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대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돌아보니, 복수전공과목 중 '데이터'와 관련 수업을 수강했을 때였다. 처음 '데이터' 또는 '분석' 하는 행위가 앞으로 미래 시대를 예측하고 맞이할 수 있는 무기라 생각해 열심히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이 반짝 올라왔었다. 그러나, 깊이 가면 갈수록 나의 머리론 부족하다는 걸 일찍부터 깨달아 관심 있는 정도에서만 멈췄다.
이후 코로나가 시대를 휩쓸고, AI가 chat GPT가 급부상하면서 점차 다가오는 미래는 어떨지 점점 더 예측할 수도 미래의 나도 어떨지 상상하기 어려운 현재가 된 것 같다. 각종 미디어에서 뿜어내는 정보들을 쉽게 접하면서, 무엇이 맞는지 거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란 너무 힘든 지금.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의 말이라도 들어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진다.
책[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이 책의 저자, 데이터 분석가인 그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분석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화제를 던지며 미래를 생각할 길을 터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으로의 시대를 5장의 제목으로 나눠 자세히 설명하면서, 크게 아우를 수 있는 단어로 '권위', 우리를 휘두르는 그 힘의 실체가 정당한지를 살펴보자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아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는 '권위'가 어떠한지를 보자는 그의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으로 모든 게 적절히 읽힌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면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들,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나만이 가진 생각이 아닌 지금 이 시대, 나와 비슷한 이들이 함께 지니고 있는 가치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지금 이 시대가 한 세대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앞으로 이 세대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그 모습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는 걸, 더욱더 인지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어떨지 명확해지는 단어가 이 책 속에선 '핵개인' 과 '미정산 세대'였다. '개인'보다 더 작고 좁은 의미가 등장할 수 있다니, 의무를 짊어지지만 그 짐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세대가 등장한다니. 생각만 해도 살짝, 아니 좀 두려워지는 단어다. 이러한 단어가 지닌 진한 부정의 의미를 희석할 수 있는 제도, 아니면 새로운 인식이 새로운 단어가 우리에겐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문장
제1장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K 프리미엄, 국적은 사라지고 스타일은 남아
정글에서 토착 부족이 권한 음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먹으면 그 즉시 환대 받는 정서와 비슷합니다. '너도 이 느낌 알아? 그럼, 나도 알아.' 결국 K테스트는 '너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냐'를 묻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_K컬처에 경계선이 있을까?, 35p
'서울러'라는 소속감 혹은 구별짓기
'나의 몸'은 중력과 위경도의 경계로 제한된 지표면의 물리적 국가에 있지만, '나의 세계'는 분할하며 세계관 또한 나눠지고 있습니다. 무중력 멀티버스의 시민이 되어가는 자신에게 물리적인 국가는 베이스캠프 또는 정거장 정도로 역할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_나의 세계관이 나의 경계, 45p
우리 사회는 생존을 위한 집단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던 시절에서 개인의 소중함 역시 중요하다고 보듬는 사회로 이행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습니다. 이후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고 다변화되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며 각자는 발밑과 머리 위의 격변에 현기증을 느끼며 숨 가쁘게 적응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각자가 서로의 어려움을 감싸 안기에는 아직 버거운 것입니다. 그래서 대화는 더욱 어렵고 상호 이해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입니다.
_'국가 부도'의 기억, 46p
국경의 문화적 윤곽이 희미해질수록 더 디테일한 '구별짓기' 체계가 생겨난 셈입니다. 유니버스는 다층화되고 세계관은 넓어지는데 물리적 공간의 구별 짓기는 더욱 세세하게 심화되고 있으니, 인간의 모순성이 새삼 피부로 느껴집니다.
_각자의 선택, 도시 국가 51p
'국민교육헌장'의 공허한 메아리
따라서 젊은 층은 자신들의 번영과 생명력을 제한하는 그 모든 것을 '권위적'이라고 느낍니다. 앞으로의 핵개인들은 '권위적이다'라는 말 자체를 더욱 혐오의 감정으로 받아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_권위주의 잔혹사, 75p
제2장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
작가는 사라지고 장르만 남는다
단순한 근면함과 순응성은 이제 진화 과정에서 덜 중요해집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불필요합니다. 답이 있는 문제는 AI가 풀 것이고, 인간은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역할로 분업이 이루어질 터이기 때문입니다.
_생성형 AI는 영어를 좋아해, 126p
제3장 채용이 아니라 영입
대학은 입학만, 졸업 혹은 창업은 당신의 선택
부모들은 먼저 살았다는 이유 때문에 아는 척해야 하는 책무에 놓여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나도 잘 몰라, 함께 고민하며 탐색해 보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입시 과정과 사교육은 고도화되었는데 입시 후의 대학 생활과 진로에 대한 논의는 유예되었습니다. 행위는 전문화되었는데 목표는 전문화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과거와 현재의 단서만으로 미래를 단정 지어 진로와 교육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와 다가올 미래를 제대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_길잡이도 몰랐던 길, 161p
제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
아버지를 고용한 딸, 가녀장의 시대
건전한 부모 자식 관계는 무리한 요구는 거절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무엇보다 거절당한 후 상처받지 않는 '상호 신뢰'와 '막역함' 또한 이러한 관계의 선행조건입니다.
_대등함, 막역함, '새로운 가족'의 노사관계 220p
죄책감은 나의 몫? 주고받음의 아름다움
가장 아름다운 것은 서로 깔끔하게 주고받는 것입니다. 또는 주고받는 게 없는 관계이거나 말입니다. 받는 걸 당연히 여기거나 '나는 적어도 이만큼은 받아야 하는데'라는 자세는 위험합니다. 어린아이도 용돈을 받으면 고마워할 줄 압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움직이는 일종의 '염치'라는 것입니다.
_민폐와 염치의 밸런스, 236p
'영웅시대'에는 효도가 필요 없어
지금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가치는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입니다. 나이를 기반으로 선을 긋고 구분 짓기를 반복한다면 각자가 서 있는 삶의 토대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생애주기에 대한 적응은 어떤 연령대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오래가고 함께 가는 공존을 위한 전체는 타자화를 멈추는 것입니다.
_60대에 절정 이루는 효능감, 259p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이다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각자 잘 사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며 교류할 때 의무는 경감되고 우리의 삶은 더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현명해지고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자 '나'를 지킬 수 있는 핵개인들의 사회를 꿈꿔봅니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입니다.
_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이다, 263p
제5장 핵개인의 출현
미정산 세대의 필연
앞으로는 다 돌려받지 못하거나 원하는 만큼 다 돌려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느끼는 세대가 나올 것입니다. 이들을 '미정산 세대'라 부르고자 합니다.
_굴레를 끊는 용기, 306p
5분 존경 사회
모든 것은 연쇄작용입니다. 우리를 길러준 세대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두의 삶이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상호부조와 이연된 보상 시스템으로 서로 의존에 의존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완전체로 자립이 가능한 구조를 함께 만든다면 결국 그 선순환이 돌고 돌아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돌봄이 닿을 것입니다. 마음의 빚짐과 실천의 되갚음을 이전의 세대로 한정하지 말고 전체 사회에 더 크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_어른, 핵개인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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