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by 임솔아, 김멜라, 김병운, 김지연, 김혜진, 서수진, 서이제
제12회에 이어서 제13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었다. 12회와 13회는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사실 12회에선 비슷한 소재가 많이 등장해서 서로 겹치는 게 많았는데 13회는 각 작품이 서로 겹치지도 않고 각자의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니,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과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 풍성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작품 곳곳에선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독자가 느낄 수 있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마,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이 수면에 올라와 우리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던 것처럼 13회 수상 집을 읽으며 나도 이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13회 수상 작품집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읽다 보면, 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이 나올 듯 말 듯, 한 번 더 읽어 이 작품 속을 더 파헤치고 싶은 기분을 들게 해 표시해두었던 부분을 다시 보고 그 안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
&초파리 돌보기
한번은 폐기처분될 초파리들을 몰래 훔쳤다. 폐기처분될 시험관에 담아서 가운 주머니에 넣었다. 예뻐서 그랬다. 버려질 보석을 주워가는 마음으로 그랬다. - 16p
없는 얘기를 지어내려는 지유가 원영은 탐탁지 않았다.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쓰면 안 된다고 여겼다. 초파리 실험동은 원영의 꿈이 이루어진 곳이었다. 어째서 지유가 나쁜 방향으로 이 이야기를 쓰겠다고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원영의 기억을 지유가 훼손하는 느낌이었다. - 27~28p
“결말이 생각이 안 나?”
잠시 생각을 하다가 원영이 말했다.
“지유야, 원영이가 깨끗이 다 나아서 건강해지는 결말을 써줘.”
털이 식물처럼 쑥쑥 자라나고 온몸에 근육이 탄탄하게 붙는, 해피엔드를 써달라고 원영은 말했다. - 30p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져.”
공부든, 글쓰기든, 사랑이든. 그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원영은 말했다. 내가 모르는, 원영은 잘 아는 이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열심히 쓰지마. 이 소설을 쓸 때 가장 많이 떠올린 말이다. 원영이 내게 누누이 말해왔던 것처럼 원영도 잘 먹기를, 잘 자기를, 행복하기를. 오직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 작가노트, 43p
- 초파리 돌보는 일은 원영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여자로 엄마로 사회로 나와 일을 시작하는 원영에게 그 시절 자기 모습을 아름답게 추억하고 있다. 초파리 돌보는 일이 남들에겐 단순하고 별것 없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원영은 이 일에 진심이었고, 실험에 쓰일 초파리였지만 마음을 담아 돌봤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만둔 이후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회상하고 있는 원영의 모습을 보니, 우연히 본 책이 떠올랐다. 정확한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청소일과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분의 이야기였다. 다른 누구는 청소 일은 고된 육체노동이고 선뜻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 분께 청소일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가치라는 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측정이 되어 값이 매겨진다. 때론 가치 없다고 여겨지는일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내가 가치 없다고 여기고 쓸모없다고 여겨도 그 일을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가치 없다고 이야기할자격이 있을까. 없다고 생각한다. 초파리 돌보는 일에 진심이었던, 그 당시 마음을 담아 일했던 자기 모습을 뿌듯해하고 추억하는 원영을 본다. 원영은 소설 속의 원영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건 아마 자신도 행복해지기를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한 거로 생각한다 무언가 마음을 담는다는 건, 그 일을 사랑하기에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것. 그런 마음에 가치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을까.
& 저녁놀
눈점은 언젠가 설렘이 돌아올지 모른다며 그때까지 보관하자고 했다. 우리 물건이 우리의 시간이고 흔적인데, 다 버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쓸모없고 설레지 않는 것들을 버리다가 먹점이 네가 나까지 내다버린다고 할까봐 무섭다고 했다. - 90p - 읽으며 살짝 놀랬던 건, 등장 물건(?)인 모모의 시점으로 두 여자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모모가 무엇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사실, 말 꺼내기가 나에겐 부끄럽다.) 사두고 한 번도 안 쓰다가 한 번 쓰고 버려지지 않은 채 보관된 모모, 꼭 성생활을 해야만 사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해피 타임을 위해 만들어졌을 모모지만, 쓸 수도 있고 쓰지 않을 수도 있고 쓰지 않는다고 해서 쓸모없음이라 이야기할 수 없는. 아무튼, 모모 입장에선 몹시 화나겠지만 사두고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둘의 관계를 보면 말이다. 먹점, 눈점은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이름이 아니라 별명을 만들어 부른다. 아마 남들의 시선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사귀는 시간이 길어지며 동거 생활로 이어지면서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사랑이라 느껴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싫어하고 무서워하고 요즘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하고 대화하는 것,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뜨겁고 정열적인 사랑은 아닐 수 있어도 이것도 사랑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모모는 이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자신을 쓰지 않는다며 툴툴거렸지만, 이 둘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한 번밖에 쓰지 않았지만 이후 어딘가에 있어 다시 찾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화내지 않고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하지만 그날에 대해 쓸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내 한계를 확인하고는 지운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투박한 나머지 우리를 흐릿하게 뭉개놨다는 판단에 지우고, 어느 날은 내가 너무 성급한 나머지 우리를 매끄럽게 정리해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지우며, 또 어느 날은 내가 쓴 것들이 모두 궁색한 자기변명 같다는 느낌에 지운다. 그리고 그렇게 지우고 또 지우다보면 어김없이 어떤 대사를 마주한다. 끝내 지우지 못하는, 아니 모조리 지워도 속절없이 다시 쓰게 되는 그 대사를.
