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Book Review : 책 [카지노 베이비]

by hyemhyem 2022. 8. 11.

#책[카지노 베이비] by 강성봉 장편소설 #한겨레출판 #hyemhyem #제27회한겨레문학상수상작 #장편소설추천


#책[카지노 베이비]

  ‘카지노 베이비’는 시작 문장에서 이 책의 내용을 한 번에 보여준다. 아빠가 전당포에 나를 맡기도 돈을 빌렸다. 그리고 난 카지노에서 태어난 아이다. 두 문장으로도 충분히 독자인 나의 흥미를 확실히 끌었다. 또 돈 대신 아이를 받은 전당포 식구들이 그 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손주처럼 키우고 대했다는 것. 이상하면서도 어떤 사연이 있기래 그와 같은 가족이 되었을까 궁금했다.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저자 강성봉 작가는 잡지 기사로 일하며 취재한 마을과 자신의 경험이 담긴 지역을 ‘지음’이라는 장소로 투영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래서 이 책은 주인공이 2명으로 보인다. 카지노 베이비인 하늘과 지음이라는 지역. 작가의 말에서도 나왔 듯, 지음이 겪은 과거부터 현재를 이야기하며 나아가고 하늘이도 카지노에서 태어나 전당포에 맡겨지고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면서 더욱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개가 비슷하게 느껴져서 독자인 나에겐 참신하게 느껴졌다.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으면서 각 부에 따라 읽히는 느낌이 달랐다. ‘카지노 베이비’는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는 소설의 배경 설명으로 2부는 이야기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흘렸고 3부는 2부에서의 속도감을 늦추며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1부 읽을 때 조금은 지루한 감이 있어 읽는 속도가 나가질 못했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1부의 배경이 2부와 3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어쨌든, 난 이 책에 등장하는 가족에 초점을 두며 기록하고 싶다. 할머니, 엄마, 삼촌, 하늘이 이 네 식구는 피로 다 이어지진 않았다. 하늘이만 혈연관계는 아니고 할머니가 운영하는 전당포에 돈을 받고 얘기를 맡겼다. 그럼에도 하늘이를 받아준 할머니와 엄마와 삼촌은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라 생각한다. 이후 하늘이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하늘이에겐 여전히 할머니는 할머니고 엄마는 엄마다. 그 점이 눈에 계속 밟혔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할머니가 하늘이에게 해준 말들을 다시 보면 할머니가 얼마나 하늘이를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다. 특히 마지막 3부에서 하늘이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받아들이기 충분할 때 세상에 이야기해도 된다고 말한다. 비난받을 일도 창피한 일도 아니라 이야기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이 아이에게 진심이셨구나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건 할머니뿐 아니라 엄마도 삼촌도 마찬가지라는 것. 이 가족을 보니 가족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이 넓어진다. 생각을 마무리하면서 책[카지노 베이비] 추천한다.


#기억에남는문장


1부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도 돈을 빌렸다.
- 시장과 도서관, 11p

나는 안다. 나처럼 비밀 많은 아이를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그림자 아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진 않는단 뜻이다.
- 그림자 아이, 27p

사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아름다움’이다. ‘마음에 들어 만족스럽고 좋은 느낌’이란 뜻이다. 그 아래 그림엔 남자아이와 남자 어른이 각각 두 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만큼의 크기이고 어른과 아이가 팔 길이가 다르듯이 그 아름다움도 사람마다 다르다. 아름다움이란 곧 나다움이다.
- 그림자 아이, 34p

“아무래도 넌 가물인가 보구나.”
“가물가물하다고요?”
“아니, 가물가물 말고 가물.”
“그게 뭔데요?”
“모를 것 같으면서도 알고, 몰라야 할 것까지도 아는 애들이지. 이상한 게 눈에 뵌다고 우기기도 하고. 그래서 막 헛소리도 하고. 나처럼 정식으로 신령님 모시는 건 아닌데 그런 애들이 있다. 특별하다면 특별한 능력이고, 아니라면 그보다 인생 괴로운 게 없지. 요즘 좀 이상한 꿈을 꾸고 헛것도 보이고 그러지? 아직 나이도 어린데 쯧쯧, 답답한 거 있으면 딱 하나만 물어봐라. 잘하면 성불을 볼지도?”
- 그림자 아이, 40p

“요즘엔 중이 제 머리만 잘 깎고 선무당도 사람 제법 살리거든. 죽이 되든 밥이 된든 자기 운명은 스스로 찾아가는 거다. 무엇보다 이미 넌 스스로 그럴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니까. 내가 넌 가물이라고 하지 않았니. 그러니 이제 그런 얄궂은 웃음일랑 집어치우고 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좀 잘 들여다봐라. 암, 그건 다른 누구도 해줄 수 없지.”
- 그림자 아이, 44p



2부

카지노에서 태어나 카지노에서 사는 아이. 호텔 직원들은 다들 그 아이를 카지노 베이비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저만 몰랐죠.
- 엄마의 연애, 125p

아이들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기억한다. 누군가 인상을 쓴다든지 소리를 지른다든지 욕을 한다든지 마음속으로 깊이 미워한다든지. 그런 기억들은 가슴 깊은 곳에 저장된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어른이 되고 나서 까지도 남아 있다.
- 제삿날, 154p



3부

“내 말은 딴생각 말고 잘 지키라고. 그게 널 살리는 길이니까.”
“지켜요? 아를요? 왜서요?”
“못 알아듣는 거야, 알아듣기 싫은 거야. 지키는 거 몰라?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살피고 보호하는 거, 당연히 그래야 될 게 아냐. 그것두 모르고 전당포는 어떻게 한데.”
- 이야기, 261p

애들은 억만금 주고도 살 수 없는 어른들의 희망이자 미래라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 맞춰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 그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만들도록 어른들은 잘 맡았다가 세상에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 이야기, 262p

이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어디선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니는 안 본 것도 아주 본 것처럼 얘길 하네.” 그건 칭찬도, 감탄도, 빈정거림도, 꾸짖음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할머니는 당부했다.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알고 나서도 분노하지 않거나 스스로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되면 그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라고. 언젠가 정말로 그런 때가 되면 이 길에서 시작된 이야길 해봐야겠다. 그저 혼자 걷기 시작했을 때는 그 길이 끝날 때까지 계속 걸어가는 거라고 할머니가 그랬으니까.
- 아이들의 땅, 29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