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Book Review : 책 [소설 만세]

by hyemhyem 2022. 10. 21.

#북블로그 #소설만세 #정용준 #에세이 #민음사 #창작일지 #hyemhyem

 

 

책 [소설 만세]
#정용준에세이

 

 잠들고 있던 북스타그램 계정을 살린 지, 6개월 정도 되었다. 그전에 몇 개의 게시글을 올리긴 했지만 기록 남기는 마음이 흐지부지 되면서 중단되었다가 올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남기고 싶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누가 보면, 게시글이 많거나 팔로워 수가 많은 것처럼 이야기한 걸로 느끼겠지만... 전혀 그렇진 않다. 나의 생각과 감상을 그리고 느낀 그대로를 글로 남기고 싶어 시작했다. 난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다. 생각이 많다는 건 해석을 어떤 방향으로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긍정으로 하자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성 있다는 것인데 다른 한편으론 많은 생각 때문에 자기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많은 생각을 책을 통해 정리하고 글로 기록해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어떤 생각이 들었고, 어떤 감정이 들었고, 왜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정리하니 나라는 사람이 생각이라는 형태에서 글이라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래서 내가 올린 글을 통해 다시금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참 신기하다. 분명 내가 나 그 자체인데 내가 쓴 글을 통해 다시 나를 알아가다니. 글을 참으로 신기하다.

 

 글이 주는 영향을 알게 되니, 글의 집합인 책이 그중 한국소설이 눈에 마음에 많이 들어온다. 소설 중에서도 한국 소설을 선호하는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가 쓰는 글이다 보니 접근하기 쉽고 읽으면서 한국이라는 국가가, 사회가, 공간이 피부로 더욱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소설을 읽으면 그 안의 이야기가 허구로 느껴지지 않고 내 주변 어딘가에서는 벌여질 수 있는 일로 현실적으로 느껴지기에 감정 이입이 더 잘 되기 때문에 글로 표현하기 좋다. 소설을 선호하는 나에게 책 <소설 만세>는 소설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소설을 가까이하는 독자에게 함께 웃으며 긍정의 하이파이브하며 공감할 수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제목에 있는 '만세'라는 단어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즐거운 표정으로 만세를 외칠 것 같은 이미지로 다가와 읽기 전부터 좋게 반응할 수 있었다. 

 

 책의 저자인 정용준 작가가 말하는 소설, 소설을 향한 자신의 마음과 생각, 소설을 시작하게 된 그 시절, 좋은 영향 등등 그의 소설을 향한 가볍지 않은 진중한 사랑은 독자인 나의 마음에 흘러넘치게 전달해주었다. 그 덕에 내가 소설을 좋아하고 선호하는 이유, 남몰래 좋아하는 소설의 이유를 다시 꺼내게 되었고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속, 소설이 그의 입술이 되어줬다는 솔직한 고백과 좋아하는 문학이 쉽지 않음을 짝사랑하는 이의 마음처럼 토로하는 그의 말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이번 책을 통해 정용준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 점이 아쉬워 그의 다른 책도 읽기로 생각했다. 또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그만의 스타일이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떤 사람인지 감으로 알게 되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책에서만 그런 건지 아니면 그의 스타일인지는 다른 책을 또 읽어보고 감상평을 남겨야겠다. 아! 마지막 작가의 글에서 '그럼, 안녕!' 이 문장 마지막 물음표가 어찌나 즐겁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할 것 같은 작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왠지 그의 마음이 얼굴을 밝게 웃으며 다 읽은 독자들에게 인사를 남기며 이 책을 끝내고자 하는 것 같아, 그게 상상이 되어서 웃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1부, 용기가 필요한 일

 

나는 소설을 쓰는 자로서 소설이 비록 허구이지만 그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과 인물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건의 성질을 디테일하게 잘 다룰 수만 있다면 실재 세계의 본질과도 닿는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읽는 자들은 허구의 세계를 통해 지산의 세계를 비추고 허구의 인물의 내면과 삶의 태도에 공감하거나 동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겪은 앎이고 소설을 쓰면서 알리고 싶은 앎이기도 하다.

- 소설은 허구가 아니다, 18p

 

문학은 존재합니다. 그것은 의미도 있습니다. 왜냐고요? 내가 고통받고 희열을 느끼며 그것에 아주 많은 시간을 바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존재하고 당연히 의미도 있어요.

- 그것은 존재한다, 37p

 

의미와 가치는 객관적이고 복잡한 셈법과 무관하게 바로 내 곁에, 내 안에 존재한다.

 왜냐고? '내'가 원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느끼고 있는 감각과 감각의 정도를 부정할 수는 없다.

