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Book Review : 책 [섹스할 권리]

hyemhyem 2022. 11. 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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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섹스할 권리]
#아미아스리니바산 #창비

 

 '유교 걸', '유교 보이' 두 단어는 신기하게 다가온다. '유교'를 향한 인식이 어땠나 생각하면 그다지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유교 하면 제사도 떠오르고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떠오른다(개인적 생각으로). 그러다가 이제는 '성'에 대해 붙는 '유교'는 절제하는 순결한 자신의 몸을 잘 지키는 보호하는 조심하는 이런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나쁘지 않고 하나의 태도, 내지는 성적 가치관임을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전 세대보다 성에 대해 더 개방적인 사회가 되었다고 말하지만, 어떤 점에선 맞는 것 같고 다른 점에선 아닌 것 같은 모순적인 면은 아직 남아있고 그걸 피부로 느끼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참으로 쉽지 않은 사회다. 성에 대해 접할 기회나 교육이나 뭐랄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자유로운 분위기나 교육이 많지 않았다는 걸 성인이 되고 나서야 생각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배운 성교육은 이제 기억나질 않으며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어른(부모님을 포함해서)도 없었다. 아직 성경험이 없는 나에게도 성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안타깝지만 인터넷, 솔직히 말하면 시각적 정보가 훨씬 많았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 정도로 성에 대한 인식이나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것. 그래서 성 관련 범죄나 사건이 발생해 보도될 때, 많은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생각하면 성에 관한 생각, 문제, 나의 태도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이것이 단순 나라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만든 무언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단순 한국이라는 국가, 아니면 가족이나 내가 속한 환경 속에서 성을 생각하게끔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더 고차원적인 영향 아래에 있는 것인지 생각하기가 어렵다. 성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이미지, 원초적이고 본능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한 이런 생각으로 인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점도 있지 않을까.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생각만으로 하기엔 정리하기가 쉽지 않음을 횡설수설한 글로 이야기해본다.

 

 그래서 책 [섹스할 권리]는 단순하게 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여기에 얽히고설킨 수많은 관점을 실제 사례와 더불어 설명해준다. 저자인 아미아 스리니바산은 옥스퍼드대학교 최연소, 최초의 여성, 유색인 올솔스 칼리지 사회 정치이론 치첼리 석좌교수이며 페미니즘 이론 학부 수업으로도 유명하다. 책은 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솔직한 감상평으로 한 번에 이해하기엔 쉽지 않았는데, 페미니즘과 관련 실제 사례들이 미국, 영국 등 영어 서구권이었으며 인용된 주장이나 이론이 관련 지식이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찬찬히 시간을 두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해하기 쉽지 않으나 이해의 가닥을 잡기 시작하면 지금 우리 사회의 벌어진 상황이나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며 저자의 글을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다. 이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에 관한 모습이나 사건이나 현상이 단순히 벌어진 것이 아닌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어떻게 영향을 받아 벌어진 것인지 그 과정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성에 관한 관점이나 인식이 다른 문화권에 있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에 더더욱 이야기 나누기에 더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다. 책 [섹스할 권리] 가의 챕터마다 대화할 주제나 서로 얘기해 볼 수 있는 점이 많다는 것, 그리고 성에 관한 내가 가지고 있던 인식과 사회의 인식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 이걸 통해 우리가 진지하게 성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시선을 둬야 한다는 점을 읽고 난 후에 더 많이 생각나게 해 주었던 책이다.

 

 

기억에 남는 문장

 

 

포르노를 말한다

 성교육이 젊은이들에게 더 나은 '기계적 반응'만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형식'을 낳는 능력인) 대담한 성적 상상력을 부여하려면, 나는 이 교육이 일종의 소극적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은 섹스에 대해 진실을 말해준다는 성교육의 권위를 주장하지 않으며, 섹스가 무엇이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할 권리가 젊은이들 자신에게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섹스는 앞선 세대가 택했던 대로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불평등한 것으로 유지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신나고 평등하며 자유로운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소극적 교육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입안할 법도, 도입할 쉬운 교육과정도 없다. 제지되어야 할 것은 더 많은 표현이나 더 많은 이미지가 아니라 그것의 맹습이다. 그제야 비로소 성적 상상력이 그 잃어버린 힘을 잠시나마 되찾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 130p

 

 

섹스할 권리

 이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고정된 성적 선호라는 관념 자체가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좋은 정치라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선호 역시 신성하게 취급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혹은 이상화된 버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걸 당연히도 조심스러워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런 식으로 권위주의는 거짓을 퍼뜨린다. 섹스에 관한 한, 그러니까 진짜 욕망 내지는 이상적인 욕망을 부르짖으며 여성 및 게이 남성에 대한 강간을 오랫동안 은폐해온 역사가 있는 섹스에 관한 한 이는 대부분 진실이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은 우리의 성적 선호가 때론 우리 자신의 의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또 바뀐다는 것이다(자동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지만, 바뀌는 게 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수 세대에 걸쳐 게이 남성 및 여성이 증명해주듯, 성적 욕망이라는 게 우리가 인식하는 바와 늘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욕망은 우리가 가보리라고는 상상도 해 보지 못한 곳으로, 끌림이나 사랑을 느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에게로 우리를 이끌며 놀라움을 선사할 수도 있다. 최선의 상황에서는 우리의 욕망이 정치에 따른 선택을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최선의 희망에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 161p

 

 

욕망의 정치

86. 사실 성 혁명에서 주목할 점은 '바뀌지 않고 남이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다(이것이 급진적 페미니스트 세대의 정치가 형성된 이유다). 싫다는 말이 여전히 실제로는 좋다는 의미인 여성과 그냥 좋다고 말하는 여성은 지금도 헤픈 년이다. 흑인 남성과 갈색 인종 남성은 여전히 강간범이고, 흑인 여성과 갈색 인종 여성 강간은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여자들은 여전히 이를 요구하고 있으며, 남자들은 여전히 이를 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87. 그렇다면 성 혁명은 정확히 누구를 해방했는가?

 

88. 우리는 아직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 207p

 

 

섹스, 투옥 주의, 자본주의

 무력에는 역설적인 점이 있다. 집단화하고 연계하고 대변하면서 무력은 힘을 얻을 수 있다. 이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권력에는 새로운 어려움과 책임이 따라온다. 특히 새롭고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려는 사람들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들이 권력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어떤 경우라도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권력이 손안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권력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이 너무 자주 자신들이 폭력에 연루되어 있음을 부정하고, 타인을 돕거나 해를 끼치는 일 사이, 상징주의와 그 효력 사이, 처벌과 해방 사이에서 마치 어려운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행동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가장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적어도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절망의 원인이 될 필요가 없다. 페미니즘은 집합적 운동이다. 이 안에는 권력을 잡지 못한 사람들이, 즉 아직 승리하지 못한 사람들과 승리가 생존을 의미하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권력의 끝자락에 있는 이런 여성들을 나머지 사람들이 돌아보고 지속해서 돌봐야 한다.

-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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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