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Review : 박참새 시집 [정신머리]
[정신머리]
_박참새 시집
어떤 시집이 있을까, 피드를 돌아다니며 보게 된 박참새 시인의 시집 [정신머리]. 시집의 제목이 '정신머리'라니... 정신머리라는 단어를 언제 쓰더라, 맞다 엄마가 맨날 이야기하지. 우리 엄마는 항상 '정신머리 얻다 두고 다니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이 정신머리일까 싶어, 마음속에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읽어보고 싶다!
제목 그대로, 박참새 시집... 강렬하게 진하게 누구보다 진한 여운이 내 눈에 마음에 남았다. 시 하나하나를 읽으며 시인이 선택한 시구들, 어떤 표현들, 드러내는 방식들(시에 대해 하는 용어가 없어서...) 등등 거침없이 자신의 내면을 칼로 배를 갈라 확 젖혀 투명하게 보여준다고 느꼈다. 날카롭게 자신의 배를 가르면서도 담담한 그의 시들이 못내 마음 한편에 걸렸다. 아마, 담담하다고 표현했지만 내심 그렇게까지 된 과정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인이 보여준 마음뿐 아니라 그 속마음의 속마음까지도 알고 싶고 보고 싶게 만드는 순수한 궁금증을 불러 낸 박참새 시인의 시집 [정신머리].
기록하고픈 시
_내 마음에
#시추천
돈을 못 벌어서 미안해 미안해서 울었다 울면서 화해하자는 편지를 썼다 쓰고 나서는 엄마에게 주면서 엄마 이거 엄마가 대신 전해 줘 말했고 말 없는 엄마는 오래 잠깐 쳐다보았고 나 그 눈 피하지 않았고 귀여운 엄마 언제 이렇게 늙었지 같이 살 날 남은 인생이 짧겠구나 생각하며~
_양육, 15p
멀리 사는 예쁜 동생 나더러 사는 게 그리 힘드냐고 묻네. 옛날 그때는 내가 큰 힘이 되었다 그러네. 이제는 같이 죽잔 말밖에 못 해서 미안하다고 지금의 나 그냥 깔깔 웃네. 슬픈 것 아니네
_시인의 말, 181p
#기록하고싶어서
청춘의 비겁한 말들이 늘어진 살결 사이로 힘없이 떠내
려간다 수직으로
깔끔하게
흐르면서 잊혀진다 책임을 전가한다
그렇게 씻고 나면 씻겨져 나가는
시간과의 불화
화해한 우리는 습습한 욕실 사이좋은 정사각형
_젊고 우울한 시, 53p
나의 명량함이 그리워
지켜 낼 수도 있었는데
의지가 없었지
약했지 언제나 조금씩
모자라고 어긋났지
~
사람을 믿지 말고 잊어야지 그래야지 계속 볼 수 있지
나를 타이르는 책 너무 많이 만났고
기억력 점점 나빠지던 나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 얼굴들도
다 까먹었지
마음이 편했고
_새집증후군, 75p
당신의 손에 맡겨진 우리의 신화를
잘 생각해.
내가 정말 당신의 뺨을 뜯어먹었어?
그래도 당신을 만난 건 사랑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믿어.
난폭하게 사랑하고 가식적으로 의존하고 두려움에 떨
면서도 동행하는 게 진짜 사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을 거야.
_T.H.에게 남기는 편지, 91p
나는 이제 무너질 날 시험하거나 의심하거나 질타하거
나 비난하거나 불안을 증식시키거나 내일에 대한 확신 없
음으로 나를 협박하거나 진실을 덜미로 폭행하지 않는다.
신에게 감사하다.
_내가 무너질 날, 113p
10. 침묵, 가장 아름다운 응대.
_알아 두면 좋을 서로에 관한 열 가지 진실, 149p
유랑은 인내심이 부족하다
빠른 성취에 급급했다
기질이란 풍향과도 같은 것이어서
쉽게 바꿀 수도 없이
자주 부대꼈다
_유랑의 인내심, 161p
두려움을
찍어 눌러 버린 어떤 결심. 그 결심을 표현하는 단어들.
그 단어들의 중복. 중복의 리듬감.
답가로 불러 줄 노래가 없어 내 건조함으로 대신한다.
아직도 흥얼거리는 일과 상을 보내니. 그만한 다행에는 또
무어가 있을까. 나는 이제야 좀 흥얼거릴 줄 알게 되었단
다. 아이처럼.
_국어의신- i에게, 20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