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책 [천 개의 파랑]
#책 [천 개의 파랑] by 천선란
#책 소개
책[천 개의 파랑]은 SF 소설로 앞으로 몇십 년 후 미래를 우리의 모습을 그리도 있다. 휴머노이드와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회, 그러나 살아있음과 살아 있지 않음 그리고 살아있는 존재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SF 소설이지만 그 내막은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것이 많다고 느껴지는 책이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휴머노이드 ‘콜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금으로부터 좀 더 앞선 미래엔 인간 대신 휴머노이드가 우리 일상에 도입돼 함께 살아간다. 기수 휴머노이드 ‘콜리’는 기존 기수 휴머노이드와 다르게 만들어졌다. 그 다름으로 함께 경주를 달렸던 경주마 ‘투데이’와 합이 맞는 팀으로 달렸다. 하지만, 경주마의 수명이 길지 않았고 콜리는 투데이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말에서 떨어지는 휴머노이드라면 하지 않을,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지만 이때, 연재를 만나게 된다. 연재는 콜리를 집에 데려오면서 그리고 원래 상태로 되돌리며 그간 콜리는 연재, 은혜, 보경, 지수 그리고 복희를 만나고 그들을 통해 인간에 대해 살아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휴머노이드로 태어났지만 파랑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던 콜리, 천 개의 단어를 알고는 있지만 등장인물을 통해 그 단어가 지니는 깊은 뜻을 알게 되는 콜리, 휴머노이드 사회를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 각각의 서사가 하나씩 풀어지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책 읽으며 들었던 생각
첨엔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건 나의 작은 걱정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빨려 들어가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마지막을 읽었을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마음이 따뜻해졌고 주인공 콜리가 봤을 하늘을 편안히 누워 느긋하게 바라보고 싶었다.
시작부터 누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이 점이 좋았다. 장편소설이라 읽다 보면 누가 말하고 있는 상황인지 헷갈려 읽는 맥이 끊기게 되는데 이 책에선 이야기 시작 전 이름을 언급하니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 286
콜리가 연재의 등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연재는 “뭐야?” 하고 물었지만 콜리의 손을 치우거나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콜리는 오래도록, 연재의 진동이 느껴질 때까지 손을 올려 둘 수 있었다. 떨린다. 행복에 휩싸인 연재의 몸이 진동으로 떨렸다. 연재는 살아 있었다. 늘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었다. 무엇이 연재를 이토록 가슴 뛰게 만드는 걸까. 투데이처럼 달리는 것도 아니고 저 작은 화면에 기계를 구상하고 있을 뿐인데.
“네가 행복이 뭔지 알기나 하니?”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다는 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 301~302
“언니는 자유롭고 싶은 거지?”
“나는 이미 자유로워.”
- 334~335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 349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 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 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 354
& 은혜와 투데이의 대화
어릴 때 앓았던 병으로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은혜와 미친 듯이 뛰기 위해 태어났지만 더 이상 뛸 수 없는 경주마 투데이. 이 둘은 비슷하다. 태어났지만 원치 않았을 상황과 마주쳤고 자신이 마주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걸 알았기에 은혜는 투데이를 매일 같이 찾아와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나누지 않았을까. 투데이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걸 알게 된 은혜가 투데이를 찾아와 어루만지며 이야기한다. 그것이 자신이 오랫동안 감춰 둔 솔직한 마음이었는지 투데이의 상황에 감정 이입한 이야기인지 아마 둘 다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생명이 붙어 있는 살아있음이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사는지 평가하는 사회의 인식에 은혜는 어릴 때부터 알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쓸모가 없으면 폐기되는 입장인 투데이를 보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없음에 대해 은혜가 느끼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한 대화를 보며 제일 마음이 슬펐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게 되면 살 수 없다는 비슷한 말을 들었을 때 공감했다. 그건 나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 이 세상에 살아갈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은혜 또한 이걸 느낀 걸 아닐까. 가족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깊숙한 속마음을 꺼낸 은혜가 투데이와의 대화 이후 달라지는 걸 느꼈다. 어떻게든 투데이를 살리기 위해, 투데이가 행복할 수 있게 직진하게 된 은혜는 도리어 자기 스스로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나아가게 된다.
& 보경의 흐르지 않는 멈춰있는 시간
연재와 은혜, 두 자매의 엄마인 보경. 남편인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떠나게 되었다. 이유는 인공 지능이 예측한 생존 확률을 벗어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낡은 소방복으로. 그때 이후로 자신의 시간이 멈춰있다 이야기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마음이 아팠다. 자신을 3프로의 생존 확률이었지만 구해주었던 듬직한 소방관, 사랑했던 이를 갑작스레 떠나보낸 이의 마음을 전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후 두 자매를 홀로 키우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야만 과거의 시간에 어떤 그리움도 느끼지 않게 살았어야 했던 보경의 인생이 ‘어쩔 수 없음’으로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행복은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 이 말이 좋다. 읽자마자 바로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과거의 시간에 멈춰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모든 이에게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건 행복이지 않을까. 행복만이 이 흐르는 시간 가운데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 행복은 현재의 시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느껴졌다. 과거의 순간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갈 지금의 우리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감정인 행복. 그래서 행복은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
& 연재와 지수의 우정
연재는 사람과의 관계가 쉽지 않은 아이다. 그건 가족인 보경과도 자매인 은혜와도 마찬가지다. 그랬기에 대회를 목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던 지수와의 관계가 꽤나 어색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그렇게 관계를 어려워하는 연재가 지수를 만나 맺어감의 과정을 깨닫게 된다. 시작은 삐그덕했지만 함께 있으며 지수에 대해 알아가는 연재는 점차 갇혀있던 마음도 열게 되고 솔직하게 말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콜리의 조언대로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연재가 자신과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보며 다가가는 모습이 좋았다.
& 콜리가 바라본 하늘, 천 개의 단어, 천개의 파랑
휴머노이드로 만들어져 눈을 뜨게 된다면 어떨까. 기계이기에 명령에 따르며 생각하지 않고 시간이 멈춘 가만히를 시전 할 것 같은데. 콜리는 처음 눈을 떴을 때,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를 내뱉으며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어디에 있든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며 자신이 알지 못한 단어에 대해 묻는 콜리는 궁금증이 많은, 이상한 휴머노이드라 생각하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콜리에 질문에 이야기한다. 기계라고 생각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사람은 때론 살아있지 않는 사물이나 사람의 말로 대화하지 못하는 동물에게도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기도 하니 신기한 존재이다. 어찌 됐든 마지막에 하늘을 바라보며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콜리가 기억에 꽤 남는다. 스스로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며 이야기하는 콜리이지만, 마지막 말을 들으며 콜리가 느꼈을 감정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 단어를 보며 콜리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천 개의 파랑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꼈을 콜리가 나는 좋았다. 왜 좋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콜리가 투데이, 민주, 연재, 은혜, 보경, 복희 등 많은 이들과 함께 있으며 대화하며 함께 살아갔을 모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띠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