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Book Review : 책 [최재천의 곤충사회]

hyemhyem 2024. 3. 11. 22:48
책 [최재천의 곤충사회]

 

 

 한창 출산율이 얼마인지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왔을 때, 짧은 영상 속에 등장한 생물학 박사가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답을 한 적이 있다. 그 답은 '지금 지구에 인간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이 지구상 인구의 수가 줄어들어야 환경적으로 생태학적으로 맞는 말이다.'라는 식이었다. 처음 이 답을 듣고 놀랐다. 떨어지는 출산율에 대한 답이 '지금의 젊은 세대가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한다.'라는 기존의 관점을 정반대로 뒤집어 인간 중심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관점에서의 방향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 박사님이 바로 이 책을 쓴 최재천 박사였다. 어떻게 이러한 방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궁금했고 사회생물학자라는 학문을 어떻게 소개해줄지 궁금해 책[최재천의 곤충사회] 서평단에 당첨돼 읽게 되었다.

 

 책[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최재천 박사가 강의를 해온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본인의 연구 내용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연을 글로 기록해 둔 책이다 보니, 책으로 읽는 것보다 강연을 보는 것이 좀 더 편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강연의 내용이 다양한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보니 온전히 사회상물학자로서 본 곤충사회만의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운 점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입장에서 변해가는 기후와 환경과 곤충과 동물 사회를 생각할 수 있었다. 매년 벌어지는 다양한 기후 문제가 벌어질 때마다, 이걸로 인해 벌어질 위기를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관점에서 우리가 피해를 볼 부분만 생각하지 다른 생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위협하고 있음을 다시금 반성하게 됐다. 함께 사는 이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사는 곳임을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 함께 살기 위해 지금 상황보다는 더 나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작은 행동 하나부터 나부터 행동으로 옮겨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책에서 작가가 강조한 '생물다양성'과 '생태적 전환'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연을 순수를 혐오한다는 말 처럼, 다양한 생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곳을 인간만의 입장만을 내세워 혼자만 사는 곳으로 여기는 건 이기적인 것이구나. 혼자선 살 순 없구나를 생태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 모든 자연 현상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설명하면서도 아주 기 막힌 표현을 씁니다. "유전자의 폭력에 항거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라고 얘기하거든요. 유전자가 모든 걸 다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미 유전자의 존재를 알아버린 우리는 유전자가 폭력을 저지르는 것에 항거할 수 있다는 겁니다.

_찰스 다윈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 131p

 

 

 

셀프 오거니제이션, 쉽게 얘기하면 일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각자 알아서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답입니다. 십몇 년 연구해서 꺼내놓은 대답이 결국은 각자 알아서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겁니다. 그걸 자가 조직의 원리라고 경영학에서는 애기하잖아요. 각자 알아서 하는 겁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일을 시켜서 합니다. 그런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서 각자 그리고 함께 푼다는 겁니다.

_어느 생태학자의 고민, 201p

 

"자연에 널려 있는 아이디어들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자연선택의 혹독한 검증을 거쳤으며, 더욱 신나는 것은 거저라는 점이다."

_어느 생태학자의 고민, 204p

 

 

 

바이러스에게는 지금이 블루오션이에요. 그들은 그들의 존재 역사에 이런 초호황을 누려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장사가 너무 잘돼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겁니다. 감염시킬 존재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요. 그리고 늘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감염시키기 너무 좋아요. 우리 인간의 숫자가 확 줄여들지 않는 한, 아니면 우리가 기르는 가축의 수를 줄이지 않는 한, 또는 저 야생동물들이 사는 숲의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일은 자꾸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 한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_아주 불편한 진실과 조금 불편한 삶, 249p

 

"Nature abhors pure stands."

저는 이걸 우리말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이렇게 번역합니다.

아니, 우리는 자연이 순수한 곳이라고 배웠는데 자연이 순수를 혐오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여기서 '순수'라는 건 다양성이 쏙 빠져 그저 한두 개 남았으니까 그걸 순수하다고 하는, 약간의 빈정거림이 섞여 있는 표현인 거죠.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자연은 결코 순수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_아주 불편한 진실과 조금 불편한 삶, 256p

 

 

 

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전환은 생태적 전환밖에 없습니다. 기술의 전환도 아니고, 정보의 전환도 아닙니다.

죽고 사는 문제에 부딪쳤습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던지고 호모 심비우스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는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_맺음말, 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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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