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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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
by 할레드 호세이니
작년 이때쯤, 오픈 알바를 끝나고 집으로 오면서 봤던 기사가 생각났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한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매달려 날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을.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목숨을 걸면서까지 탈출을 하려고 했을까 싶었다. 잘 알지 못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그날 본 뉴스 기사를 시작으로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국과 멀리 있는 그곳에서 벌어진 일이 참담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면서 아프간 사람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 가운데 드는 생각이 얄팍하다고 느껴진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분쟁을 생각하면, 이 나라에 태어나 사는 것이 각자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정해진 운명으로 태어나 어쩔 수 없는 상황 가운데 놓여 주변 상황에 따라 살아가야만 하는 그런 삶. 이런 삶 속에서도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곳이 어디든 간에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은 어떻게는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나라를 배경으로 그의 역사를 따라 살아가는 아프간 사람들의 삶.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소련의 침공 이후의 아프간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4부로 나눠져있으며 1부는 '마리암의 삶' 2부는 '라일라의 삶' 3부는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 4부는 '그 이후의 삶'로 요악할 수 있다. 4부까지 600페이지에 걸친 장편소설이기에 아프간(아프가니스탄을 줄여서)의 모습과 삶을 자세히 묘사했으며 특히 아프간 여성이 겪게되는 삶이 두드려지게 이야기했다. 이야기하기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프간 여성 인권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에 매우 낮다는 것.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이후 교육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외출도 못하는 등, 여성의 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과 그 가운데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마리암과 라일라의 모습이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말속에서도 생존하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의 상황과 아프간의 상황이 여자인 자신들에게는 참고 견뎌야 하는 곳이라는 걸 체념하는 마음, 두 개의 마음이 짧은 대화에서도 느껴졌다. 그녀들이 고난을 견디고 슬픔을 겪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버티며 살아왔을 그 삶에 경의를 표한다. 지금도 많은 아프간 난민과 지금도 곳곳에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을 겪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이 견디고 버티는 삶에서 더 나은 삶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기억에 남는 문장
"나는 이따금 내 아버지가 그가 가진 날카로운 칼로 명예롭게 딸을 죽일 배짱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게 나한테 더 좋았을지 모른다."
- 1부, 14p
"마리암, 그게 우리 팔자다. 우리 같은 여자들은 그런 거다. 참는 거지. 그것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 알겠느냐? 게다가 그들은 학교에서 너를 비웃을 것이다. 너를 하라미라고 부르며, 너에 관해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할 것이다. 그러도록 놔둘 수는 없다."
- 1부, 31p
"저는 늘 아버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저는 아버지가 100살까지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어요. 저는 몰랐어요. 아버지가 저를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는 걸 몰랐어요."
잘릴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웃자란 아이처럼 구두의 앞축으로 뭔가를 팠다.
"아버지는 저를 수치스럽게 생각하셨어요."
- 1부, 80p
마리암은 소파에 누워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눈은 우리 같은 여자들이 어떻게 고통당하는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걸 우리는 소리 없이 견디잖니."
나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 1부, 128p
"라일라, 우리 아프간 사람이 쳐부술 없는 유일한 적이 있다면 그건 우리들 자신이란다."
- 2부, 190p
"지난밤에 그가 그랬을 때..... 전에는 내 편을 들어준 사람이 한 번도 없었는데."
- 3부, 343p
아지자가 깨어나서 울고 라시드가 빨리 와서 아이의 입을 닥치게 하라고 소리를 쳤을 떄, 라일라와 마리암은 눈길을 교환했다. 편안하고 뜻있는 눈길. 라일라는 말없이 눈길을 교환하면서, 그들이 더 이상 적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 3부, 345p
바큇살을 내려놓게 한 건 피를 흘리며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저주받을 행동이라는 생각 때문도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그것이 저주받을 만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라일라는 무자헤딘이 쉽사리 했던 일, 즉 전쟁 중에 죄 없는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바큇살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전쟁은 라시드와의 전쟁이었다. 아이한테는 책임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죽은 사람은 충분히 많았다. 라일라는 싸움의 와중에서 죄 없는 사람들이 죽는 걸 충분히 본 터였다.- 3부, 393p
라일라는 아프간에 관련된 얘기마다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죽임, 상실, 상상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지 놀라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아 계속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라일라는 자신의 삶과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자신이 살아서 이 남자의 이야기를 택시 안에서 듣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4부, 550p
*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