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 책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책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by 김소민
#책 소개
이 책[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은 우리 몸에 대한 인식, 편견, 그리고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를 이야기한다. 4개의 캡처로 저자의 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몸’에 대해 다양한 연구, 책, 주변 사례 등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자신의 몸을 어떻게 생각해왔고 어떻게 생각하도록 영향을 받아왔는지 서슴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기자, 글쓰기 노동자로 살아온 저자는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중년으로, 혼자 사는 사람으로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여러 문화, 역사를 통해 쌓아 진 몸의 인식은 우리의 말과 행동, 심지어 무의식적인 생각까지 영향을 주어 객관적인 시점이 아닌 사회의 주류 시점으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주류가 아니라면 내쳐지고 싫어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이 내치고 싫어하는 피하고 싶은 몸에 대해 존재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과 혐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다시 어떻게 바라볼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책을 읽으며 마음 와닿았던 문장들
Chapter 1 : 관리 당하는 몸
‘아름다움’을 재정의하겠다는 결단, 내가 내 아름다움을 발견하겠다는 결단. 세상이 나를 존엄하지 않게 대하더라도 나를 존엄한 존재로 선언하겠다는 결단. 내 몸의 자유를 누리겠다는 결단. 그리고 이런 결단을 서로 부추겨주는 연대라고 한다. 멋있는 말이지만, 그 결단은 매 순간 흔들릴 것이다. 매 순간 질 것 같다. 그런데 질 줄 알면서도 애써보는 수밖에 없다. 자기한테까지 미움받으며 살기는 싫으니까.
내가 마음 깊이 사랑을 느꼈던 순간은 내 약함을 타인이 그대로 수용했다고 느꼈을 때였다. 사랑이 지난 뒤에도 그런 순간은 잊히지 않는다.
- 44 사이즈가 돼야 얻는 사랑이라면
“여자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니까.” 나는 이 말이 무섭다. 공감과 이해의 짐을 지울 때 밑밥 까는 말 같기 때문이다. 남자가 공감하려 들지 않으면 진화에 따른 유전자 탓이지만 여자가 그렇지 못하면 ‘비정상’이다.
공감 없이 지속하는 관계는 없다. 공감은 노~오력 해야 하는 일이다.
- ‘공감과 섬세함’이 무섭다
나이 들어도 충족되어야만 하는 욕망은 비슷하다. 사람은 지독하게 사회적 동물이라 사랑과 접촉이 없으면 영혼이 죽는다. 나이가 들어도 똑같은 강도로 외로움은 외로움이고 고통은 고통이다.
- 나는 왜 방탄소년단 춤을 포기했을까
변화는 완전한 몸과 마음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늙고 죽을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했다. 불와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건 불완전한 타인을 끌어안을 준비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면 행복 곡선의 바닥을 찍고 나서 ‘생산’의 몸에서 ‘공감’의 몸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 갱년기, 댄스복을 사다
& 나는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 만든 기준으로 나는 내 몸을 자주 비교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부끄럽기도 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라는 말을 흔하게 한다. 나도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다. 솔직히 먹는 즐거움을 놓치기 싫어 많이 해본 적은 없지만, 했을 땐 목표가 있었다. 바로, 살을 빼서 이전보다 더 이뻐 보이기를 한 치수 작은 바지를 입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성공은 했지만 이후 유지는 어렵고 성공으로 가는 과정은 스스로를 예민하게 만들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기억이 있다.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할까? 아니다, 남에게 더 이뻐 보이기 위해서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몸, 몸무게가 되어야 할까. 사회에서 말하는 ‘기준’이 무섭다. 이번 챕터에선 저자가 사회에서 만든 기준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어떤 모습을 정상으로 어떤 모습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지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Chapter 2 : 추방당하는 몸
- 그가 옮고 내가 틀렸다.
탈시설, 장애인, 살아갈 권리
Interview : 영희씨가 제일 못된 장애인이다
-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 2번 챕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가장 망설여졌다. ‘장애’를 이야기하니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나 나의 시선이 어떤지 스스로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솔직하게 장애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바르다.’라고 얘기할 수 없다.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때도 있고 동정과 연민으로 바라볼 때도 많다. ‘내가 뭐라고 그렇게까지 생각하냐.’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겪고 있는 배우를 볼 수 있었다. 자세하게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장애우 관련 시위도 있었다. 정확하게 어떤 시위인지 모르고 기사를 보았고 밑에 달린 사람들의 댓글을 읽었다. 이 두 개의 반응은 너무나 달랐다. 너무 달라서 이야기하기 망설여졌다. 왜냐, 나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니깐.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생각, 행동,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장애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일상생활을 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몸으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런 나와 다른 사람들도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있다. 단지 다름은 지니고 있는 몸이 다르다는 것, 이것 하나이다. 이 다름을 서로 바라보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더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빵집에 매일 같이 오는 여자분이 있다.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여자분인데 처음엔 당황했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자주 보니 한 명의 손님으로 대하며 대하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러면서 이전에 장애를 바라보단 나의 시선을 반성했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있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그 손님을 봤다.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 손님도 나도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Chapter 3 : 돌보는 몸
가끔 내가 인생을 산 게 아니라 시간이 나를 스쳐 지나가버린 것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주도권을 타인의 시선에 내줬기 때문인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이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게 맞겠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챙 모자를 쓰고 춤을 추건 말건 관심 없을 테니까.
