃는지 어떤 침소리를 하는지를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본다. 그래도 여김 없이 같은 포인트에서 웃는다. 그렇게 밥을 먹으면 든든하진 않지만 혼자 먹는 밥 외롭지 않게 웃는다는 감정을 느끼면서 즐거운 식사를 한 것 같다. 꽤나 신기하면서도 편안하면서도 외롭지 않은 시간이다. 혹 혼자 밥 먹을 때 무언가를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침착맨 영상을 스리슬쩍 추천한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침착맨 채널 구독자임을 숨기고 다닌 때도 있다. 나의 아저씨스러운 취향을 남에게 들키는 것 같아 선뜻 침착맨 구독자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최근 주변에 많은 침착맨 팬들이 있음을 직접 느끼고 나선 추천 해주고 있다. 누군가는 그의 채널이 개소리, 침소리라 이야기해도 나에겐 보기만 해도 뻘하게 웃을 수 있는 보통의 아저씨 같아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한 번쯤 봐도 괜찮지 않나? 혹시 알아 내가 아저씨스러운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일지 내가 침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일지 보기 전까진 아직은 모르니까 말이다.
#손현 - 누군가가 누군가를 먹이는 일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아마 이 부근 쯤 나는 집중력이 상당히 떨어진 채 읽었다는 점을 유의하며 글을 써본다. 부모의 의 입장에서 쓰신 글들이 많았는데, 사실 난 아직 미혼이다. 그리고 남자 친구도 없고, 최근 열심히 본 금쪽이네를 보며 육아는 어렵구나. 나 또한 제대로 된 사람일까. 내가 만약 아이를 낳으면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한 이후 준비되지 않다면 절대 낳으면 안 되겠구나. 하며 결론을 지었다. 이 생각은 언제가 바뀌기도 하겠지.
부모의 입장에서 쓰신 육아을 읽으니, 나를 먹인 우리 엄마, 아빠는 하며 생각이 들었다. 4남매를 키우시는 것이 쉽지 않았겠구나를 또 생각한다. 가뜩이나 4명이라 드는 돈도 많은데 식욕도 많았던 4남매는 과자를 사 오면 무조건 4 등분을 했다. 무조건 4등분. 누가 더 많이 가져가고 덜 가져가고는 없었다. 그리곤 자기만의 식량 아지트에 넣었다. 만약 누군가의 것을 몰래 먹는 것이 들키면, 그날은 전쟁이었다. 수많은 전쟁의 끝에 성인이 되었고 전쟁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먹는 것엔 4남매는 4등분으로 나눈다. 참, 어릴 때 버릇은 끝까지 간다는 말은 이렇게 실현되어 우리들의 눈앞에 매번 보인다. 치열하게 자식들을 먹였을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글을 끄적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먹이는 일, 사랑 없이 하기 힘들다는 걸 작가님의 글뿐 아니라 잘 먹여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것, 감사한 일이다.
#요조 - 먹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대로
책을 읽다보면, 어느 부분은 집중적으로 읽게 되고 어느 부분은 집중이 흩트려지며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로다. 하며 지나가는 때도 있다. 아예 기억이 남지 않았던 글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글을 읽기엔 조금 부족한 상태였던 것 같다. 작가님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기억에 남는 건, 커피에 관한 글이었는데 내가 커피 중독자이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중독은 인정하겠다. 커피가 내 앞으로 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거치며 오게 되었는지 커피를 배우면서 알게 되었을 때, 작가님의 이후의 행동과 생각을 읽으며 조금 반성했다. 너무나 손쉽게 얻어지거나 자주 접하게 되면 그것이 특별치 않는 평범한 아님 그 이하의 가치를 매기곤 한다. 내가 커피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커피 중독이 되면서 다른 음료, 홍차나 다른 차 종류를 시도하다 말았는데 그 글을 읽으니 집에 남아 있는 비싼 홍차를 다시 꺼내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홍차로 하루를 시작해보겠다.
#임진아 - '나'라는 손님을 대접하는 중입니다
5개의 글을 읽으면서, 본인이 정한 제목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먹는 주체인 '나'라는 사람을 손님으로 대접하는 글을 읽으니 나 자신을 진정 존중하는 구나. 를 느끼게 된 것 같다. 그중, 요리의 재료로 중요한 것이 마음이라는 것과 창을 통해 불어오는 달콤한 냄새에 관한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즐겁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밥을 준비하고 먹느냐도 식사의 질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몸 상태가 매우 안 좋거나 마음의 상태가 극도로 우울하고 무기력해질 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다 할지라도 입에 들이고 싶지 않게 된다. 또, 먹더라도 먹기 싫은 사람처럼 깨작, 깨작하는 모습으로 정말 엄마가 보면 등짝을 세게 칠 것 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그래서 적당히 배고프면서 적당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마음으로 밥을 먹으면 그날은 뭐든 잘 지나간 하루라고 생각한다. 참, 별 것도 아닌데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도 먹는 이후의 내 일정도 달라지니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보면 모르겠고 또 어떻게 해주면 달라지는 이 마법과도 같은 신기한 영역이다.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해봤다면 좀 더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냄새는 내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지하철 4호선을 많이 이용하는 때, 항상 4호선 사당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는 길고 긴 통로를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빠르게 걸어가는 그 순간 놓칠 수 없는 냄새가 있다. 맞다, 바로 아침에 구운 빵 냄새이다. 한번 맡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나를 유혹하는지. 빵 냄새를 맡고 있음 그 냄새가 나는 근원지로 내 몸은 어느새 저절로 따라가고 만다. 특별한 냄새는 아니지만 아침에 만드는 빵 냄새는 냄새만으로도 어느 맛집 베이커리에 있는 듯한, 유럽에 있는 듯한 기분을 상상하게 만든다. 바쁘게 지나가는 날이었지만 배고픈 아침 어느 때엔 그 빵 냄새만으로도 빵 값을 내어주고 싶은 기분 좋은 냄새였다.
