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책 [최소한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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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소한의 이웃]
#허지웅 #산문집
어릴 때 살았던 동네가 떠올랐다. 잘 사는 동네는 아니었지만, 주변 친구들과 아는 이모(친구들의 엄마를 부르는 명칭)들이 많았다. 항상 집 근처 놀이터에서 동네 친구들과 같이 놀고 이모들과 같이 간식을 먹으며 놀았던 기억이 아주 조금 나에게 남아있다. 이웃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 까?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이사 오면 이웃들에게 돌렸던 따뜻한 시루떡도 이젠 모습을 보기 어려운 조금은 팍팍한 시대가 되었다. 그때 먹었던 시루떡이 김치전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 지금은 인사도 겨우 할 수 있는 관계에 조금은 시린 이웃이 되었다. 그럼에도 가끔, 뜻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웃을 만난다. 우산 없이 비를 맞아야 할 때 우산을 먼저 씌어준 고마운 이웃이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에게 볼 때마다 '고맙다.'는 말과 간식을 주는 이웃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웃으며 인사하는 이웃이 있다. 참으로 다행이고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웃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옛날 내가 느꼈던 이웃을 바라는 것은 이젠 욕심이지만, 최소한의 마음을 전하는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지금이 그리고 더 많아질 거라는 마음이 들며 나도 최소한의 이웃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해본다.
허지웅 작가님을 처음 본 방송은 예능 <마녀사냥>이었다. 처음 봤던 그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여 팬이 되었다. '세상은 엉망진창이야.' 라고 웃으며 말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근데 책을 쓴 작가라 해서 그의 책이 궁금했다. 그의 책을 읽어본 후 더욱 그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의 글은 첫인상과 달랐다. 고양이 탈을 쓴 곰은 아니었지만 순하고 온기 있는 존재같이 느껴졌다. 첫인상과 글이 서로 달라서 반전 매력이라며 더 열심히 예능을 찾아보고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소장하고 난 이후, 가끔씩 다시 그의 책을 읽었다. 그의 글 속에 남긴 온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그리고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온기를 받아 마음이 따뜻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출간된 그의 책을 다시 읽게 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기록하고 싶었다.
책 [최소한의 이웃]은 허지웅 작가의 산문집으로 '이웃', 그것도 '최소한'의 마음을 가진 '이웃'을 이야기한다. 글의 마무리에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일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며 다양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해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일만으로도 바쁘고 힘들고 지친 일상에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 좋은 소재를 그의 SNS 계정에서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일상을 지금의 우리가 사는 사회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에 지난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사건, 사고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모습들이 무의식적으로 내 머릿속에 다시 나타나 그때를 기억하며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부분이 나는 제일 좋았다. 그의 글은 다시 생각나게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 책에서 그의 글에서 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따뜻하고 마치 사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였다. 이전과는 또 다른 그의 면모를 이 책을 통해 보게 된 것 같아, 이를 통해 그도 그의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변화가 보였다. 그도 달라진 만큼 나도 달라졌기에 그의 글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사실 그의 책이라면 무조건 소장하겠다 했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그가 달라졌듯 나도 달라졌기에. 그래도 당신의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고맙고, 좋았습니다 :)
기억에 남는 문장
1부_애정,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
웃지 않는 사람에게 왜 웃지 않냐고 묻지 마세요. 웃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웃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잊었을 뿐입니다.
- 21p
노예가 되었던 요셉이 다른 형제들을 용서하고 감싸 안았던 것처럼 형제 사이의 불화를 끊는 건 어쩌면 가장 상처받은 사람이 먼제 용기를 낼 때에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가장 상처받은 사람이 먼저 용기를 내는 것 말입니다.
- 28p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인내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렇게 감싸 안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40p
힘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생각합니다. 더 이상 끌어모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아 주저앉고 싶었으나 안간힘을 다해 다시 일어나 밥벌이에 나섰던. 힘겨운 반복 안에서 끝내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었던 누군가가 진심을 다해 그 힘과 운을 타인에게 빌어주고자 하는 마음을 말입니다.
