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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아의 나라]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문화 상대주의’란 단어를 배운 날,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나의 전공은 문화인류학과이다. 역사 쪽으로 가고 싶었으나, 최대한 비슷한 학과로 문화인류학을 선택했다. 인류학에 대해 하나도 몰랐고,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사람이었는데. 문화 인류학을 통해 사회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그리고 문화 그 속에 담긴 다양한 현상이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배움의 과정 속에서 ‘문화 상대주의’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였다. 문화라는 것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 각각의 배경이 있기에 나타나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 한 문제에 한 가지 답만 있지 않다는 것. 그래서 문화는 신기하고, 다채롭고,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현상인 것 같다. 이렇게 긍정적이게 받아들이면 좋은데,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도 있어 어떻게 해석하고 언급하느냐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며칠 전, 히잡을 쓰고 있지 않아 경찰에 불려 간 한 이란 여성은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으로 이란에서 많은 여성이 들고일어났다. 참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문화로 봐야 할지, 인권 문제로 봐야 할지 어려운 문제다. 한 가지 답으로만 내리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문화란.
어려운 문제를 풀고 해석하는 걸 알려주는 게 바로 문화 인류학. 특히 현장 답사를 통해 직접 연구하는 지역에서 생활하며 피부 표면으로 그곳의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다. 문화인류 학과생으로 4박 5일 정도의 답사를 경험했었다. 갈 때마다 쉽지 않았던 답사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책[리아의 나라] 저자인 앤 패디먼은 무려 7~8년 동안 몽족, 그리고 리아의 가족과 미국 의료계 사이를 관찰하며 벌어지는 현상을 분석해 기록한 것이다. 진정한 문화 인류학자다. 600페이지 정도의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저자가 ‘진심으로 몽족의 역사, 이주, 생활, 문화 등’을 기록했구나,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고, 인류학적 관점으로 관찰하며 다양한 이들과 라포를 쌓으며 현장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 제목 아래에 쓰여 있는,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이 말이 정확히 글 속에 놓여있으며 문화의 경계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몽족인 리아의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단순한 시작이 아니었다. 이것은 서로의 문화가 다름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서로 양보하며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하며 대화로 풀어가야 하는 시작이었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선 몽족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기나긴 여정을 알아야 했고, 이 여정을 저자는 찾아보면서 점차 몽족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불어 미국 의료진의 입장과 이들만의 의료 문화를 통해 몽족이 어떻게 보이는지, 앞으로 어떻게 소통하며 살아가야 하는 지를 저자는 수많은 관련 이들과 인터뷰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매우 세세히 관찰하며 기록했다.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몽족의 역사를 보면서 이들이 자신만의 민족성을 잃지 않고 다른 지역에 정착해 살아왔다는 점이 놀랐다. 문화 간의 우열을 따지긴 어렵지만, 소수의 문화가 다수의 문화에 집어삼켜져서 사라지는 모습은 많이 보였기에 몽족의 문화 또한 사라질 수 있었을 텐데 사라지지 않고 남아 계승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러웠고 그 아래엔 몽족의 기질이 바탕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저자가 현장 답사를 하는 동안에 이뤄진 인터뷰의 내용을 읽다 보면, 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차근차근 질문하고 답을 듣고 하는 과정 속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찾았다는 것이다. 한 번에 이해하는 것보다 계단을 오르 듯 문화의 경계를 찾아가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나는 듯한 인터뷰였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등장하는 기록 속에서 이들의 입장과 배경을 인터뷰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고 이해가 쌓이면서 문화의 경계가 확실히 보였고 이에 대한 기록이 주는 여운이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 문화 인류 학생으로 책 [리아의 나라]는 한 편의 문화 인류학 여정으로 문화의 경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인류학을 만나게 해 주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하지만 그들이 꼽는 병의 가장 큰 원인은 혼을 잃어버려서이다. 몽족은 사람에게 혼이 정확히 몇 개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혼이 몇이건 건강과 행복을 위해 꼭 있어야 할 생명의 혼을 잃기 쉽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한다.
- (Lia) 탄생, 32p
하지만 몽족이 미국에 온 것은 19세기 중국을 떠난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즉 동화에 ‘저항’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인류학자 자크 르모안이 본 바와 같이 “그들은 우리가 사는 여러 나라로 온 것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즉 몽족의 민족성을 구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라오스에서 몽족의 정체성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면 조상들이 끝까지 중국에서 버티려고 했던 것처럼 그들 역시 라오스에 남아 있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주는 언제나 문제 해결의 방편이었지 메이기를 싫어하는 충동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 (Hmong) 도가니, 305p
더욱 중요한 것은 몽족의 가장 본질적인 기질(독립적이고, 배타적이고, 반 권위적이고, 의심 많고, 완고하고, 자부심 강하고, 화를 잘 내고, 활동적이고, 격렬하고, 말 많고, 유머스럽고, 환대하고, 관대한 성격)이 여태까지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지 M. 스콧 주니어가 본 바와 같이 몽족은 미국에서의 고난에 “더욱 몽족이 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 (Hmong) 도가니, 341p
하지만 리아의 삶이 망가진 건 패혈성 쇼크나 부모의 불이행 때문이 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오해 때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 (Hmong) 삶이냐 혼이냐, 435p
* 반비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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