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Book Review : 책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hyemhyem 2022. 8. 1. 22:38

#책[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by 전고운/이석원/이다혜/이랑/박정민/김종관/백세희/한은형/임대형 #유선사출판사


#책[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쓰고 싶으면서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하며, 쓰고 싶지 않으면서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참 모순적인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을 책 제목으로 정한 만큼, 쓰는 일을 직업으로 지닌 이의 쓰는 일에 대한 생각을 듣는 건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쓰기에 마음 담고 시간 담고 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쓰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한 마음으로 들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작 그들이 가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읽으니 이것 참 신기하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글 쓰는 사람에 대한 특징으로는 마감일에 항상 쫓기면 살아가며 마감일에 무조건 글을 써야 한다며 이야기한다. 그 표현은 죽어서도 써야 한다로 시작함. 그리고 어떻게든 마감일을 지켜 작업물을 제출. 제출 이후 홀가분한 기분으로 맥주 한 캔의 즐거움을 즐기는 모습. 이건 글 쓰는 일만은 아닐 것 같기도 하고, 대학생 때 항상 과제 제출 당일 날 급박하게 제출하는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제출 기한 1분 전 다급하게 제출해야 이후 느껴지는 묘미가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때론 그런 급박함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말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뚝딱 글을 쓰곤 하니깐.

어쨌든 간에 이런 특징을 그대로 읽을 수 있기도 했고, 다들 비슷하지만, 각자만의 쓰고 싶지 않음을 이야기해서 공감되면서도 동시에 부러움(?)을 느꼈다. 아니, 존경의 눈빛이랄까 하는 눈으로 보긴 했다. 왜냐하면 나에게 없는 재능이라는 생각이 드니깐, 부럽기도 하고, 솔직히 글을 써서 어쨌든 데뷔를 한 분들이 솔직하게 매우 부럽다. 쓰고 싶지 않다. 쓰고 싶다. 동시에 느끼는 이 감정이 참으로 모순된 말로 보이지만,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비단, 이 문장은 글 쓰는 일만은 아닐 것. 참으로 복잡한 사람의 마음이다. 이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나도 그렇고 여기 작가님도 그렇고 세상 모든 사람도 그렇고. 다들 그래도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으니. 나도 나만의 책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기억에남는문장

전고운 - 내일은 내일의 우아함이 천박함을 가려줄 테니

엉덩이에 졸음을 자극하는 신경계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게 아닌지 과학적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상당히 합리적인 의심 아닌가?
- 33p

내가 사랑했던 글과 영화는 거대했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다. 사람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자신을 작아지게 만드는 존재는 결국 피하게 된다. 연인이든 친구든 부모든. 그렇다면 본질을 바꿔야 한다. 글과 영화에 대한 거대 판타지를 없애야만 내가 살 수 있다. 계속 사랑을 하려면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인정하고 없애야만 하는 것처럼.
- 41p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까지도 떠올랐는데, 그저 칼럼을 읽을 때 혼자가 아닌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순간을 누군가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 나를 외롭지 않게 했다. 신문에 쏟아지는 거대 담론들 속에도 어느 누군가는 이런 사소한 것도 보고 있는 것이 안심이 되었다.
-46p



이석원 - 어느 에세이스트의 최후

인생은 늘 이렇게 오락가락이다. 어떤 날엔 그 어떤 난리를 쳐도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하겠다가, 어느 날엔 책 한 권 분량을 뚝딱 써냈다가.
언젠가는 죽도록 쓰고 싶었다가 또 어떤 날엔 죽을 만큼 쓰기 싫었다가.
- 72p


이다혜 -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

쓰지 않은 글을 쓴 글보다 사랑하기는 쉽다.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지 않은 글의 매력이란 숫자에 0을 곱하는 일과 같다. 아무리 큰 숫자를 가져다 대도 셈의 결과는 0말고는 없다. 뭐든 써야 뭐든 된다.
- 92p



박정민 - 쓰고 싶지 않은 서른두 가지 이유

10.
예전부터 내가 가진 전형적인 문과 이미지가 싫었다. (하지만 실제로 문과였다. 때문에 누워서 침 뱉는 격의 문과 비하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공부벌레, 안경잡이, 못 노는 애 등등의 이미지도 싫었다. 백일장에서 당선이 되는 것보다 축제 때 장기 자랑을 하는 잘 노는 친구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그 친구들에게서는 문과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문과 이미지를 버려야 잘 노는 애가 된다는 나의 가설을 충분히 뒷받침해 주는 논거였다. 지금에야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 깨달았지만, 사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아직도 문과 이미지를 버려야 더 잘나가는 애가 될 거라는 편협한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 127p

그렇게나 쓰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메모장에는 쓰는 것이 모순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봉인의 한 과정이다. 속 썩이는 온갖 것들을 적은 후 금고 안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그럼 그 감정들은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봉인 된 것이다.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것들을 무쇠 안에 구겨 넣음으로써 내일은 좀 더 산뜻해질 것이다. 산뜻해지기 위해서는 쓸 수밖에 없다. 모순이지만 어쩔 수 없다.
- 129p

그러니 혹시라도 가끔씩 박정민의 글이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주 긴밀하고 진정성 있게 속삭여주면 된다.

“너 쓰지 마. 쓰기만 해. 아주 쓰기만 했다 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 141p



김종관 - 꾸며진 이야기

나는 가장 쓰고 싶지 않은 순간을 쓰고 싶은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허구 속으로 달려간다. 꾸며진 이야기를 좇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용돌이치는 하수구를 떠올려야 한다.
- 167p


백세희 - 무리하기, (마)무리하기

“창작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고 하잖아요.(처음 듣는 말이었다.) 물이 끓어서 기체가 되는 것처럼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 창작물은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아요. 중요한 건 계속 끓고 있다는 거죠. 물론 마감일을 정하고 관리하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있으면 편집자도 있는 것처럼요.”
- 188p



한은형 -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내가 이 일을 잘하든 그렇지 못하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이 몰두의 시간을 만날 때면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내 일이다. 나는 이 일을 할 때의 내가 좋다. 그리고 계속 나를 좋아하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을 해야 하고, 계속해야 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 214p


임대형 - 비극의 영웅

워드를 사용하면 왠지 걸작이 될 만한 글을 써내야 할 것 같다는 부담이 드는데, 메모장을 사용하면 신기하게도 그런 부담이 들지 않는다.

메모장을 사용하면 글이 엉망진창으로 나오더라도 낙서하는 셈 치고 써 내려갈 수 있다.
- 23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