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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
#와글와글두번째이야기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늦은 밤이었기에 숨 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고 모두들 자고 있다. 힘들고 고된 날이었지만, 발소리를 낼 수 없었다. 혹여, 누군가 깰까 싶어 조심스럽게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내 방 침대에 누우며 한숨을 쉬었다. 정리해야 할 것들은 아직 많은데, 몸은 침대를 벗어나기 힘들었고 무거운 눈꺼풀은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처럼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뚜렷하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이뤄지려면 아직은 멀었기에. 고달픈 생각은 접어두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 방을 나간다. 씻으면서도 생각에 잠긴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처럼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잠들기 전까지 이 생각이 나를 놓아줄 마음이 없나 보다. 그러다 눈물이 찔끔. 흐르는 물속에서 나의 눈물을 흘려보낸다. 잠시라도 보내줘야 고달픈 생각이 나를 떠날 것 같아서다. 그렇게 한참 따뜻한 물로 나를 위로해주고 나와 거울로 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피곤해 보이지만 한참 울어서 그런가 어딘가 후련해 보인다. 그런 나를 쳐다보며 오늘 하루 수고했다며 짧게 응원하고 잠에 든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이기를 바라며.
책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는 한 명의 편집자와 쓰기 위해 불을 켠 9명의 글쓴이가 자신의 글을 담아낸 책이다. 자세한 프로젝트를 알지 못했지만, 한 단어를 주면 그에 맞는 이야기를 각자만의 이야기로 쓰고 하나로 엮는다. 주어진 단어는 순서대로 사이, 책장, 엽서, 커피, 오래된 물건, 달, 포옹 그리고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글이다. 그래서 나도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아주 짧은 글을 써봤다. 한번 써보니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내 선입견이 조금은 옅어졌다. 나도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기쁘기도 하고 책을 쓴 9명의 글쓴이 모두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지 상상이 갔다. 같은 단어를 제시했지만, 각자 표현한 글은 다 달랐다. 이 점이 제일 흥미로웠다. 비슷한 글이 하나도 없었다. 어쩜, 사람은 이래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가 겪은 경험과 환경과 생각이 다르기에 나오는 글도 다르구나. 그 글마다 저자의 표현방식이 전하는 느낌이 다르니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내 피부에 닿는 기분이 달랐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어떤 글을 어떤 분이 썼는지 알려주니 각 저자의 글을 모아 다시 보니 글이 서로 닮았다. 이것도 참 신기하다. ‘나’라는 사람이 다른 주제로 쓴 글이지만 한데 모아보니 ‘나’라는 사람 그 자체였다. 어쩜, 사람은 이래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도 이런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나도 나만의 글을 써내고 싶다는 마음이 진해졌다.
기억에 남는 문장
사이
‘내가 싫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예의를 지켜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이라는 단순한 지표 하나로 처음부터 반말할 사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존댓말, 반말이 존재하는 드문 나라죠. 그렇다면 기왕이면 존댓말을 기본으로 의사소통을 시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좋지 않을까요.
- 우리가 반말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임발 28p
책장
작년 12월 어느 날부터 지금까지 읽은 도서 목록을 살펴봤다. 그리 일관성이 보이는 것 같진 않다. 무거울 땐 가볍게, 고통스러울 땐 위로를, 배우고 싶을 땐 지식을 채우는 것으로 내 옆을 채웠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꼭 삶의 목표와 일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가 믿는 신께 원하는 것을 주세요라고 기도할 때 가장 가까이에서 답을 찾도록 만들어낸 것이 바로 책이 아닐까. 고로 삶의 성지는 책장일지도.
- 어떻게 살고 있나 #Jeiya 44p
커피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나만의 레시피로 아빠에게 인생 최고의 커피를 선사하고 싶다. 나란히 앉아서 뜨거운 커피 한 모금으로 입을 적시고 싶다.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는 어땠냐고 묻고 요즘 힘든 건 없냐고 묻고 아빠의 꿈은 뭐냐고 물을 걸 그랬다. 옆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던 철없는 어린아이가 어느새 아빠를 닮아 커피 한 잔에 외로움을 씻겨내고 있다.
- 원두는 두 티스푼 설탕은 한 티스푼 #유영 80p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떠난 엄마는 이제 해답을 찾았겠지만, 나에게 이야기해줄 수 없으니 그 질문은 내게 여전히 질문으로 남는다. 다만 남겨진 나는, 훗날 내가 떠난 이후 남겨진 이들의 마음은 알 것 같다. 함께하는 많은 시간, 행복한 이야기들이 ‘추억’이거나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 할 것임을 이제 안다. 그러니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한마디 건네본다.
“같이 커피 한잔할까요?”
- 커피를 마실 때 #전명원 85p
달
다시 갈 수 없는 시간에는 당연한 그리움이 따른다. 그렇기에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남아있음이란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달을 보러 가는 시간 #소랑 126p
작은 창문 밑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너의 메시지를 다시 들여다봤다. 달이 동그랗다는 한마디가 그리고 네가 나를 일으켰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지금까지 네가 내게 보내온 문자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었다. 너는 내 답장이 없어도 굴하지 않고 위로의 말을 해왔다.
- 어둠 속에 존재하기 #유영 136p
*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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