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Book Review : 책[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hyemhyem 2022. 8. 13. 22:38

#책[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by 김준혁 #반비 #의료윤리학 #코로나19



#책[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책[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은 제목에서 보다시피 ‘다시’ 건강해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지난 3년 동안, 앞으로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우리는 지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우린 그동안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많은 어려움과 힘듦을 경험하게 되었다. 책의 표지에서도 보호복을 입고 무장한 2명과 부제목으로 ‘정의로운 건강을 위한 의료윤리학의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 김준혁은 의료 윤리학자로 의료 현장 가운데 뛰며 의료 윤리학, 인문학을 연구했다. 이는 부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에서 저자는 의료인류학의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이에 답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며 자신의 견해와 관련 많은 자료로 건강부터 코로나19 펜데믹 상황까지 흥미로우면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각 챕터마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한 번쯤 경험해봤고 생각해봤으며 들었을 문제로 읽는 내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펜데믹이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겪고 있기에 펜데믹 이후의 상황은 다 함께 참여하고 노력해 나아가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와중에 독자인 난 태어난 한국이란 국가에서 이 상황을 마주했고 관찰했고 직접 경험했다. 그걸 토대로 책을 읽으니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처음엔, K-방역. 이 단어가 나왔을 때, 뉴스나 사람들이 우리의 방역 시스템을 매우 자랑해했다는 걸 기억한다. 그리고 백신 접종률과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격리 등 생각해보니 재난 속에서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나 자유를 방해하는 지침도 잘 따랐다는 것이다. 반발이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이후엔 다들 물론 나도 정부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잘 따랐다. 이러한 모습이 코로나19 때만은 아니고 이전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생각나는 건, 금 모으기 운동. 어떻게든 돕기 위해 집에 있는 금 없는 금 다 모아 내주었던 그때도 한국 사람들은 잘 따랐다. 이 모습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 거기서 한 번 충격받고, 한국에서 살기 된 것이 낫다고 생각해야 할까 고민했던 것 같다. 전 세계적인 재앙 가운데 각 나라마다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극명히 볼 수가 있었다.

  또 다른 생각은 위기 속에서 수면 아래에서 올라온 거대한 빙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다들 고통받았지만 더욱이 힘든 상황에 내몰리게 된 취약 계층이 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취약 계층이 겪는 문제와 어려움을 다시 보니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중, 코로나 19로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때였다. 비대면 수업을 위해선 컴퓨터, 노트북 등 전자기구도 있어야 하고 와이파이가 가능한 환경 가운데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수업을 듣기 어려운 상태이며 그 수는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스마트폰, 와이파이 되는 환경 등 웬만하면 다 가지고 있을 거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인의 경우 코로나 19로 인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힘들어 밖을 나가지 못하기도 하며 심하면 안타까운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 사연들. 코로나 19가 오지 않고 계속 이전 상태로 지냈다면 알지 못했을 경우들이 위기 상황일 때 극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생각이지만, 앞으로 또 이런 위기가 다가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으니 이왕 짓게 되는 외양간을 튼튼하게 짓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의 제목에 있는 ‘건강’에 대한 생각으로 코로나 19 상황 동안에 죽음을 더 가까이 보게 되며 더 갑작스럽게 마주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뉴스가 있다. 작년이었던 것 같은데 인도의 일일 확진자 수가 너무 급증해 확잔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고 치료를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이 죽고, 이들의 시체가 너무 많아 넓은 공터에서 불에 태워 바로 화장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태워지는 시체는 너무나 많았고 이들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떠났다. 그들의 가족 중 한 명을 인터뷰한 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굉장히 약하구나, 자연 앞에서 질병 앞에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날 수 있는 존재이구나,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내 가까이 이 근처에 있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니 건강을 바라보는 내 시각도 전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전염병으로 살처분되는 돼지나 닭을 생각하니, 인간만 건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동물도 나아가 환경도 건강을 함께 생각해야 되는 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까이 우리 근처에 있기에 나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도 환경의 건강, 동물의 건강도 서로를 생각해 지켜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전공이 인류학이었어서 재미있게 읽는 책이기도 했는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건 내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자의 관점이 어떤 부분에서 정부가 지닌 관점에서 주장을 펼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백신 관련해서 궁금했던 점은 백신을 맞고 돌아가신 이들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물론 백신이 주는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백신을 맞고 갑작스레 떠난 이들의 수가 없는 것이 아닌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윤리적인 근거로 이야기를 하시는지 궁금했는데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 코로나 19 펜데믹 기간 동안에 전 세계 국가들도 한국도 한국 정부도 의료기관도 연관되어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와 같은 시민이나 국민도 같이 이 기간을 겪으며 지침에 잘 따라가기 위해 나아갔는데 이들의 관점이나 시각에서 보거나 느낀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인류학 전공자로 아쉬웠다.