내가 써낸 그 모든 실패들 속에서도 인주씨는 한결같이 나를 보며 말한다.
쓰면 좋겠어요.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어요. - 135~136p - 이 소설은 수면 위로 드러난 빙하를 발견할 때를 이야기한다. 겉으로 보이는 빙하가 전부가 아니라 그 밑에 드러나지 않는 얼음이 있다는 것.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보지 못했다면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생각을 전부라 생각하고 때론 실수할 수도 있다. 실수했을 때 그걸 바로잡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여기선 바로 잡는 사람으로 등장인물은 행동한다. 처음부터 바로 잡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기다릴 때 했던 대화를 통해서,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다는 인주의 말을 이후 다시금 떠올렸을 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바로 잡고자 했을 것이다.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던 인주도 수면 위로 드러난 빙하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 밑에 드러나지 못한 부분이 얼마나 많은데, 라며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이런 마음을 알았기에 쓰려고 했다 다시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해도 다시 쓰게 된다는 그의 말이 나는 좋았다.
& 공원에서
공원이라는 단어에도 내가 오해한 부분이 있었는데 공원의 공자가 ‘빌 공’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공원은 공터가 있어서 사람들이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는 공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공원은 공공의 장소라는 뜻에서 공원이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곳. 그러나 내게 공원은 더 이상 공공의 장소가 아니었다. 공공이라는 말에 내가 포함될 수가 없었다. 나는 공원에서 더는 안전하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공원이 공공의 장소라면 그런 감정이 일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서 나와 관련된 단어를 발견할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도 그래서였다. 그건 나를 포함하는 단어여야 하는 데도 나를 배제해버린다. - 170~171p
- <공원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뭔가 입 밖으로 꺼내기가 두렵다. 누구에는 공평할지라도 다른 누구에겐 공평하지 않다. 공평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와 당신이 똑같이 평평하게 받는 것, 50 대 50으로 나눌 수 있는 것. 말은 쉬운 것 같지만, 현실은 쉽지 않은 것. 개개인의 입장과 개개인이 모여 한 집단이 된 그들의 입장, 사회가 주는 영향과 인식, 오랜 기간 동안 쌓인 인식 등등을 생각한다면 공평은 단순 법으로 정의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서로 공평하다며 다 같이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모두의 문제라 느껴진다.
& 미애
그건 희망의 모습과 비슷했다.
삶에 기대를 품는 것이 번번이 자신을 망친다는 결론에 이른 뒤로 미애는 가능한 한 희망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 노력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삶은 언제나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고, 그래서 희망을 부풀리는 능력이 불필요하게 발달한 거라고, 자칫하다간 다시금 눈덩이처럼 커진 희망 아래 깔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자신에게 수시로 경고하는 것만은 잊지 않으려고 했다. - 201p 나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희망이 있다. 희망을 가져라. 그렇게 말할 때의 확고하고 단호한 표정이 아니라, 주저하고 망설이면서도 어쨌든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희망이라는 게 정말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일단 가봐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의 변화. 그 변화가 불러오는 찰나의 활력과 활기를 붙잡고 싶었던 것 같다.
