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책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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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홍칼리 #인터뷰집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어떻게 이야기할 지 잘 모르겠다. 음... 책 제목처럼 무당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딱 한 번, 학교 과제를 하기 위해 무당을 인터뷰했던 적이 있다.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나씩은 했던 과거의 나, 참으로 재밌는 과거를 보냈구려, 껄껄. 어쨌든 그때의 인터뷰는 처음 보는 무당이라 잔뜩 겁을 먹고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긴장을 많이 했었다. 화려한 벽지, 다양한 불상, 기구 등 직접 눈으로 보니 강한 기운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인터뷰 했던 무당 선생님도 굉장히 센 기운과 강한 메이크업으로 얼굴을 쳐다보기가 쉽지 않았었다. 이후 아무련 관련 없다가도 '무당' 하면 떠오른 몇몇의 이미지와 이상하게 관련되어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무당은 아무나 될 수도 없고 그의 삶은 쉽지 않은 길이라고 못 박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미지였는데, 요즘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무당은 다르다. 유튜브에서 자신의 채널을 통해 드러내기도 하며,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에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많고, 연애 프로그램에 등장해 사랑을 찾기 위해 나온 분들까지, 기존의 무당 이미지를 깨부수고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무당 분들이 많다. 보여주는 이미지가 다양해지면서 '무당'의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더 이상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 밝게 자유롭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양지로 나와 등장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선입견과 편견을 다르게 그들만의 언어로 다르게 해석해 등장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책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는 현직 무당인 홍칼리 작가가 다양한 무당을 만나며 인터뷰하며 모은 책이다. 본인 자체도 다양한 무당이라 만나며 인터뷰한 무당도 평범하지 않다. 사실 그냥 무당 한 명도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다양한 성체성과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 무당의 인터뷰라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인터뷰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기독교를 믿고 있지만, 종교적인 시각에서 무당을 바라보기보다 인문학적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는 인터뷰였다. 공통적으로 무당의 역할에 대해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해 주는, 맺힌 한을 풀어주며, 그 둘 사이를 소통하게 해주는 존재라며 그렇기에 그 안에 자신으로 채울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들의 삶을 쭉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들의 삶은 외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면서 고독한 길이 구나를 생각했다. 뭔가 대신 속죄하는 역할을 맡아,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만드는 죄를 대신 지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살면서 '신이 존재하는 가', '사후 세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자신 있게 답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기도 하면서 내가 믿는 것 대로 신앙생활하는 게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인생인 것 같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인간은 그 답을 내리기엔 불완전해서 그래서 그 답을 내려줄 수 있는 신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약하게 보이기도 하다가도 어느 부분에선 강하게 보이기도 하고, 참으로 복잡한 존재인 것 같다. 부족한 인간이기에 이를 채워주기 위해 무당이 등장한 건 아니었을까. 답이 없는 세상에서 그 답을 찾기 위해 답을 알고 있는 신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
배우고 베푸는 무당 - 혜경궁 김혜경
돌아가신 분하고 산 사람의 매개자 역할을 해요
무당은 돌아가신 분하고 산 사람의 매개자, 중간 역할을 해요. 돌아가신 분의 말을 전하면 산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살풀이, 홍풀이, 심풀이 겸 가슴에 맺힌 한을 다 풀어요.
- 38p
신을 모시면 다시 태어나서 신엄마와 신의 딸과 아들이 인연을 맺는 거니까 서로 아픈 데를 어루만져주고, 뭘 잘못하면 혼내주고, 혼내고 나면 달래고, 안타까운 것도 불쌍한 것도 알아야 되고. 이래야 사이가 끈끈해요.
- 46p
함께 울어주는 무당 - 무무
공감을 잘하는 연습을 지속해야 해요
Q) 무무님에게 연대란 무엇인가요?
책임지는 일이요. 당사자는 '특정한 일에 연루된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을 텐데, 이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참 고민했어요.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연루되어 있고 세상에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니까요. 정도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일정 부분 연결되어 있고, 차별과 인정의 문제든 자본과 분배의 문제든 기후와 생태의 문제든 나는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감각을 놓지 않으면서 내 삶과 내가 돌봐야 할 존재를 계속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일, 온전히 책임질 수 없어도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는 마음이 연대가 아닐까 생각해요.
- 72p
처음에는 손님을 위한 기도인데 어느 순간 만물을 향한 기도가 돼요. 만물에는 나도 포함되어서 결국 나를 돌보게 되는구나 생각해요.
- 82p
트랜스젠더 무당 - 예원당
우리는 절대 인간을 믿고 살면 안 돼요
무당도 마친가지야. 어차피 무당도 밑바닥까지 온 거예요. 어디 가서 우리가 무당인데요? 그러면 다 선입견 가지고 봐요. 왜? 옛날부터 무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기 때문에.
- 105p
Q) 무당은 어떤 사람일까요?
무당은 희생하는 사람. 대가를 바라면 안 되는 사람. 목숨을 내놓고 사는 사람. 그래야만 살 수가 있어요. 어차피 우리 무속인은 죽은 몸이에요. 너무 슬프죠. 그래서 마지막까지, 죽어서 땅속에 들어갈 때까지 뭘 기대하면 안 돼요.
- 110p
나하고 맞는 직업, 나하고 맞는 사람, 나하고 맞는 음식, 나하고 맞는 색깔을 찾아서 사는 것이지. 인간이 무엇을 알겠어요. 다 자기가 잘난 줄 알아. 못난 사람이 어딨어. 안 그래요? 다들 깨닫지를 못해요. 그래서 내려놓고 살아라, 비우고 살아라,라는 말이 있잖아요. 나도 무당으로 살면서 깨달았어요. 그 전에는 몰랐어, 나도. 나 혼자 잘난 줄 알았죠.
- 113p
대동굿판을 여는 무당 - 솔무니
미래는 모르겠고 뭐가 답답하지만 얘기해보라고 했죠
오늘의 내가 있으려면 뭔가를 할 수밖에 없을 텐데, 울면서 하는 것보다 웃으면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 166p
에필로그
당신이 곧 신이다
이 책을 만나는 모두가 낙인과 벌전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서로를 돌보는 오늘을 살아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우리가 당장 이 세상을 뒤집어버릴 수 없어도,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와 부처님의 가피와 하나님의 은총과 마고할머니의 축복이, 지금도 혼자 울고 있는 누군가에게 가닿게 해 주세요.
- 196p
* 한겨레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