#천서란 - 오늘의 한 끼를 신중하게 고르는 마음
제목과 딱 떨어지는 한 끼를 신중하게 고르고 선택하는 마음이 글 마다 느껴졌다. 그중, 한 지붕 아래 이토록 다른 식성을 읽고 나서도 우리 집 사람들의 다른 식성이 떠올라 간단히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같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 낳지만 나와 내 동생들은 성격도 먹는 것도 다르다. 참으로 신기하다. 때론 가족 맞나 하는 물음표가 머리 위로 떠오른다. 우리에게 이 같은 식성을 준 엄마, 아빠 또한 먹고 싶은 것이 다르다는 것. 인간의 취향은 다양하다는 걸 피과 같은 가족 사이에서도 충분히 느낀다.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가 한식이라도 좋아하는 한식 음식이 다 다르지만, 외식을 할 땐 모든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배려하며 음식을 고른다. 배려해서 음식을 고른다 할지라도 100%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식구는 너무 많다. 그러니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야 그래도 밥이라고 먹고 온다.
식구가 많아 어릴 땐 먹는 것에 죽자 살자 하며 내것을 챙기기가 급급했지만, 그래도 나이가 드니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기에 무엇을 사갈 때 외식을 할 때, 나 보단 가족의 식성을 생각해 고르기도 한다. 물론, 열의 열이 아니라 6:4의 비율로 생각하며 고른다고 생각한다. 받는 가족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면 받아들이겠다. 서로의 식성을 알기에 먹는 것도 배려하며 양보하는 걸 보니 어른이 된 것인가. 하며 스스로 칭찬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서로를 위하며 잘 먹고 맛있는 음식 먹음 달려가 소개하며 지내고 싶다.
#최민석 - 소문호의 먹고 싶는 이야기
긴 글을 쓸 것 같은 에너지와 집중력이 사라졌지만, 마지막 읽었던 존재감에 관한 에세이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깍두기'라는 말, 어릴 때 친구들과 놀 때 쓰고 한참을 잊었던 말인데 최근 한 sns에서 깍두기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린 것을 보고 다시금 생각했다. 그 당시 학폭에 대한 일로 많은 기사들과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며 다시 한번 더 이야기가 되었다. 깍두기라, 왕따라는 말과 나란히 놓아 보니 한 끗처럼 보이기도 하다. 뭔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꺼내지지 않는 걸 보니 많은 말은 삼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감이 없는 깍두기라고 했지만, 어떻게 보면 소외보다 포용으로 다 같이 놀고 떠들고 지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요즘은 서로 포옹하기도 힘든, 사실 남에게 관심을 두기 보단 각자만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며 듣지 않는 거 같아, 깍두기라 이야기하기 힘든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보면 들어보려고 마음을 내어본다. 사실 내 코가 석자라 힘들어요. 이럴 때도 있지만, 나 자신만 생각하고 살아가기엔 너무 넓은 세상이지 않은가. 깍두기면 어떻고 콩나물이면 어떻고 시금치면 어떻겠는가, 넓은 세상 속에서 모두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인데. 소중한 존재들을 놓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점차 넓히며 살아가고 싶다.
#핫벨트 - 맛은 늘 가까이에 있어
마지막에 읽어서 일까, 기억에 진하게 남아 있을 때 글을 써야 막힘 없이 술술 나온다. 내게는 원더걸스 예은으로 기억되었던 분이 쓴 에세이라서 그런가, 처음 읽은 에세이 같다. 부드럽게 이야기하듯이 넘어가는 글로 읽기 편하고 나 또한 경험해보고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상상하기 편했던 글이다.
그 중, '김치'에 대한 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나도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는 김치이다. 김치는 어떻게 먹어도 맛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매 식사마다 김치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2년 동안,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리거나 코로
나에 걸린 사람과 접촉한 적이 없어 코로나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코로나 감염자 수가 심각하게 나왔을 때, 걸리지 않는 나를 보며 '나는 엄청난 슈퍼 면역자인가 봐. 대박. 그게 나였어!' 라며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왜 나는 걸리지 않았을 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물론,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는 아싸 기질과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나의 생활 반경이 집, 알바, 집, 알바가 되어버린 생활, 집순이 성향이 더해져서 극강의 숨만 쉬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이유만 생각하면 스스로에 대해 민망하기도 창피해지기도 하니, 아마도 김치를 많이 매 식사마다 빠지지 않고 먹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며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김치가 건강 음식이라고 아니깐, 하며 나의 면역 체계를 지켜준 김치, 너 정말 대단하다. 하며 김치의 위력에 놀라곤 했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닌 나의 뇌피셜이기에 웃으며 넘어가 주길 바란다. 김치의 위력를 맛 본 이후로도 계속해서 김치는 앞으로도 영원히 내 식탁에 등장해 어떤 음식과도 어울려지며 스스로 건강해지고 있다며 증명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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