#기억에남는문장


모든 첨단 기술이 그렇듯 디지털 기술을 통한 감시와 추적은 양날의 검이다
- K-방역에 질문하기, 21p

나는 여기에서 보건 문제에 대한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실천적 접근이 필요함을 생각한다. 믿음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코로나 19 예방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마스크를 어떻게 대할지 논의하고,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주안점은 특정한 장소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을 규정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책을 통해 회식 문화나 모임 방식 등이 얼마나 변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문제의식은 건강의 개념을 둘러싼 문제로 연결된다.
- 마스크 쓰기라는 건강행동, 29p

영국의 역학 및 공중보건학 연구자인 마이클 마멋은 1980년대에 진행한 '화이트홀 연구'로 유명하다. 1978년부터 1984년까지 '화이트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만 7530명의 사망률을 연구한 결과, 직급이 낮을수록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그 당시의 직관에 반하는 것이었다. 직급이 높을수록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가 높고, 이런 요인이 심장질환의 주원인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직급이 높을수록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비만, 흡연율,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과 관련된 위험인자를 참작해 계산하더라도 직급이 낮은 집단의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직급에서보다 더 높게 나왔다.
- 마스크 쓰기라는 건강행동, 31p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습관이나 개인의 특정한 활동 때문에, 개인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병에 걸린다고 흔히 생각한다. 이것을 질병의 '개인적 책임' 담론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회에는 이런 개인적 책임 담론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압축적인 근대화를 거치면서 많은 역할과 책임이 개인과 가정에 주어졌다. 대표적으로 돌봄과 양육을 뽑을 수 있다. 사회적 자원이 부족했던 시기, 국가는 돌봄과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구축했고, 여성이 가사노동을 무임금으로 부담하게 했다.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개인적 책임 담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 가족의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 61~63p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 주택에서 자립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탈시설은 단지 시설을 없애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 의료는 있으나 돌봄은 없다, 101p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노인을 어떻게 사회 안에서 돌볼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탈시설화는 단지 지역 바깥의 시설에서 지역 내 돌봄시설로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인, 노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장소로 바뀌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 의료는 있으나 돌봄은 없다, 107p



[페스트]의 주인공들은 질병과 싸우는 한편, 인간이 인간에게 휘두르는 폭력에 맞서야 한다. 작품은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들, 자연을 폭력적으로 지배하는 승리자들이 아니라 패배자들의 연대다. 자연을 힘으로, 권력으로, 강제로 억누를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하지만 이제야 인간의 자리가 어디인지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페스트]는 요청하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조직한 보건대, 영웅적 개인은 없으나 각자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이들의 연결로 이뤄진 보건대는 연대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질문이 남는다. 보건대가 보여준 연대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감염병의 공포 앞에서 어떻게 '인간'이 될 수 있는가?
- 감염병의 공포, 117p

하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은 우리에게 ‘여기 죽음이 있음’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감염병으로 인한 시체의 강렬한 물질성은 메멘토 모리(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 코로나 시대의 죽음, 145p




원헬스는 인간, 동물, 환경 세 영역이 상호 연관성을 지닌다고 이해한다. 쉽게 말해, 인간의 건강은 동물과 환경 모두의 건강을 통해 실현 가능하며, 질병을 예방하려면 이 세 영역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 인간 너머의 건강, 178p

아직 갈 길이 좀 더 남았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이제 건강에 관한 논의는 내 몸의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은 미생물, 동물, 환경 등에 관한 우리의 태도와 실천을 반영하여 구현되며, 그것은 우리 사회의 형태나 움직임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에게만 초점을 맞추던 이전의 체계를 벗어나, 건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좀 더 다양하게 말이다.
- 인간 너머의 건강, 181p

코로나 19 판데믹은 사물과의 연관성, 그리고 그동안 소외된 인간 집단을 향한 관심이라는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즘 논의와 만난다. 인간을 위하는 것이 당연한 의료에서,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난다는 것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로에서 포스트휴머니즘이란 ‘우리’를 살리기 위해 희생되어온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예컨대 앞서 살펴본 원헬스의 주장을 철학적 차원에서 다시 점검한다면, 그동안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온 동물과 환경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그들의 외침을 이제는 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특정한 인간 집단에만 집중되어 온 의학적 자원에 평등을 외치는 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의료에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기, 192p



*반비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