- 46p
2부_상식,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의 염치에 가격을 매겨야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이 가격은 사람마다 상대적인 것이라 서로 견주어 자랑할 수 없고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오직 자신만이 가격 앞에 홀로 떳떳하거나 초라합니다.
- 53p
중대재해처벌법이 해결책이 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민을 대표한다는 의원들에 의해 이미 누더기로 수정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게 정말 시민의 뜻을 대변한 걸까요. 그 또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다만 불의한 죽음에 무감각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입니다.
- 88p
3부_공존, 이웃의 자격
이웃에게 서로가 서소를 구원해줄 전능한 힘 같은 건 없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115p
입장이 바뀌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입장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이라면, 그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세상의 유일한 진짜 모습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확신할 수 없다면 단정 지어 생각하고 행복하는 일 또한 조심해야 하겠지요.
- 126p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이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꼭 친구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같은 편이나 가족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만큼 남을 이해하는 태도, 그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마음의 전모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 128p
4부_반추,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지나온 길에 지혜가
경험에 사로잡혀 과거의 망령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경험으로부터 피해의식이 아닌 지혜를 끄집어내 다음 일을 모색할 것인가.
- 163p
전태일 열사의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 모니터 앞에 있든, 운전대를 잡고 있든, 지시를 내리든, 지시를 받든, 달리고 있든, 밥벌이를 하는 우리는 모두 전태일의 후배입니다. 더불어 남을 위해 나를 태우는 모든 이는 전태일의 동지입니다. 그를 기억합시다.
- 177p
5부_성찰,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고단함
자신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중요한 건 인정받는 게 아닙니다. 나에게 나를 증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219p
진정한 강인함이란 하늘을 날고 쇠를 구부리는 게 아닌,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삶을 끝까지 살아내며 마침내 스스로를 증명하는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221p
살다 보면 반드시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을 단지 창피하다는 이유로 회피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하지만 경험해본 자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단지 창피하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혹시 창피를 당할까 봐 무언가 미루고 있는 분이 있나요. 미루지 말고, 뒤돌아 도망치지 말고. 용기를 내서 당장 실행하세요. 잘될 겁니다.
- 226p
확실한 건 현실에서 우리의 노력이 대부분 보답받지 못한다는 사실일 겁니다. 나의 쓸모를 제대로 알아주는 조직은 드뭅니다. 헌신에 고마워하는 파트너도 희귀합니다. 쓸모를 알아주는 조직에 몸담고 있다면, 헌신에 감사하는 파트너와 함께라면 고마워해야 합니다. 분노하지 말고, 실망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며 버팁시다. 여태 운이 없었다면 그 운이 언젠가 나의 쓸모를 알아보고 고마워할 줄 아는 만남으로 돌아오리라. 제가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 232p
여러분에게도 부자가 될 손금과 같이 가장 고될 때마다 꺼내어 만지작거릴 수 있는 위안거리가 있나요.
- 243p
제일 좋은 시절이면서 가장 나쁜 시절에 불행을 누르고 평정을 되찾기 위해선, 눈앞에 직면한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 복잡함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명쾌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은 풍경 안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청년들을 응원합니다.
- 251p
6부_사유, 주저앉았을 때는 생각을 합니다
지혜란 책 속의 정보 값에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저자의 아이디어와 내 생각이 만나 동의와 비판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겁니다.
- 290p
고통은 구체적이지만 희망은 관념적이지요. 고통은 실체가 또렷하지만 희망은 흐릿합니다. 하지만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그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정말 사라지고 맙니다. 저는 희망이 고통에 대한 반사작용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통이 있으면 거기 반드시 희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평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 303p
"신이 인간에게 미래를 밝혀주실 그날까지 인간의 모든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에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여러분 잊지 마십시오. 땅 위에 나뒹굴어 혀끝에서 흙 맛이 느껴지더라도, 불행에 사로잡혀 잠식당하지 않는 사람만이 회복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희망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만이 희망을 준비하고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막시밀리앙에게 그러했듯, 우리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일 때 서로 돕고 함께 기다리며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이웃입니다. 여러분이 제 이웃이라 기쁩니다.
- 30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