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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시집 Review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

by hyemhyem 2024. 3. 28.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시집

 

 

 

시집을 읽고 나서

 

 책 블로그를 아주 소소하게 운영하지만, 생각보다 난 작가에 대해 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한강 작가의 책은 많이 들어봤지만, 소설보다 시집으로 그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책알못 같아서 스스로가 웃겼다. 

 

 처음 읽게 된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시에, 언어에, 무언가에 닿고자 하는 닿지 못해도 계속 나아가는 시인의 모습'이었다. 이런 표현이 내가 느낀 것을 제대로 나타내고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글로 표현하고 싶어서 곰곰이 생각하면서 정리한 느낌이니 귀엽게 봐주시기를.

 

 시집 뒤에 해설을 읽으면, 내가 느낀 것들을 좀 더 매끄럽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집 해설을 읽을 때마다, 해설하시는 분들의 이해력과 문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부럽다. 

  이번 해설은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언어와 동거하는 시인' 이란 걸로 한강 시집을 하나로 표현한다. '언어'는 순수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사람 간에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고, 모든 것들을 눈으로 보이게 표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롭고 순수한 도구 같아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언어를 불편하게 사용하는 모습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해설의 말처럼 타락해 버린 언어의 세계를 우린 만나고 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언어를 한강 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고, 어떻게 언어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지를 은밀하게 시 속에 담아 보여준다. 그리고 언어만이 할 수 있는 것. 사람의 생각, 느낌, 마음 속 담아둔 보이지 않은 것들을 언어라는 채널을 통해 비추는 시인의 모습이 예술의 영역을 조심스럽게 다가가 작은 손길로 어루만지는 것 같아서, 마치 조금은 예민한 고양이에게 물려도 다가가는 집사의 모습 같아서 좋았다. 서랍에 뒀다 잊었던 저녁을 때때로 꺼내 먹고 싶은 한강 시인의 시집이었다. 

 

 

 

기억에 남는 시들

 

1부 새벽에 들은 노래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_새벽에 들은 노래 3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서 더 고요하던

그 돌

_파란 돌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2부 해부극장

 

나는 피 흐르는 눈을 가졌어.

 

그밖에 뭘 가져보았는지는

이제 잊었어.

 

달콤한 것은 없어.

씁쓸한 것도 없어.

부드러운 것,

맥박 치는 것,

가만히 심장을 문지르는 것

 

무심코 잊었어, 어쩌다

더 갈 길이 없어.

_피 흐르는 눈

 

조용한 날들 2

 

3부 저녁 잎사귀
4부 거울 저편의 겨울

 

여름날은 간다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_몇 개의 이야기 6

 

거울 저편의 겨울 2

 

거울 저편의 겨울 12

 

5부 캄캄한 불빛의 집

 

내가 홀로 울 때면

내 손금을 따라 조용히,

떨며 고여 있다

_무제

 

오이도

 

서시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_서울의 겨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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