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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Book Review : 책 [나이트 러닝]

by hyemhyem 2022. 11. 19.

#북블로그 #나이트러닝 #이지 #소설집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hyemhyem

 

책 [나이트 러닝]
#이지 #소설집

 

 

 요즘, 밤이 좋다. 마감 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하루의 마무리 되는 밤을 매번 볼 수 있어 좋다. 쌀쌀하면서 차가우면서 청량하게 느껴지는 추운 공기가 얼굴과 코와 폐를 통과하는 그 느낌이, 나를 겨울 날씨와 만나게 해 줘서. 그래서 빨리 찾아오는 밤도 추운 공기도 깊은 검은색의 하늘도 내게는 반갑게 다가온다. 밤이 주는 지금의 이 느낌은 오로지 밤밖에 줄 수 없기에, 밤은 참 매력적이다. 이 계절에 찾아오는 밤은 그날마다 주는 느낌이 살짝 다르지만, 나를 감성적으로 만들어준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하늘을 보면서 지나간 인연을 추억을 과거를 그때의 나를 생각하게 된다. 때론 아련해지고 그립고 화나나고 좋고 안타깝고 미련해지고 멀어지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참으로 나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 날씨의 밤하늘을 나만의 감성 창고에 잘 넣어 간직하고 싶다. 밤이 주는 모든 것들이 더욱 느껴지는 지금이다.  

 

 딱, 책[나이트 러닝]이 위와 같은 감성을 들게 해주었다. 8개의 단편소설로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내게는 감성적으로 느껴졌는데, 새벽은 아니고 깊은 밤 지금 날씨의 밤 감성이 짙게 깔려 있는 소설의 모임이었다. 공통적으로 소설이 시작이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이전 벌어진 사건 그 후의 시간에서 시작되는 일상이라, 초반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점차 알게 되는 과거의 한 사건으로 회고하는 듯한 시작이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잘 남았다. 과거의 일을 되돌아보면서 얘기하는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회고하는 말투, 과거를 다시 꺼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기분 그리고 그때와는 다른 현재의 상황을 마주하는 등 이지 작가님 만의 글체가 한층 감성으로 다가가게 만들었다. 과거의 사건을 얘기하지만, 어둡고 우울하게 다루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분위기와 자신과 동떨어지게 바라보게 만드는 등장인물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깊은 밤이 빨리 찾아오는 지금의 날씨와 잘 어울렸다. 가볍지만은 않고 그렇다고 무겁게만 느껴지지도 않았기에 8개의 소설을 단숨히 깊은 밤이 끝나기 전에 스르륵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기억에 남는 문장

 

"한국어 교실에 다닐 때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허락할 수 없다'라는 말이랑 '혀를 뽑아 버린다'는 말이 신기했어. 내 몸의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 그러다 같은 반 친구가 '한쪽 팔을 잘라서라도 잃어버린 아이를 다시 볼 수 있다면'이라는 작문을 해 왔는데 그게 너무 슬프면서도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 친구는 이 도시에 와서 아이를 잃었대. 나는 다른 곳에서 남편을 잃고 이 도시로 왔는데 말이야."

- 나이트 러닝, 30p

 

어떤 하룻밤은 아주 짧지만 어떤 하룻밤은 모든 것을 바꿔놓기도 한다. 나는 그 어떤 밤, 끝도 없이 달리며 생의 내력에 대해 생각했다.

- 나이트 러닝, 33p

 

마지막은 그것이 마지막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 슈슈, 50p

 

"봐, 나는 시간과 맞서고 있으니까. 시간아, 네가 아무리 좀먹어 봐라. 내가 꿈쩍이라도 할까. 누가 이기나 보자. 이러고 사는 거야. 정정당당하게 노려보면서. 서두르지 않을 거야. 왜 사람들이 시간을 아까워하는지 모르겠어. 시간은 그냥 여기저기 흘러 다니는 거야. 난 숙제가 없어. 남은 생을 방학이라 생각해."

- 슈슈, 59p

 

모두를 잡아끄는 중력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그것이 아버지와 저 같은 가족이라 해도 말이죠. 우리가 붙인 발의 무게는 그래서 각각 다 다른 게 아닐까요.

- 모두에게 다른 중력, 165p

 

작은 악과 작은 선들. 그런 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래서 지금 제가 여기 발붙이고 있는 힘이 된다면, 적어도 알려드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 모두에게 다른 중력, 167p

 

여행지에서는 꿈을 많이 꾸죠.

출연했던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영화를 다시 볼 때 마다 정말 여행지에서는 꿈을 많이 꾸는지 궁금했다. 혼자 여행을 와 보지 여행지에서 꿈을 많이 꾸는 게 아니라 여행이 하나의 꿈이었다. 꿈속의 삶도 그 안에서는 그저 살아가야 한다.

- 곰 같은 뱀 같은, 234p

 

시간을 그렇게까지 아껴 쓰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물이나 공기처럼, 유일하게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니까 그냥 사용하고 싶었다.

아껴둔 모든 것은 어디로 갈까. 시간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을까. 혹은 내게 돌아올까.

- 에덴-두 묶음 사람, 2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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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