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Book Review : 책 [아침 해가 뜨면 사라지는 감정에 대하여 밤이 되면 솟구치는 사랑에 관하여]

hyemhyem 2022. 12. 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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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침 해가 뜨면 사라지는 감정에 대하여
밤이 되면 솟구치는 사람에 관하여]
#나와잠자리했던모-든X들에게 #인디펍출판사

 

 나는 궁금증이 많은 사람인데 더불어 겁도 많다. 어릴 땐 궁금증이 많은 아이가 아니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 했던 아이 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나 싶다. 성인이 되면서 경험하지 못한 것에 궁금함이 붙었다. 예로, '담배는 무슨 맛이기에 끊기가 힘든 걸까? 정말 맛있나?' 또는 '잠자리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등 입 밖으론 해본 적 없지만 속으론 궁금해하며 생각해본다. 물론, 궁금한 걸 해도 상관없는 나이이지만 해보자는 마음이 커지면 덜컥 겁이 난다. 혹여나 내가 상상했던 방향이랑 너무 다르면, 나에게 좋지 못한 부분이 더 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의 마음이 울렁거린다. 에휴, 쫄보의 마음이다. 마음은 쫄보지만 그렇다고 궁금증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참으로 신기한 나의 마음이다. 좀 더 용기를 내도 괜찮을 것 같은 자신에게 응원을 해본다. '좀 더 나아가도 괜찮을 거야.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충분하니 좀 더 용기 내서 해봐!' 그게 잠자리가 되었든, 다른 분야에 대한 시도가 되었든 간에,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기를 바라면서.

 

 잠자리를 했던 모든 X에 대해 글을 남긴 세 명의 작가들이 궁금하다. 섹스를 입 밖으로, 솔직히 글로 남기는 것도 솔직히 나는 아직 부끄부끄한 마음이 큰데 책으로 남길 생각을 하다니. 성적인 부분만이 아닌 전 X들과의 관계를 새벽 감성 조금 추가해 남긴 듯한 글을 읽으며 다른 생각이 들었다. '섹스'에 대해 '잠자리'에 대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겠구나. 자꾸 얘기를 해야 불편함과 진실을 꺼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잠자리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 알고 있던 정보를 바로 잡아서 건강한 성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직 경험은 없는 나이지만, 경험이 없다는 것도 덤덤히 이야기하며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더더욱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이 책을 카페에서 읽으며 반항해보라는 말에, 나는 이 책을 아르바이트하는 교회 카페에서 읽고 있었다. 아이참,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교회 카페에서 읽었다는 생각이 드니 나도 참,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있구나 했다. 

 

 

 

기억에 남는 문장

 

우리의 사랑은 새벽에 끝났습니다. 어젯밤에 솟구쳤던 사랑은 더 이상 없습니다. 하필 이럴 때 일을 끝내 그쪽과 더 이상의 연이 없어 다행입니다. 물론, 밤에 그쪽이 생각날 수는 있겠지만 나는 그냥 혼자 잠들겠어요. 어차피 아침이 되면 사라질 감정이니까요.

- 우리의 사랑은 새벽에 끝났습니다, 12p

 

유흥은 유흥에서 그쳐야 해요. 마음이 빼앗기는 순간 도박이 될 수 있어요.

- 나쁜 피, 30p

 

그녀는 그 장면을 보며 아이러니하게도 타이밍과 노력에 대해 생각했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고 타이밍 때문에 모든 게 망쳐지는 순간도 있다고.

- 끝까지 병신. 마지막 이야기, 38p

 

우리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은 내가 섹스를 좋아해서도 아니고 이야기해야만 불편함과 진실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하의 후, 41p

 


질문을 먹은 감정은 빠르게 자라서 어느새 그 크기가 당신만 해졌다. 나는 그게 나를 잡아먹어 버릴까 무섭다. 맞닿았던 네 살갗의 생생한 느낌이, 무연한 네 웃음이, 엎어지면 가슴팍이 나를 잡아먹어 버릴까 봐.

- 밤에 만나 아침에 헤어지는 관계, 49p

 

사랑은 언제나 이상하게 흘려서 결국 내 고집이 되나 봅니다. 이불을 뒤집어쓴 지금의 나는 당신을 놓아줄 자신이 없어서. 조금만 더 이렇게 있자. 조금만 더 이렇게 있자. 떼를 씁니다. 내 척추 마디를 꾹꾹 누르던 당신의 손가락 끝. 그곳에서 흐르던 다정을 되짚어봐요. 나는 그렇게 가만히, 심장 소리를 듣습니다. 살아가는 소리를 들어요. 

- 우리가 함께 무인도에 떨어지던 밤, 67p

 

사랑을 다 하고 나면 이별이 남고, 이별을 다 하고 나면 섹스가 남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별할 때마다 한 사람을 곱씹어 삼켜내는 것처럼, 그러다 별안간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입을 발견하고, 이제 더는 삼킬 건더기가 없다는 걸 깨닫는 것처럼 지나간 섹스와의 과정 또한 그래야 한다.

- 소금의 일, 71p

 

 


통화한 날 밤, 나는 싱숭생숭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섹스가 사랑일까, 사랑이 섹스일까, 사랑 안에 섹스가 있을까, 섹스 안에 사랑이 있을까, 아니면 섹스와 사랑은 별개일까. 그렇게 섹스를 해도 왜 나는 아직 구분 짓는 게 어려울까.

- 홍콩익스프레스, 111p

 

우리 이제 꽁꽁 숨기지 말고 누구보다 크게 섹스를 말하자. 불편할수록 이야기해야 감정이 선명히 보이니까. 부끄러워서 못하겠다면, 주말 낮 카페에서 여유롭게 이 책을 읽는 반항은 어떨까? 이 책은 누가 봐도 섹스 책이니까. 

- 미재의 담,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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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펍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