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책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책[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by 전하영/김멜라/김지연/김혜진/박서련/서이제/한정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어보고 싶었다. 젊은 작가에게 주는 상이기에 요즘은 어떤 작가가 쓴 소설이 관심을 받고 상을 받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7개 작품을 다 읽으니, 여성 그리고 퀴어적 내용이 담긴 작품이 절반 이상이었고 나는 이 사실에 놀랐다. 요즘 문학계의 유행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물론, 수상 기준에 대한 코멘트가 있었지만 사실, 읽지 않았다. 난 코멘트나 해설을 읽는 편이 아니라서 작품이랑 작가 노트만 읽었다. 그래서 모르는 거일 수도...) 다 읽고 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박서련 작가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이다. 읽고 난 뒤, 어떻게 이걸로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하며 신기해했다. 이후, 제13회 수상 작품집을 읽을 예정이다. 그 책에서도 같은 작가님이 4분이 있기에 어떤 이야기를 펼쳤을까 기대가 된다.
#기억에 남는 문장
&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진짜 별것도 아닌게” - 54p
20살, 대학교 입학, 성인이라 인정받는 나이, 나도 20살 때가 생각이 난다. 성인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기분 좋기도 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대학 생활을 하며 만난 선배들, 전공이 현지답사를 가야 하는 과였기에 다양한 학번의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땐 다른 지역에서 조끼리 4박 5일, 먹는 거, 자는 거 등 알아서 해결해야 했는데 찾아보고 정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24살, 25살 선배나 그 이상의 대학원생을 만나게 되면 ‘멋있다. 진짜 대단하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능력 있고 모든 잘하는 사람이 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 나이가 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간은 정직하게 흐르고 내가 멋있다고 생각한 나이가 되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별것 아니었구나. 별다른 차이 없구나. 그땐 내가 환상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도 그때 가진 환상으로 경험하게 된 일을 그 나이가 되어 느끼게 된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땐 왜 그 사람을 크게 생각했는지,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니었는데. 여기에 이걸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사람들, 그러나 이들도 언젠가 그 꼬리가 밟혀 추한 욕망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똑같은 일을 겪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런 경험은 아마 직접 겪지 않곤 느끼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 그녀가 알게 되겠지. 하지만, 잘못된 걸 알았을 때 아니라는 걸 알고 끊어내기를 바라는 수밖에.
& 사랑하는 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에 대해서 늘 다른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내게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래서 격려가 필요했다. 특히 가족들의 격려가. 이러니저러니해도 내게는 가족들이 가장 가깝고 오랫동안 의지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 중에는 가족들의 모습이 꼭 끼어 있었다. 다 옛날 일이지만 가족들과 행복했던 때가 많았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그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건 아주 익숙한 일이었다. 그래서 더이상 그럴 수 없었을 때 더 괴로웠는지도 모른다. 가족들을 사랑하는 건 이미 주어진 일 같은 거였는데, 그 사랑을 이어가는 일, 계속해서 사랑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무조건적인 사랑 같은 건 없으니까. 내가 영지를 계속해서 사랑하는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합의한 일종의 공동선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이 되고 매일 사랑하는 일을 한다. - 150p
‘가족’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사랑하는 일>은 ‘가족’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여자를 사랑하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 주인공의 애인. 가족에게 사랑받는 일, 격려받는 일은 다른 누구에게 받는 것과는 다르다. 왜냐, 가족이기 때문에. 동시에 가족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도 있다. 누구보다 가까운 거 같으면서도 먼 거 같기도 한 가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위의 문장이 기억이 남았다. 가족이기에 그들에게 받고 싶은 사랑과 격려와 응원이 있다. 그게 사랑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가족의 모습이 각기 달라, 남보다 더 못한 관계가 있기도 해서 모두에게 다 맞는 소리라 하지 않겠다. 그래도 분명 가족 이외에 힘을 받는 누군가가 있을 테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어떤 일을 해도 응원해주며 격려해주며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바라는 일.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일을 모두 했으면 좋겠다.
&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당신은 분명히 엄마라고 쳤는데 화면에는 자꾸 그 단어가 지워져서 올라간다.
이거 왜 이러지?
당신의 말에 아이는 그것도 모르냐는 투로 대꾸한다.
채팅창에 욕 치면 블라인드 처리되잖아.
그건 엄마도 아는데, 엄마가 욕이니?
욕으로 쓰이니까 블라인드 되지.
.
.
너희들 정말로 엄마를 욕으로 쓰니? -229p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은 수상 집 중 참신한 소재라 느껴졌다. 아들을 위해 게임을 배우는 엄마, 아들보다 게임 실력이 뛰어난 엄마. 대신 게임으로 이겨주는 엄마. 읽으며 아들을 위해 살아가는 엄마가 게임을 배우면서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 때 은근히 기뻐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마음 한편 찡했다. 자신만의 실력을 인정받는 엄마는 마지막에 아들의 친구와 게임을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상황을 맞이한다. 엄마와 관련된 욕을 안 써본 이가 있을까 싶다. 사실 나도 사용했다…왜 엄마와 관련된 단어가 욕으로 쓰일까. 한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욕설을 보면 부모와 관련, 특히 엄마와 관련 욕이 많다. 참, 신기하고 신기하다. 분명 욕의 역사도 깊고 깊을 텐데, 엄마와 욕은 무슨 상관관계일까. 엄마를 욕으로 쓰기에 엄마라는 단어만 쳐도 블라인드 처리가 되는 게임 세상. 비단 게임뿐만은 아닐 것이다. 당신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입니까. 엄마를 욕으로 쓰고 싶습니까.
&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
“공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존재하고, 입김은 그걸 알게 해주잖아요.” - 323p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게. 그리고 기억할게.”
그러니까 우리는,
“낙관하자.” - 339p 하고 싶어서, 살기 위해서 다른 일을 배우거나 하던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에겐 비아냥거리는 말이 참 쉽게 붙는다. 그리고 그런 말은 대개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과 환경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한다. 나 또한 그런 말들 속에서 내 인생은 잘못된 건가. 나는 인내심도 재능도 없는 불운한 인간인가 하는 생각에 나날이 위축되었다.
이제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 다시 되돌아가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사람들을 다르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책에서 보거나 일상에서 만난 그들은 살기 위해 변화를 택한 사람들이었으니까.
- 351p 작가노트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은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읽으며 나오는 사건이 실제 있는 사건이라 검색해보았다. ‘홍옥임 김용주 동성애 사건’란 제목으로 기사가 몇 개 나왔다. 그중 하나를 클릭해 읽었다.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 당시에도 동성애 사건이 내 생각보다 많았구나. 지금과 비교해 생각해보니 자신의 관계를 더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과 관련 소설이 유행했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그때보다 몇십 년 흘렀는데, 지금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사엔 단순히 동성애로 보는 것이 아닌 그 당시의 상황과 내재한 가부장제로 설명했다. 찬찬히 읽으며 그 당시를 살았을 그들을 생각했다.
작가 노트를 읽으며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사람들. 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그게 시간이 걸려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나를 내가 포기하는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은근 어두운 내 방에서 찍은 사진. 이 책의 거울에 비친 뒷모습의 그녀 사진이 마음에 든다. 뒷모습이라 더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