- 자유는 몸을 만질 수 있다
“저희는 삶을 회복하는 데 시간을 들여요. 서로 공감하고 만져주고 따뜻한 시간을 같이 보내요. 저는 수고했다는 열 마디 말보다 포옹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안으면 그 사람 몸을 읽을 수 있어요. 에너지를 나누고요. 왜 사람들이 그만큼 표현하지 않는지 물어볼 수 있어요. 우리 모두 쉽지 않은 삶을 살잖아요. 굉장히 많은 위로와 안정감이 필요한데 그걸 표현하면 나약한 것처럼 여겨져요.”
- 담을 넘으면 뭐가 보일까
촉감만큼 누군가 지금, 함께 있다는 느낌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감각은 없다. 안거나 어루만질 때 나오는 호르몬 옥시토신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여준다.
- 촉감이 필요해
죽음학의 대가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삶의 목표는 성장”이라고 했다. 그 최종 목표 지점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임사 체험 증언 2만 건을 분석한 그는 사람이 죽은 뒤 맞닥뜨리는 마지막 질문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고 또 받았는가”라고 했다.
- 할머니가 뜬 수많은 별아
- 누가 나를 돌볼까, 나는 누구를 돌볼까
& 이번 챕터도 읽으면서 복잡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돌봄,,, 쉽지 않은 일이라 느낀다. 아직 부모로부터 돌봄을 받고 있는 20대 중반인 나아기에 돌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 것인가 싶다. 아이를 양육하고 돌보는 부모님, 나이가 들어 돌봄이 필요한 노인, 일상생활이 불편한 사람들, 돌봄은 사랑과 존중이 없다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이런 노동은 사회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걸까. 이걸 가장 많이 생각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돌보는 일, 다른 일보다 가치가 낮지도 일의 강도도 쉬운 것이 아닌데 왜 인정해주지 않을까. 복잡한 마음이 든다. 이건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앞으로 나의 이야기이며 늙고 병들도 죽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겪는 이야기 이니깐. 읽는 동안 나를 양육하고 돌봐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함을, 그리고 돌봄 노동에 종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마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돌봐줘서 감사합니다.
Chapter 4 :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
흰둥이에겐 ‘느슨한 연대’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흰둥이가 입고 있는 겨자색 옷, 메고 있는 하네스, 먹고 있는 수제 간식은 개모임 사람들이 주섬주섬 챙겨 준 것들이었다. 내가 “흰둥아”하고 다가가니 개가 쓰다듬어달라며 배를 깠다.
- 고독이 고립이 되기 전에
1년 7개월 몽덕이를 키우며 느낀 사랑은 편안했다. 그 사랑은 우리가 정말 다르다는 걸 서로 알기 때문에 가능하다. 몽덕이는 내가 인간 세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따지지 않는다. 집이 몇 평인지, 대학은 어딜 나왔는지, 연봉은 얼마인지 아무 관심 없다. 몽덕이는 다만 내가 곁에 있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몽덕이 옆에선 나 자신일 수 있다. 모멸도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다.
사랑은 무언가를 할 수 있기에 얻는 것이 아니라는 걸, 존재 자체로 받는 것이란 걸 몽덕이는 내게 가르쳐줬다.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 사랑에는 평화가 깃든다는 걸, 평화가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는 걸 나는 개에게서 처음으로 배웠다.
- 개에서 배우는 사랑
Interview :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
- 무연고 장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눔과 나눔’ 박진옥 상임이사
& 이번 챕터에서 기억에 남는 두 가지 단어가 있다. ‘느슨한 연대’와 ‘무연고’이다. 개인적으로 ‘연대’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제대로 뜻을 찾아보니,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이라는 뜻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그리고 책임도 함께 진다는 점에서 서로가 서로가 되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서로를 위해 나서 주고 위해주며 살아가지 않기에 ‘연대’라는 단어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한편, 너무 끈끈한 인간관계보다 좀 더 느슨한 인간관계를 요즘 사회가 선호하다 보니 ‘느슨한 연대’가 이런 관계를 채워준다 생각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홀로 어느 누구와 말하지 않고 살아가지 못하지만, 너무 깊숙이 들어와 관계를 맺는 것도 어찌 보면 피곤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끈끈하지 않고 전혀 무관심하지 않는 느슨한 상태에서의 관계와 관심은 내 일상에 있어도 괜찮다 여겨진다. 그래서 전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깊은 고민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무얼 바라고 받기를 바라는 관계가 아닌 묵묵히 들어주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느슨한 관계를 맺어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느슨한 연대라는 말이 좋다.
‘무연고’라는 단어는 들을 때마다 마음이 저릿하다. 왜 그럴까.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없는 것, 나 혼자 태어나 자란 것이 아닌데 나와 연결된 사람이 없다는 건 외롭고 고립된 상태라 느껴진다. 저자가 마지막에 쓴 인터뷰를 읽으며 이전 읽었던 책 <죽은 자의 집>이 떠올랐다. 고독사로 떠난 누군가의 집을 청소하는 청소부의 이야기로 많은 이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죽었는데, 나를 위해 장례를 해 줄 이가 없다면 내가 떠났다는 걸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면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았던 것인지 생각하다 울 것만 같다. 한 해 지나갈수록 무연고자 장례식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나는 이 말이 들린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몸도 아파가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우리 곳곳에 많다고 느껴지니 사회가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떠나갈 땐 차가운 이 사회의 모습이 아닌 아무런 연관이 없어도 따뜻하게 보내줄 단체가 있으면이 다행이다. 떠날 때라도 보낼 사람이 있다는 것, 대신해 울어주고, 기억해줄 사람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