- 그것은 존재한다, 40p

 

나는 소설을 한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알고 확인하는 것을 넘어 알게 된 것에 책임감을 갖고 그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구를 믿고 변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불가능한 싸움, 45p

 

마음이 안 좋으면 읽을 수 없다. 읽을 수 없는 마음은 쓸 수 없는 마음으로도 이어진다. 읽어지지도 않고 써지지도 않는 날들. 그런데 이상하지. 읽지 않고 쓰지 않으면 마음은 더 안 좋아진다. 악순환은 지속되고 팔다리에 힘은 없고 마음은 점점 어두워져만 간다. 몸과 마음이 좋아져야 읽기도 쓰기도 할 텐데 읽기와 쓰기를 할 수 없으니 마음은 좋아지지 않고 몸도 좋아지지 않는다. 

- 몸에 좋은 소설, 54p

 

 

2부, 내가 소설을 쓸 때

 

그냥 보였고, 오래도록 바라봤다. 그러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그들의 입술이 보였다. 말을 머금고 있는 입술. 그러다 결국 삼키고 마는 말. 저 애는 왜 말이 없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 [떠떠떠,떠]와 [내가 말하고 있잖아], 69p

 

개인적 고통은 다 장애다. 개인적 일들은 다 비극이다. 나는 이런 단순하고 분명한 정의를 갖고 있다. 고통에는 크고 작음이 없고 높고 낮음도 없다. 그것은 한 개인에게 절대적이다.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고 공유되지도 않는다.

- [떠떠떠,떠]와 [내가 말하고 있잖아], 70p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글쓰기가 내 언어를 더 정확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읽은 것들. 내가 쓴 것들. 그것들이 내 몸과 마음이 더 나아지도록 도왔다. 소설을 만나 더 나은 입술을 얻었다. 그 입술 역시 온전치 못해 더듬기는 매한가지지만 차이가 있다. 소설은 끝까지 기다려 준다. 다시 말하게 해 주고 때로는 했던 말도 고칠 수 있게 해 주며 오늘 말 못 하면 내일 말할 기회를 준다. 그것이 고맙다.

- [떠떠떠,떠]와 [내가 말하고 있잖아], 72p

 

 

3부, 창작 수업

 

내게는 강한 작가 정신이 없다. 나는 혼자 결심하고 혼자 그 결심을 실천하고 스스로를 갱신하고 이번 소설과 다음 소설을 써 나갈 수 있는 고독하지만 단단한 성향의 참 작가가 아니다. 나는 응원이 필요했고 확신이 필요했다.

- 나의 선생님, 120p

 

내버려 두면 마음은 사라진다. 아무리 소중하고 중요하고 내게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두면 약해지고 작아지며 결국 소멸되고 만다. 좋아하는 마음, 열정, 흥미, 다 똑같다. 계속 좋아하고 싶으면 노력해야 한다. 줄어들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한다. 

- 노력에 관한 몇 가지 생각, 124p

 

어떤 사람이 소설을 쓰는가? 내면에 무엇인가 가득한 사람이 소설을 쓴다. 다른 사람이라면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생각들을 하며 세상을 보는 사람이 소설을 쓴다. 세계와 현상에 대한 의문과 질문을 품고 어느 것 하나 사소하고 일반적인 것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그렇게 바라볼 수 없는 사람이 소설을 쓴다. 그런 기질 속에는 엉뚱함과 고집이 있고, 의심하는 눈과 현상에 대한 회의감을 품고 있다.

- 노력에 관한 몇 가지 생각, 128p

 

물론 소설가에게 필요한 재능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하늘이 주는 재능은 아니다. 계속 쓰러는 마음과 그 마음을 지켜 내는 능력과 그 능력에 의지해 소설 쓰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여러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 내면서 계속 소설을 써 나가는 행동력, 그것이 바로 재능이다.

 용기를 내는 작가가 되자. 용감하게 쓰자.

- 노력에 관한 몇 가지 생각, 132p

 

좋아서 하는 문학이 왜 이렇게 나를 어렵게 만드는지. 나는 문학을 좋아하지만 문학은 다른 사람만 좋아하는 것 같은 기분이 얼마나 짜증 나는지. 각종 통계와 조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 일의 무용함과 가난한 전망을 예고하는데, 그런데도 왜 이 일을 하고 이 삶을 살려고 하는지. 그래서 힘들지만 그 힘든 느낌이 또 좋은 기이한 사랑을 그 누가 알고 그 누가 이해해 줄까.

- 서로 고개를 끄덕여 주는 사이, 147p

 

4부, 뜨겁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자. 똑똑한 이성과 논리에 내 마음을 맡기지 말자. 상황이 어렵다. 시간이 없다. 재능이 없다. 반응이 안 좋다. 전망이 어둡다. 끊임없이 말하는 똑똑한 머리는 내 마음을 잘 모르거나 모르고 싶어 할 테니.

- 고속버스와 기차와 지하철에서 읽고 쓰기, 174p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어 준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삶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믿는 그것을 언제나 소중히 간직하세요. 그리고 그것과 함께 살며 자신 있게 만세! 를 외칠 수 있는 행복한 날들 되세요.

 그럼 안녕!

- 작가의 말 함께 쓰는 소설, 210p

 

 

0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