희망이라는 것은 지금은 없는 어떤 것을 상상하는 힘이고 그것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마침내 어디에 다다르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잠깐 고개를 돌리면 또 달리지고 마는 직진의 방향처럼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논리와 이성으로는 설명되는 않고, 때때로 무모하고 터무니없기까지 한 어떤 것. 그러니까 희망은 그저 아주 작은 가능성을 담보한 에너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작가노트 221p
- <미애>를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왜 복잡한 마음이 들까, 생각하니 ‘경계선’, ‘환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영화 ‘기생충’이 떠올랐다. 조금 전이지만, 초·중학생 사이에서 불리는 신조어 정리를 SNS에서 본 적이 있다. 정확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지만, 임대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비싼 아파트에 사는 자신을 구분하는 줄임말을 보고 놀랐다. 아니, 얘들이 임대 아파트가 뭔지 알고 있다는 건가, 사는 곳을 가지고 구분 짓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쓰는 걸까. 너와 나의 수준은 절대 같지 않다고 구분 짓는 이 단어는 무분별하게 사용되었다. 얘들이 느끼는 게 이 정도라면 어른은 얼마나 느끼며 또 상대방과 나를 구분을 지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신조어가 있다는 걸 여러 매체를 통해 보이면서 더 이상 구분 짓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이 소설 속에서도 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환대 뒤엔 구분 짓는 것이 존재했다는 걸 읽으면 읽을수록 느껴진다. 이 이야기가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고 내 이야기로 내 주변 이웃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어디서 나온 말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후하게 대접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전혀 일면식도 없고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지쳤을 그에게 후하게 대접해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자는 거였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공감해줄까 싶다. 사실 욕 먹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에 어떤 실마리라도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미애에게 딸이 편지하자는 얘기는 어떻게 살고자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런 희망을 품은 사회라는 걸 알려준다. 옛말에 있던 말, 그건 단순히 옛날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후한 대접을 하자. 일면식도 없고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지쳤을 그에게 시원한 물 한잔 주는 환대하는 마음을.
& 골드러시
나는 당신이 이 소설을 읽으며 슬펴하기를 바란다. 뒤뜰을 가꾸는 서인의 뒷모습을, 캥거루를 쇠막대로 내리치는 진우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아주기를 바란다. 지나가버린 사랑을 온 힘을 다해 움켜쥐고 있는 이들을 안쓰럽게 여겨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사랑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언젠가는 사랑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 작가노트, 255p
- <골드러시>를 다 읽고 작가 노트를 읽는데 위의 문장이 마음 한 가운데에 딱 달라붙었다. 지나가 버린 사랑을 온 힘을 다해 움켜쥐고 있다. 이런 사랑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온 힘을 다해 움켜쥐고 빼앗기고 싶지 않고 놓치고 싶지 않아 사력을 다하고 있는 마음이 느껴져 슬펐다. 사람의 마음은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없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더불어, 노래 하나가 떠올랐다. 이소라의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 중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대 없이 나 홀로 하려 한다고 나의 이런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나를 설득하려 말아요.’라는 가사가 있다. 이 소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내 마음도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고 손에 힘을 쥐며 이야기하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사랑 또한 쉽지 않은 일이구나.
& 두개골이 안과 밖
맞아요, 하시는 말씀 다 맞아요. 그래서 제가 정말로 새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새 인간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새로 사는 것도 보통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제가 잘 도망치면 되지 않을까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무서웠거든요. 근데 문득 궁금해지는 거예요. 도대체 이게 왜 두려운 걸까. 어째서 새가 되는 게 두려운 걸까. 어쩌면 사람들은 새가 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죽임당하는 게 두려운 건지도 몰라요.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게.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그렇게 이름도 없이 죽는 거 말이에요.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죽어도 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 - 305~306p
- 사실, <두개골이 안과 밖>을 읽으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거지, 내가 제대로 이해하는 게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파격적인 형식이었다. 다 읽고 다시 이 소설을 생각해보니 그 속에서 새가 자신이 겪는 상황을 인간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글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인간인 나에겐 새가 쓴 소설의 형식이 이해되지 않는 게 당연하겠다는 것을 지금 생각해본다. 위의 문장은 내게 슬프게 느껴졌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이름도 없이 죽는 게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죽어도 되는 존재가 되는 게…나는 슬프다. 아무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나 홀로 외로이 살아간다 생각하면, 나를 존중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나를 한 명의 사람이라 대해주지 않는다면, 너무 슬플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사람인가. 스스로 존재 가치에 대해 점수를 매기게 된다. 이런 생각은 어떤 경험, 누군가의 말, 우리 사회의 인식을 통해서 마주치게 된다. 마주칠 땐, 어떤 보호막 없이 한 대 맞은 듯하지만, 곧바로 나에게로 돌아오려고 노력한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나의 가치에 대해 함부로 매길 수 없다. 그래서 어쩔 건데 등등 이런 말을 나에게 주입한다. 주변에서나 사회에서 이런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나라도 나에게 이 말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나의 가치를 누구도 함부로 매길 수 없다. 나는 존재만으로도 존중받을 사람이다.
동시에 영화 ‘옥자’가 생각났다. 지구촌에 사는 생명을 가진 이들은 무수히 내가 알지도 못한 만큼 있을 것이다. 많고 많은 존재 중, 인간은 때로 뭐든 다 해도 괜찮은 것처럼 행동한다.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 몇 해 전, 질병으로 인해 구덩이에 산 채로 들어가는 돼지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땐 많은 돼지가 산 채로 구덩이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 이게 전부였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니 내가 만약 저 돼지로 태어나 구덩이에 생매장당한다면, 그 순간 기절해버리지 않을까. 꾸에엑,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니 너무나 끔찍했다. 그렇게 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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