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책 [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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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끼니]
#유두진
끼니의 사전적 정의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책 제목이 '끼니'이기에 제일 먼저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마지막에 시처럼 남아있는 문장을 읽으면서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찾아보니, '아침, 점심, 저녁과 같이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밥. 또는 그렇게 먹는 일.'이라고 되어 있네요.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밥 먹는 것, 그게 '끼니'의 의미였군요. 음... 그럼 저의 끼니를 한번 살펴볼까요. 전,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아메리카노를 마셔요. 요즘 쌀쌀한 가을 날씨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기에 적합하거든요. 그렇게 커피 한잔 마시면서 비몽사몽 한 저를 깨우고 1시간 흐른 뒤, 아침밥을 먹어요. 아침엔 밥을 먹어야 뭔가 든든하더라고요. 가끔은 늦게 일어나 바로 점심을 먹어야 할 때면, 근처 떡볶이를 사 먹거나 라면 2 봉지를 끓이며 배 부르게 먹어줍니다. 그리곤,,, 점심을 뛰어버리고 낮잠을 자버리죠. 그 후엔 알바를 가고 이후 저녁은 지나치거나 가끔 맥주 한 캔과 과자로 폭식을 해주면 하루 끼니가 마무리됩니다. 자, 아주 단순하면서도 아무 일 없는 듯한 끼니죠. 별 볼일이 없는 저의 끼니이지만 저는 이러한 끼니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답니다. 끼니를 건너뛰어도 저의 삶은 지속되니깐요. 삶이 지속되는 한, 저의 끼니도 지속되겠죠. 그런 일상이 지속되는 한, 저의 삶도 지속되겠죠. 어떤 모습이 될지는 예상되지 않고, 미리 예상하고 싶진 않지만 저의 삶은 지속되며 어떻게든 살아있을 사실은 꽤나 긍정적이게 느껴지네요. 저의 끼니를 돌아보니, 당신의 끼니도 어떤 지 궁금하네요. 괜한 오지랖은 아니고요. 그저 한 번 스치는 궁금함 정도예요. 당신의 끼니도 평안하기를. 지속되기를 바랄게요.
책[끼니]은 말 그대로 밥 먹는 일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묶어 둔 책이다. 책 표지에서도 '끼니를 때우면서 관찰한 보통 사람들의 별난 이야기'라고 쓰여 있는데 이 문장 그대로이다. 저자가 끼니를 챙기면서 일어난 에피소드. 근데 저자의 에피소드가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밥 먹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단 주변을 관찰하면서 주의 깊게 먹었던 것 같아서 그의 머릿속에 많은 에피소드가 남겨진 게 아닐까. 근데 또 에피소드를 합쳐 생각하면 썩 좋은 경험은 아닌 듯하다. 사람의 뇌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쉽게 남겨진다고 하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긍정적인 이야기로 느껴지진 않았다. 근데 이 자세를 쭉 유지하며 글을 쓰는 저자를 생각하면 그의 글이 대쪽 같다. 어떻게 인생이 긍정적인 일로만 가득할 수 있겠는가. 때론 기분이 좋지 못하는 일도, 억울한 일도, 나쁜 인상을 남기는 일이 더 많다. 굳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꺼내기가 꺼려지는 것뿐. 그래서 저자의 대쪽 같은 글이 다 읽고 나니, 이게 우리가 사는 현실이랑 맞닿고 있는 것 같아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마지막 저자가 남긴 시가 그가 끼니에 대해, 삶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잘 드러내는 글이라는 걸 느꼈다. 근데 이 글이 부정적이게 회의적이게 느껴지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얘기해줘서 읽는 나도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 건조하게 때론 이성적이게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걸.
기억에 남는 문장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폐지 줍는 노인이 보인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아리다
아련한 동지애를 느껴서다
태어났으니 살아야 하고
살려니 먹어야 하고
먹으려니 일해야 하고
삶이란 그런 것 아닐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평생을 아등바등하다가
발버둥 칠 힘이 다하면 가야 하는
먹고 산다는 것
인간 잎에 놓인 이 단순하고도 엄숙한 명제 앞에서
그 어떤 허세적인 가치들도 무의미한 것이 아닐는지
결국 우리는
먹고 일하고 일하고 또 먹는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 220p
* PAZIT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