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책[고독사 워크숍]
책[고독사 워크숍] 리뷰
'고독사' 이 단어를 마주하게 될 때, 나는 '인생이 씁쓸하다...'라고 생각했다. '혼자' '외롭고 씁쓸하게' 죽는다고 의미를 풀어 말해보면, 그의 삶에 과하게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어서 마음이 찡하다. 그렇게 고독사라는 단어를 외롭고 씁쓸한 인생이라 여겼는데, 요즘은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이라면 모두들 죽는데, 죽음에 대해 마냥 안타깝게만 여기는 것이 나도 겪게 될 일인데 마냥 고독한 것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구나.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가족이라는 개념도 다양해고, 태어난 방식이 다들 비슷한데 죽는 방식까지도 비슷할 필요가 있을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가 마무리하고 싶고, 좀 더 씁쓸한 감정을 더해 조용하게 마무리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죽음으로 가는 방식이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고독사가 마냥 고독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죽음뿐만이 아니지 않을까,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든 남들의 시선보다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책[고독사 워크숍]은 말 그대로 고독사하기 위한 워크숍에 참가한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워크숍 주체자인 심야코인세탁소의 직원들, 워크숍을 참가하게 된 이들의 사연들, 이 안에서 자신의 고독을 표현하는 채널들 이 모든 걸 읽다보면 '고독사'라는 단어가 내가 알던 단어와 다르게 느끼게 해 준다. 각자 자신이 생각한 '고독사'가 다르고, 이 워크숍을 참가하게 된 계기도 다 달라서 이 책을 읽는 나도 다르게 고독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삶에 대한 느낌이 있었다. '시시하고 형편없는 일', '괜찮다. 아니, 괜찮지 않다.', '대체로 나쁘지 않다' 등 긍정인 듯 부정인 듯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뜨뜬 미지근한 온도를 유지하는 혼잣말 같은 말들이 계속해서 입안에 남아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이 부분이 어느 면에선 이입이 되는데 다른 면에선 이입하기 힘들었다는 점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이었다. 고독사 워크숍을 통해 뭔가 크고 찬란하고 성공적인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이 세운 형편없어 보이는 일상을 꾸준하게 이뤄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깊게 관여하지 않아도 응원하지 않아도 괜찮은 워크숍이 나에겐 편안하게 느껴졌다. 아마 나도 고독사 워크숍에 참가한 이들처럼 동화된 거 일수도. 마지막에 1인용 밴드의 이름을 각자 짓는 걸 보고, 나도 지어보고 싶다. 내일이 지나면 별 일 없이 수정되거나 사라질 수 도 없는 이름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이길 꿈꾸나 겁이 조금은 많은' 밴드라고 말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
송영달이 올린 글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 결국 당신의 실패가 그 아이를 실명 위기로부터 구한 거네요. 그렇다면 매일 좀 더 실패해 봐도 좋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완벽한 고독사는 없습니다. #시행착오를_목표로
_62p
채널 27의 참가자는 방 안에 커다란 종이 박스를 두고 때때로 그 안에 머물렀다. 자신을 둘러싼 고독이 지나치게 팽창해서 감당할 수 없을 때, 그 무게에 짓눌릴 때 좁은 공간 안에 신체를 욱여넣으면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은 고독을 압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불가해한 세계는 그런 식으로 수없이 접힌 끝에 두려움을 거둬 내고 작고 볼품없고 친밀한 구석으로 남을 수 있었다.
_111p
4개월 넘게 버틴 선배보다 더 빨리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리고 알게 되었다. 선배도 참 지겨웠겠구나.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다움을 잃어 가는 하루하루가, 저마다 피해자의 얼굴로 가해자의 얼굴을 감춘 채 무리의 습성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못됨을 처먹어 가는 일상이. 무엇보다도 타인의 불행 앞에서 다행을 챙기는 다행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과 자꾸 마주해야 하는 공포가.
_246p
고독사 워크숍을 시작하며 이수연이 깨달은 단순하고 분명한 진리는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고독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고독의 코어를 단련해야 한다는 거였다. 고독이란 단순히 마음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균형과 근력의 문제였다. 친절과 배려가 탄수화물에서 나오듯 고독할 수 있는 힘 역시 강인한 체력과 단련된 근육에서 나왔다. 타인의 고독을 지켜 주는 힘 또한. 일 분이라도 혼자 플랭크 자세를 해 본 사람은 알게 된다. 혼자 버티며 산다는 건 얼마나 고독한 일인지. 수연 역시 반복된 훈련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의 고독은 대체로 단련될 수 있다는 걸.
_153p
마지막이라는 거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마지막을 맞이하는 건 늘 처음 경험하는 거니까요, 모든 마지막을 시작하는 설렘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저는 이제 합니다.
_314p
영우는 부장이 된 기념이라며 이런 덧셈에 관한 농담을 만들었다. 고독사 워크숍 안에서는 누구나 0.5인분의 하루만 살아 내면 된다. 과거나 미래와의 연속성에서 단절된 딱 0.5인분의 하루. 자기 삶은 0.5인분만 책임지면 되니까 구시렁구시렁 오지랖만 넓어지고, 그렇게 또 다른 0.5인분의 삶에 참견하다보면 어느새 0.5+0.5는 1인분이 되고, 그렇게 결합된 1인분은 결합 과정에서 생긴 에너지로 인해 1+1, 자연히 원 플러스 원이 되어 다시 각자 1인분의 삶이 된다는 거였다.
_375p
할머니, 나 계속 이렇게 형편없이 살아도 될까?
할머니는 말했다.
당연하지. 세상이 왜 이렇게 형편없는 줄 알아? 형편없는 사람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너도 형편없이 살아. 그러다가 가끔 근사한 일 한 번씩만 하면 돼. 계속 형편없는 일만 하면 자신에게도 형편없이 굴게 되니까. 근사한 일 한 번에 형편없는 일 아홉 개, 그 정도면 충분해. 살아 있는 거 자체가 죽여주게 근사한 거니까, 근사한 일은 그걸로 충분히 했으니까 나머지는 형편없는 일로 수두룩 빽빽하게 채워도 괜찮다고.
_37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