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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시집 Review : 배시은 시집 [소공포]

by hyemhyem 2024. 5. 17.
[소공포]
배시은 시집

 

 

 

 최근에 민음사 북클럽을 가입했다. 이전에 구독한 민음사 유튜브 쇼츠에서 배시은 시인의 시집을 추천했다. 가만히 보다가 시집 제목이 '소공포' 라길래 뭐지? 싶어서, 뜻이 전혀 예상치 못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특정 시인의 시집을 읽는 편이 아니기에, 매번 만나게 되는 시집은 매번 새로운 시인과 나와 처음 만나는 소개팅 자리 같다. 두근거리면서도 처음이라 낯설면서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며 시집의 첫 장을 편다. 이번 배시은 시인의 시집 [소공포]도 첫 만남을 기대하며 읽었다.

 

 1부~4부까지 전체 시집을 읽게 되니, 떠오르는 건 시집의 제목 그대로였다. 뚫린 구멍을 통해 보이는 또 다른 내 모습, 또 다른 상황, 또 다른 단어들. 마치 나의 영혼이 본체로부터 나와서 또 다른 걸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시인의 표현 중, '무엇이든 액자에 가두는 용기'라는 표현이 이 시집을 대표하는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손으로 액자 모양을 만들어, 어느 하나에 초점을 두어 바라보면 한 순간에 집중해 온전히 그 모습을 내 눈에 간직할 수 있다. 그처럼 시인은 액자의 크기를 작게 만들다가도 크게 만들다가도 적절하게 조절하며 표현하는 시에 나도 같이 따라갈 수 있었다.

 

 더불어, 시 안에 같은 시구를 반복하면서 그 반복이 읊조리듯, 마치 혼잣말을 반복하는 사람처럼 입 안에서 시구들을 굴리는 듯한 느낌이 곳곳에 느껴져서 마치 사탕을 입안에서 이리 저리 굴리며 그 특유의 맛을 느끼는 것처럼. 그런데, 입안에서 굴리면서도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배시은 시인의 시집 [소공포]였다.

 

 

 


_마음에 들어온

 

무슨 소원을 빌었냐는 질문에 대답 못 했다. 소원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빌 수 있는 소원이 없다. 사람들이 소원을 빌 때 그리고 소원을 발설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꾹 다물 때 사람들의 속내라는 것이 아득히 멀고 무섭게 느껴진다.

 자 소원을 빕시다.

_역소원, 22p

 

 

 나는 그것을 믿는 것 이상을 원한다

 나는 그것을 믿는 것 이상을 원한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을 이대로 끝날 때까지 복기

하면서 그래 그래 내 쌍둥이의 영혼이 맞장구친다

_은점토, 34p

 

 

문은 영혼으로 꽉 찼다

 

 영혼에는 기체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공간을 완전히 채우려는 성질이 있다

_체크아웃, 107p

 

 

무엇이든 액자에 가둬 봐

「이렇게」

「그럴듯하게

.

.

.

 나는 이 작품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반해

버렸다

 

 도록은 집에 가져가서 엽서를 만드는 데 쓴다

 

「무엇이든」 액자에 가두는 용기로

_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반해 버렸다,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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