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구구 아저씨] by 김은주 장편소설 #팩토리나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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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구구 아저씨]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저자 김은주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저자는 좋아하는 달리기를 소재로 주인공 육상선수 다연이 발목 부상 이후, 자신을 덮친 문제를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보여줬다. 주인공 다연은 육상에서 자신의 신기록을 세우지만, 발목 부상으로 달리기를 멈추게 되었다. 뛰어지지 않는 발목으로 달리기를 멈춘 다연은 달리기가 아닌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그사이 만나게 된 비둘기 구구 아저씨와 많은 비둘기 아저씨, 휴학생 해수 언니, 가족 그리고 뜻밖에 사건으로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다연은 새 출발보다 킵 고잉을 선택해 나아간다.
주인공 다연은 달리기만 반평생의 세월 동안 했다.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앞으로 달릴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발목 부상으로 달리기를 멈추게 된다. 재활한 발목은 이젠 멀쩡하지만, 다연의 마음은 아직 부상 중이라 다연은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달리기에만 집중해왔는데 이젠 무엇을 집중해야 할지 방황하는 다연. 마음을 답답하게 했던 의문도 자신을 달리지 못하게 했던 의문을 다연은 만나게 된 사건이 진행되면서 풀리게 되고 깨닫게 된다. 이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다연이 ‘달리기’라는 행위에서 ‘자신’으로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찾으며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게 되어 한 편의 성장 소설을 읽어 기분이 좋다.
비둘기 구구 아저씨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비둘기를 떠올린다면, 솔직한 말로 긍정적이진 않다. 너무 많은 비둘기가 거리에서 음식물 쓰레기나 다른 걸 쪼아 대며, 있는 모습은 마치 병균을 옮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한 존재로 인식된다. 그렇지만 여기선 몸만 비둘기 말은 아저씨로 오지랖도 넓고 부끄러운 말도 곧잘 하며 정도 많고 오우삼 감독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며 출연하고 싶어 하는 등 매력이 많은 아저씨. 처음 등장해 하는 말을 읽으면 구구 아저씨의 성격을 바로 알 수 있다. 비둘기인 자신을 싫어하지만 그런데도 우린 인간과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한 서울 시민이라 자신을 표현하는 구구 아저씨. 이 아저씨와 수다를 떨면 다연이 해수가 했던 고민이나 생각들이 바람에 따라 날려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구구 아저씨의 수다는 단순 수다가 아닌 문제 해결사로 보인다.
중간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엄마 영미와 아빠 승용, 지하철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아저씨, 선박에서 만난 안젤리카, 홍콩에서 만난 위영. 짧게 만나고 헤어지지만, 그 사이의 대화나 겪게 되는 사건을 보다 보면 저자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볼 수 있고 내가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걸 독자는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읽고 난 후,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후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사건이 진행되는 방식이 현실과는 전혀 거리가 먼 판타지 같은 방식으로 해결이 된다. 그런 면에서 매끄럽지 못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제목이 구구 아저씨라 구구 아저씨가 책 속에서 도드라지는 무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캐릭터로만 남아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기가 어려웠다. 중간마다 짧게 등장하거나 짧게 부분만 보여주는 인물의 이야기가 단편적으로만 보여서 그 부분도 아쉽게 느껴졌다.
#기억에남는문장
“인간들은 우릴 싫어하지만, 우린 인간들과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한 엄연한 서울 시민이야. 물론 그걸 알아듣는 바로 너 같은 꽤 운 좋은 인간 한정이지만, 원한다면 다년간 대통령 후보자 벽보를 읽어온 입장에서 다음 대선에서 당선이 되고 싶다면 포스터는 이렇게 만들라고 조언해줄 수도 있어.”
구구는 수다스럽다. 게다가 눈을 감고 들으면 정말로 비둘기가 아니라 40대 아저씨랑 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구구의 수다를 듣는 동안 요즘 마음을 무겁게 했던 일들이 바람에 눈발이 날리듯 날아갔다.
- 나의 ‘비둘기’ 아저씨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네 마음에 비췄을 때 행복하면 돼. 산토리오는 아마 행복했을 거야. 남들이 왜 저 인간은 할 일 없이 냄새나는 똥을 들여다보고 있냐고 비웃었어도 말이지.”
아빠, 우리가 탄 고장 난 엘리베리터에 언니도 태워야 할 것 같아.
- 달리지 않으면 지지도 않는다
“나는 지금 남의 도움을 받아도 될 만큼 충분히 힘든 상태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받아들였어. 그걸 인정하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아서 애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여야 무너지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지.”
- 세렝게티의 펭귄
“‘이렇게 힘드니까 나는 뭔가 더 잘할 수 있겠구나.’라고. 그 ‘뭔가’는 각자 원하는 걸로 채우면 돼.”
- 인생이란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동안 슬그머니 일어나는 일
좋아하는 감정에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감자 칩 같은 달리기를.
“끝이 아니야.”
다연은 중얼거렸다.
끝이 아니야. 다시 한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 진짜로 만들었다.
- 시속 34킬로미터 소녀
* 팩토리나인에서 도서제공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