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Book Review : 책 [나의 악당, 할머니]

hyemhyem 2022. 11. 26. 13:42

#북블로그 #나의악당,할머니 #이명옥여사추모3주기헌정출판 #준이로 #에세이 #인디펍출판사 #독립출판 #인디펍서포터즈 #hyemhyem

 

 책 [나의 악당, 할머니]
#준이로 #에세이

 

 '인연', 알 듯 모를 듯한 인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수 많은 인연이 있지만, '가족'은 그중에서 가장 운명적이라 느껴진다. 내가 어떻게 정할 수 없는, 하늘에서 신이 가족으로 만나게 해 준 인연. 정해진 법칙이 없이 자연의 섭리로 만들어졌기에 가족의 모습은 제 각각 다른 것 같다. 그래서 가족 내에 벌어지는 문제는 복잡하고 복잡한 개인 사정이 되어버리고, 가족 외의 다른 이가 들어오기엔 가족은 선이 분명한 동그라미 같다. 이렇게 만난 인연이기에 가족 얘기는 마음과 감정이 더 들어가는 걸까(모든 가족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인연이기에 다른 이보다 질기고 질긴 관계를 이어가는 걸까. 가끔 가족보다 나를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집중했을 때에도 가족이 보인다. 거울로 반사되는 빛처럼 나는 가족의 곁을 떠나도 그의 일부는 나에게 남아 살아 숨 쉰다. 참,,, 아이러니하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이런데, 다른 분들은 각자의 가족을 생각하면 어떨지 궁금하다. 비슷할 것 같으면서도 다를 것 같은 제각각의 선이 분명한 동그라미 모양의 가족. 쓰다 보니 궁금하다, 여러분의 가족은 어떤가요?(꺼내기 싫으면 안 꺼내도 되고요.)

 

 책 [나의 악당, 할머니]는 제목 그대로 할머니를 향한 마음을 글에 담아 펴낸 추모 헌정 책이다. '와, 본인 할머니의 추모 3주기에 헌정 출판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멋있다. 할머니를 많이 사랑했고 친했고 가까웠나 봐. 한편으론 부럽네.' 저자가 태어나면서 만나고 이어진 할머니와의 인연을 그의 글을 통해 부드럽게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부분에서 글을 통해 기억의 해상도를 높인다는 그의 말이 할머니와의 추억이 희미해지지 않게 글로 남겨 생생하게 기억하려는 그의 마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나간 일은 때론 당시 느꼈던 정도보다 흐려지고 희미해져 사실만 남게 되는데,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글로 천천히 부드럽게 적혔을 그와 할머니와의 인연이 나의 마음에 와닿는다. '할매', '악당', '피콜로', '철인' 등등 할머니를 부르는 호칭, 별명들이 얼마나 할머니와 부대끼면서 함께 살았구나를 느끼게 해 주었다. 30년간의 질긴 인연이라고 저자는 말했지만, 그 속에 담긴 할머니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읽는 동안 할머니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다른 이의 사랑을 담은 글은 늘 마주할 때마다 따뜻하니까. 글을 통해 해상도를 높인다는 저자의 말과 할머니와의 질긴 인연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맴돈다.

 

   

기억에 남는 문장

 

1. 오십 0-6

 

글을 쓴다는 것은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희미해진 순간들을 글을 사용하여 해상도를 높여 간직하라는 것이다.

- 잊지 말아야 할 일, 4p

 

그녀를 아빠도 엄마라고 불렀고, 고모도, 삼촌도 다 엄마라고 불렀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엄마라고 부를 수 없었고, 그저 아가 때 불렀던 호칭이 "할매"였다.

나의 탯줄이 끊어지고, 이 세상에서 힘이 가장 강하고 무서운 사람 곁에서 자랐다.

 

그녀는 때로는 악당 같았고, 거칠었으며, 따뜻했고 다정했다. 곁에 있으면 한없이 안정되었다.

내가 태어날 때 내렸던 폭설과 함께 그녀와 30년간 질긴 인연이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 88년, 눈 오는 어느 날 11p

 

할매는 나에게 유일하게 친절했고, 누군가 나를 불편하게 하면 지켜주고, 대신 욕을 해줬다.

 

할매가 누군가의 악당으로 계속 남아줬으면 했다.

- 피콜로, 15p

 

 

2. 육십, 7-17

 

나는 그저 할매의 품에 안겨 잠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밥을 남긴 것은 먹기 싫어서도 있었지만, 할매가 밥을 많이 먹으면 그 힘으로 나를 더 안아주고 시간을 보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할매는 밥을 더 많이 먹어야 했다.

- 반찬 투정, 24p

 

"손주 놈 죽일 일 있어. 그놈 때문이라도 살아야지."

"아니 글쎄, 내가 죽는다니까, 저놈도 죽는다는 말을 한다니까." (큰 웃음)

"고놈 한번 기특하네."

"아이고 정말 내가 저놈 땜에 못살아.(살아.)"

 

어쨌든, 할매를 살게 해서 내가 살아야 하는데 무슨 말을 못할까?

 

'할매 죽으면 나도 죽을 거야.'라는 나의 말은 '우리 둘 다 잘 살고 행복해지자.' 라는 바람이었다.

 

"둘 다 죽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자."

 

이 마음은 진심이었다.

- 나도 함께 죽을거야. 38~39p

 

 

3. 찰삽, 18-28

 

심지어 강하고 철인 같고, 가족들이 할매를 우러러봤을때도 사랑한단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말하고 나서 알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가장 그 사람이 추하고 보잘것없을 때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가장 추하고 쓸모 없을 때,

그녀가 나를 사랑했던 것처럼

- 그녀가 나를 사랑했던 것처럼, 58p

 

 

4. 팔십, 29-35

 

그렇게 3일을 고생했지만, 할매는 환갑 비디오에서 가장 행복했던 주인공으로 남았다. 모든 카메라가 할매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할매를 항상 옆에 있는 사람 또는 어려울 때 도와주는 보호자였다. 영화로 치면 주인고이 아닌 조연 정도로만 출연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비디오에서는 완벽한 주인공이었다.

- 환갑 잔치 비디오, 71p

 

 

0123

* 인디펍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